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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May 06. 2020

빵과 고기를 먹는 새로운 방법

미트볼에 대한 터키인들의 무한한 상상력

삼겹살을 먹고 난 뒤에 항상 공깃밥을 시켜 먹어야 식사를 제대로 한 것 같다는 사람이 있고, 나물반찬에 밥만 먹어서는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두 부류의 반응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한 가지의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골고루 먹어야 식사로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실로 인류의 식문화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두 개의 기둥을 근간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백질(고기)과 탄수화물(쌀, 빵, 국수 등)을 조합하는 수많은 방법이 '요리'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고, 이 작업에 인류의 창의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시간이 많다면야 유럽식 코스요리에서 처럼 샐러드 등으로 이루어진 전채를 먹고, 스테이크 등의 메인 육류를 거쳐 파스타 등의 단백질로 넘어가는 과정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여유로운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코스로 먹는 것보다는 한 상에 먹는 게 낫고, 한 상에 펼쳐서 번갈아가며 먹기보다는 한 입에 탄수화물과 고기를 배어 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러한 효율성이 극대화된 요리가 바로 샌드위치다. 18세기의 영국 귀족인 샌드위치 백작에 관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게임에 빠진 샌드위치 백작이 게임 중에도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주문한 끝에 샌드위치가 탄생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접하는 샌드위치가 탄생하는 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일지도 모른다.


햄버거, 미트볼섭, 스칸디나비아의 오픈 샌드위치까지 다양한 샌드위치들 (출처: 위키피디아)


누가 맛있는 샌드위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상당히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햄버거부터 베이컨과 달걀, 토마토가 들어간 BLT 샌드위치, 마리나라 소스에 미트볼이 푸짐하게 올라간 미트볼 섭 샌드위치, 지난 몇 년 유행했던 대만식 햄치즈 샌드위치까지, 세상에 맛있는 샌드위치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있는 재료를 더욱 완벽하게 조합하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함에 있어 오늘 소개할 '발라반케밥(Balaban kebab)'에 필적할 만한 샌드위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발라반케밥은 언뜻 보아서는 샌드위치로 보이지 않는다. 고기와 여러 겹의 소스 아래에 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발라반케밥 만들기는 딱딱하게 빵을 잘게 잘라 토스트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위에 마늘로 향을 낸 요구르트 소스를 뿌리고, 버터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섞어 만든 토마토소스를 뿌린다. 그것만으로는 감칠맛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고기육수를 살짝 흩뿌린 후 노릇하게 익힌 미트볼을 하나씩 올린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구워낸 팬에 그릴링한 토마토와 고추를 곁들인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토마토와 매콤하고 시원한 향의 고추를 고기와 번갈아가며 즐길 수 있다.


빵 위에 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미트볼을 올린 발라반 케밥. 포크로 찍어먹기 딱이다.


샌드위치에 대한 나의 여러 가지 고정관념은 이 요리를 맛본 후 철저하게 깨져버렸다. 샌드위치에 대한 고정관념의 예로 샌드위치 만들 때의 수칙 중 하나로 빵이 눅눅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있다. 빵의 표면에 마요네즈나 버터를 바르는 것은 기름으로 빵을 코팅하여 속재료의 수분이 빵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발라반 케밥을 만들 때에는 그런 원칙은 깡그리 잊어야 한다. 대신 빵에 요구르트와 토마토소스를 질척하도록 뿌려주면 된다.


내용물이 떨어지지 않게 샌드위치를 야무지게 쥐어들어야 한다는 생각 또한 무너졌다. 발라반 케밥을 먹을 때는 작은 고기 완자를 한 입 크기로 자른 빵과 함께 포크로 찍어먹는다. 어찌 보면 한 입 사이즈의 오픈 샌드위치를 여러 개 만든 것과 다름이 없는 형태이다. 덕택에 소스로 흥건하게 젖은 빵을 먹는 일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세계 곳곳의 요리를 알게 될 때마다, 기존의 고정된 생각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발라반 케밥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이를 만날 수 있다면 그 놀라운 창의성에 악수라도 청하고 싶다.



<발라반 케밥 레시피>

* 미트볼 재료

소고기 500g

빵가루 1 컵

소금 1.5 티스푼

후추 1.5 티스푼

양파 잘게 다진 것 2 개 분량


* 토마토소스 재료

토마토 페이스트 2 테이블스푼

버터 1/2 테이블스푼

설탕 1 티스푼

소금 1/2 티스푼

물 1/2 컵


* 요구르트 소스 재료

요구르트 1 컵

올리브유나 버터 4 테이블스푼

마늘 1 테이블스푼


* 그 외 재료

스톡(치킨이나 비프) 1 컵

식빵 3 장(9등분으로 자르기)

고추 3-4개

토마토 1개



* 조리과정

(1) 9 등분한 식빵을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2) 미트볼 재료를 반죽한 후, 작은 송편 크기로 납작하게 빚어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3) 토마토와 고추를 팬에 그릴 하듯 익힌다.

(4) 물을 따뜻하게 데운 후 토마토소스 재료를 섞는다.

(5) 전자레인지에 버터와 다진 마늘을 넣어 30초간 돌려 향을 낸 후, 요구르트와 섞는다.

(6) 식빵, 스톡, 요구르트 소스, 토마토소스, 미트볼, 토마토와 고추 순으로 올린다.

내 생애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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