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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완스' 전국 원톱인 부평 '산동포자(山東包子)'

인천|백운역 부근 <산동포자(山東包子)>

by 이한기
산동포자(山東包子)의 홍소스즈토우(난자완스).
산동포자(山東包子)의 바지락볶음.


인천에서 할 일을 마치고, 부평 백운역 부근에 있는 <산동포자(山東包子)>에서 저녁을 먹었다. 몇 주 전 이곳 단골인 분과 저녁약속 날짜를 잡을 때 이미 장소를 여기로 정했다. 가보지 않았던 곳이어서 몇몇 블로그 포스팅을 봤는데, 급 관심이 상승하는 곳이었다.


상호에 포자(包子)가 들어가 있듯이 초반에는 만두(饅頭)를 내는 집이었는데, 지금은 만두를 내놓지 않는다. 어찌보면, 만두를 메뉴에서 밀어낼 정도로 다른 음식들이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게 아닐까 싶다. 단골과 함께 간 덕분에 음식 주문에 대한 고민 없이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됐다.


단골들이 꼽는 <산동포자>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홍소스즈토우'. 붉은 사자머리라는 뜻이라는데 난자완스다. 이름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서울 <동화반점>의 '공룡알'처럼 눈에 띈다. 이 집 홍소스즈토우는 다른 집과는 달리 원형에 가깝게 두껍고 크다. 쪼개보니 속에 든 다진고기도 알차고 고루 잘 익혔다. 자극적이지 않은 소스와 잘 어울린다.


그 다음으로 먹은 음식은 '바지락볶음'. 모든 해산물이 그렇듯 바지락도 선도가 맛을 좌우한다. 선도도 좋고, 해감도 잘 됐다. 하나를 먹어보면 중국식 바지락볶음이란 느낌이 확 든다. 주인장이 가르쳐준대로 바지락 하나를 껍질 채 입 안에 넣은 뒤 조갯살만 쏙 빼먹었다. 조개껍질 안팎의 양념까지 같이 먹으라는 뜻이었다.


바지락을 먹어보니 소스에서 강하지 않은 마라 맛이 난다. 매운 맛이 입 안에 오래 머물지 않아 바지락을 연달아 먹어도 그닥 부담이 되지 않는다. 바지락술찜이 '맑은탕(지리)'이라면, 이 집의 바지락볶음은 잘 끓인 '매운탕'이라고 보면 된다.

산동포자(山東包子)의 가지튀김.
산동포자(山東包子)의 동파육.


가지 안에 다진 고기를 넣고 튀김 옷을 입힌 '가지튀김'은 전형적인 '겉바속촉'의 느낌이다. 가지 안에 넣은 소는 홍소스즈토우 속 안의 다진고기 맛이다. 가지볶음과는 달리 바삭하면서 담백하다. 홍소스즈토우 접시에 남은 소스를 찍어먹어도 맛있다. '새우튀김'은 새우 안에도 다진고기를 넣고 옷을 입혀 튀겨낸 뒤, 탕수육 소스보다는 점성이 강한 달콤새콤한 소스를 입혔다. 주인장께서 바삭하게 튀겨진 새우꼬리까지 한 입에 넣으라고 조언해준다.


"우리집 동파육은 다른 집과는 달라. 유명 셰프가 만든 거나, 인천 차이나타운 중식당 동파육은 고기가 두꺼워서 비계도 많은데다 흐물흐물하지. 그런데 우리집 동파육 고기는 한 입에 먹기 부담없는 크기야. 게다가 껍질까지 있는 오겹살인데다 비계까지도 쫀득해. 한 번 먹어보면 다르다는 걸 입에서 느낄 거야."


예정에 없던 메뉴였는데, 주인장의 강추로 맛본 메뉴가 '동파육(東破肉)'이다. 주인장의 설명대로 고기(삼겹살)가 쫀득했다. 예전 <을지면옥> 제육처럼. 청경채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제철인 연근도 넣는단다. 다른 집보다 카라멜이 더 들어가서 그런지 색깔과 맛 모두 조금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 '가지새우볶음'과 '오이냉채'를 맛봤다.


이렇게나 많은 메뉴를 섭렵했는데도, 다른 블로그 포스팅을 보니 메뉴판에는 적혀 있지 않은 가정식 '계란볶음밥'과 포두부에 싸 먹는다는 '경장육사', 꽃게튀김 등이 눈길을 끌었다.


부평 <산동포자>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왜 사람들이 '이 집의 난자완스(홍소스즈토우)가 전국 원톱'이라고 얘기하는지, 그게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동포자> 음식의 미덕은 "산동포자다운" 썸씽 뉴가 있다는 거다. 눈 가리고 맛을 봐도 몇몇 음식은 '산동포자 거'라는 걸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음식에 자기 색깔이 있다.


192722213_4056080274460137_7221184698323434328_n.jpg 산동포자(山東包子) 사장님과 한 컷.


아주 중요한 정보.


1. 연중무휴. 오후 6시부터 문을 연다. 2. 가게 안에 테이블이 4개 밖에 없다. 그리고 밖에 한 개의 야외 테이블. 3. 얘기를 잘 하면 원하는 노래를 틀어준다. 우리는 김광석 노래를 들었다. 4. 소주를 안 판다. 그래서 술값이 조금 비싸다. 5. 짜장면도 안 판다. 6. 만두도 안 판다. 7. 계산은 현금으로 해야 한다. 8.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건 여사장님, 홀 서빙은 남사장님이 맡고 있다. 9. 업력은 17년이란다. 10. 전화번호는 032-431-8885. 주소는 인천 부평구 십정동 170-46 대경빌딩.


#산동포자 #홍소스즈토우 #바지락볶음 #동파육


산동포자(山東包子)의 새우튀김.
산동포자(山東包子)의 가지새우볶음.
산동포자(山東包子)의 오이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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