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asha Feb 27. 2022

Over the rainbow

마거릿 와일드의 그림책 <여우>를 읽고

           

 마거릿 와일드의 그림책 <여우>는 개와 까치 그리고 여우의 이야기이다. 개 한 마리가 불타버린 숲에서 까치를 구해준다. 까치는 날개를 불에 그슬려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자 실의에 빠져 있었다. 개는 한 쪽 눈이 보이지 않음을 까치에게 고백하며 서로의 눈과 날개가 되어주자고 손을 내민다. 곧 개와 까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외로운 여우가 등장하며 완벽해 보였던 우정에 균열이 생긴다.


 이야기는 까치가 산불로 날개를 잃어버린 시점에서 시작하여, 여우의 유혹에 넘어가 사막에 홀로 남겨진 까치가 개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그림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까치는 책의 주인공이고 개는 까치의 조력자이다. 그러나 제목은 <여우>이다. 작가가 제목으로 <여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까치는 늘 다시 날고 싶어 했다. 개와의 관계도 소중하지만 날고 싶다는 꿈 역시 버릴 수 없었다. 표면적으로 까치는 개와 여우 중 여우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 까치가 선택한 것은 여우가 아닌 날고 싶다는 꿈이다. 까치는 여우의 불길한 기운을 일찌감치 감지했음에도 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정을 버리고 꿈을 위해 모험을 감행했다. 독자들이 충직한 개를 버린 까치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까치는 여우의 등 위에서 잃어버린 날개가 다시 돋은 듯한 기분에 행복했지만 이 모든 것이 공멸을 원했던 여우의 계략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가슴이 타버려 재가 된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 때 비로소 까치는 두 발이 있었음을 지각한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을 기다리는 개를 만나기 위해 조심조심, 비틀비틀, 폴짝폴짝 자신의 힘으로 나아간다. 까치는 그 여정에서 또 다른 동물들을 만나고, 새로운 지혜를 얻을 것이다.


 결국 여우는 정반합의 우화이다. 안정과 평화의 세계와 반대되는, 결핍과 질투를 자극하는 여우로 인해 또 다른 차원의 합이 생성되었다. 과연 까치가 여우를 따라나서지 않았더라면 두 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을까? 안정과 모험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애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