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회성이라
얼마전 알게 된 주재원 아내와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는 이 곳에 온 이후로 집에 파묻혀 지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에서도 프리랜서로 뛰면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남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치만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여기서 사회활동을 위한 노력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렇게 많은 사교활동이 있고, 다들 어느 단체(공식이나 비공식)에 속해 있고, 그런 와중에 어떻게 홀로 동떨어져 있기를 선택할 수 있는지. 불안하지는 않은지? 친구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거였다.
왜 친구가 필요하지?
친구는 나이가 들수록 사귀기가 어렵고,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는다 해서 친구가 아닌게 아니고, 계속 시간을 보낸다해서 친구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이에 덧붙혔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할 것 같아서 학부모회(PTA)가 주관하는 모닝커피 미팅에 갔고, 역시나 모르는 사람 투성이인 곳에 가면 그렇듯 벽에 붙어있었다는 거였다. 물론 친절하게 굴었던 사람이 있어 인사했더니 웃으면서 인사하고 휙 돌아서서 볼 일 보러가더라는.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보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 친절해보이는 그 어떤 얼굴이 사실은 너무 Fake였다는 말도 덧붙혔다.
또한 내가 가 본 적 있던 이 곳의 공식 사교단체 중 한 곳에 가보았다는 얘기를 덧붙혔다. 그 곳이 너무나 지루하고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과 시간낭비를 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랬다 나도 똑같이 느꼈다. 지루하고 시간낭비.
몇 명 이상 그룹이 늘어나면 끼리끼리 떠들지 다 같이 얘기하기도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시간낭비라는 이야기.
이 자발적인 비사회성은 사실은 경험에서 나온거였다. 종전 주재원 사회 규모가 큰 국가에 체류하게 되었을 때, 아이 유치원에서 만난 인간관계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주재원 아내들 무리에 속해 있었고, 그 안의 쓸데없는 위계질서와 온갖 규범(norm)들을 따라야되는 정말 쓰잘데없는 시간낭비의 시간을 겪고 나서 이 곳에서 자발적으로 비사회적인 주재원 아내로서의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는 말도 했다.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는 그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아웃사이더라는 말도 했다.
그렇다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이지만 이를 선택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선택에 편안해보였고, 자신감 있어보였다. 자기의 일과 가족에 집중하는 모습도 멋져보였다.
자아상이 너무 취약하여, 인정을 받고싶어 발악하는 수 많은 주재원 아내들이 sns에 자신을 디스플레이 하는 모습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갈 길을 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이 주재원의 아내와 이야기하며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다. 나는 이 친구와 많이 가까운 부류의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혼자 있는게 좋고, 내 일을 하는 게 좋고, 시간낭비하면서 우르르 몰려다니고 싶지 않은 사람인 ‘나’가 있다. 그 곳에는 어짜피 끝나고 아무것도 남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