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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an 21. 2024

주재원 아내의 행정처리

정착에 필요한 서류들

마침 해외에 있을 때부터 운전면허증이 만료되었다며 갱신하라는 고지서가 날아오고 있었다.

해외서 처리하려는 것 하나하나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필요해서 유심 갈아 끼우며 처리하는 것도 한두 번이며 한꺼번에 일처리를 모아서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만료된 건 운전면허증뿐만이 아니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도 있었다.

오자마자 은행에 가서 체크카드 발급받으려 했더니 여권으로 힘들다 하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은행업무가 되지 않는다 하여 헛걸음을 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예전 동사무소) 아직 이사할 거주처도 없지만 부모님 댁으로 주민등록을 한다.

(몇 년 동안 안 쓰던) 민증을 찾아서 은행을 가서 드디어 체크카드를 발급한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러 간다. 이 또한, 한 번에 되질 않았으니… 생략하지만 외국서 오면 뭐든 한 번에 안 된다.

아이 학교에 필요한 서류들을 모으다 보니 참 학교와 연락할 일이 많게 되었다. 특히, 모든 건 파일로 보내주다 보니 성적표 마저 하나하나 출력해서 보관해야 한다.

해외서 맞은 예방접종 기록은 한국 예방접종 기록에 전산화되지 않은 관계로 수기로 보건소에서 입력해주어야 한다. 관련 서류 준비해서 보건소에서 처리한다. 그동안 해외에 있었기에 안 맞았던 예방접종 또한 체크하고 맞춘다(일본뇌염 2차).

작년까지 무료 접종이 끝났다며, 생돈 다 내고 맞았다. 무려 4만 원… 당연한 혜택을 못 받아 내면서도 내심 억울하다.

그나마 여자아이들이 맞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경우 올 해까지 두 차례 맞추면 되어서 늦지 않았다. 휴.

이것도 놓칠 뻔.

그 학교에서 아이들 자궁경부암 백신 1차 맞고선 예방접종 내역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또 학교와 접선 중이다…


행정복지센터는 내 단골인데, 학교에 아이 서류 접수하려면 가족관계증명, 기본증명, 출입국증명(부모 아이) 등 떼어야 할 서류만 산더미다.


이 외에도 아이 핸드폰 개통하려고 대리점 갔더니, 무슨 명의 도용 방지 기능 신청을 내가 몇 년 전 해놓았다며 더 먼 곳의 서비스센터 지점으로 가서 그 기능을 풀고 개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서류 관계 준비만으로 귀국 2주가 지난 듯하다 아직도 한국에 두 발 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해외에서 온 사람처럼 눈 오면 눈도 찍고, 먹은 음식들 찍고, 길거리도 찍었다.

아직 나의 시선, 정서 그리고 처리 속도(?) 모두 외국인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한국 사람들은 웃지 않고, 계산에 빠르고, 모든 속도가 빠르다.

나는 식당에 갈 때 바퀴벌레가 없음이 아직도 신기하고 감사하고,

한국 식당의 많은 양념 및 조미료의 맵고 짠 음식들이 내 미각에 아직 낯설다.

웃지 않고 여유 없는 한국 사람들이 낯설고 우리 나라 보다 못 살아도 정이 있고 미소가 있는 그 나라가 아직 생각난다.

감상에 빠질 틈도 없이 한국에선 모든 것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나도 곧 이 쳇바퀴 안의 일부가 되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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