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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덕 Jan 18. 2018

론드리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 #2

we work, we laundry

어느 날 저녁

외국인 빨래 손님 두 분이 같은 타이밍에 오셨다.

평일 저녁인지라 그 두 분은 한가롭게 빨래를 할 수 있었다.

한 분은 카페라떼를 한 분은 하이네켄 한 병을 시켰다.


평일 저녁 한가로운 빨래타임

음료를 내어 주고나서 해방촌 론드리프로젝틀 찾아온 손님들이 궁금했다.

"Where are you from?"

빨래를 돌리고 나서

가운데 자리에서 맥북을 꺼내놓고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손님에게 물었다.

실리콘밸리 느낌을 폴폴 풍기며 손님은 '팰로앨토' 라고 했다. 

(보통 손님들이 캘리포니아라고 얘기하는거에 비하면 '팔로알토'에 더욱 자부심이 있는 듯하다.)

어디서 머무냐고 물어보니 시청 앞 W호텔에 머문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맥북 화면에 시선을 옮기며 일에 집중했다.

..

론드리에 방문한 각각의 세탁 손님들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 그때의 상황은 아니다.

..

창가 바에 앉은 다른 한 사람은 시애틀이라고 했다.

말투에서 느꼈지만 태도도 굉장히 젠틀했다.

이 친구도 또한 시청 앞 W호텔에 머문다고 했다.

따로 앉은 두 사람은 같은 호텔에서 머물고 있었다.

(신기한 인연)

그래서 이것도 인연이고, 그 두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나 또한 외국인 손님들을 만나면 항상 그렇듯이 

시애틀에 살고 있는 누나를 만나기 위해 자주 방문하고 커피, 크래프트맥주, 

그리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얘기했다.

얘기를 더욱 나누다가 

시애틀에서 온 빨래 손님은 

알고 보니 A 미국 거대 전자상거래업체 아시아지부 담당자였고, 

국내의 S전자와 미팅을 위해 출장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냥 호텔세탁서비스를 이용할만도 한데...

보통 좋은 호텔에 머물다 보면 호텔 내에서 모든걸 다 해결하기 마련인데

미국에서 온 친구들은 철저하게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걸 느꼈다.

론드리프로젝트에 찾는 많은 외국인들도 비슷했다.)

.. 

사실 셋의 대화에서 팔로알토에서 온 친구는 대화에 소극적인 참여였는데

갑자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되긴 했다. 시애틀은 나에게도 기회의 땅이니깐)

낯선 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 wework  사진- 핀터레스트

팔로알토에서 온 사나이는 시애틀의 그에게 맥주 한잔 마시러 가자며 제안했다.

'론드리프로젝트'에도 맛있는 병맥주가 있었지만

시애틀 손님은 B매거진의 Seoul편을 보며 근처의 크래프트맥주가 궁금해하며

이태원 경리단 수제맥주집 '맥파이'가는 법을 물었는데 

그 상황을 지켜보던 팔로알토 사나이가 적절하게 제안을 한 것이다.

그렇게 그 둘은 빨래를 돌리고 경리단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

..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마치 론드리프로젝트라는 공간이 wework와 같다고 느꼈다.

wework보다 어쩌면 더욱 효과적인 비즈니스 장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wework는 단순한 쉐어오피스가 아니라 낯선 곳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크 또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업무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사람들의 편안한 일상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루어지는 론드리프로젝트가 wework보다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 계기를 통해 론드리프로젝트가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

..

나 또한 론드리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많은 손님들을 마주치게 된다.

빨래가 필요해서, 커피가 필요해서 찾는 손님들이지만

여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각자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

나, 그리고 런드리크루들에게 좋은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그 공간에 그 타이밍에 얘기를 나누는 인연이 큰 결과를 가져오기도 해서

만약 내가 그 때 그 곳에 없었더라면 이런 결과도 나올 수 없었겠지라고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다.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이 소중한 사람들

론드리프로젝트는 

세탁이라는 일상의 시간을 통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유와 힐링, 

그리고 새로운 만남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빨래가 돌아가는 달그락달그락 소음,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잔잔한 재즈음악, 그리고 카페 사람들이 나누는 작은 대화들은 작업할때 집중하기 좋은 화이트노이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찾아오는 해방촌 손님들도 많다. 

이번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비즈니스공간으로서 론드리프로젝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빨래방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공간과 업무공간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에 우리는 일한다.

 we work, we laun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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