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수프 같기도, 묽은 죽 같기도 한 모습의 레베니예 초르바 Lebeniye Çorbası. 사골곰탕과도 닮은 국물에 공기 알 만큼 작은 고기공과 병아리콩, 쌀이 넉넉히 들었고, 쌀에서 흘러나온 전분으로 걸쭉한 국물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빛 기름이 둥둥 떠 있다. 요리조리 뜯어보기만 해서는 우윳빛 국물과 초록 기름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법. 직접 맛을 보는 수밖에.
뽀얀 국물의 정체는 우유도, 크림도, 사골 육수도 아닌 요거트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요거트란 떠먹거나 마시는 디저트류에 불과하건만, 뜨끈한 육수 재료가 되다니 놀랄 일이다. 발효 음식 특유의 향이 남아 있긴 해도 우유와 뿌리가 같아 한 술 두 술 뜨다 보면 고소한 맛에 나름 익숙해진다. 그리고 초록빛 기름! 기름의 정체는 녹인 버터와 민트. 뜨거운 요거트 국물과 민트라니! 민트 초콜릿에 겨우 적응한 게 엊그제 일인데.
초르바는 터키의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요소로, 국 요리를 총칭하는 말이다. 다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게 된 긴 역사 덕에 터키에는 각양각색의 초르바가 넘쳐난다. 그만큼 초르바에 들어갈 수 있는 재료는 무궁무진하고, 고기공이 들어간 초르바만도 수십 가지가 있다. 레베니예 초르바는 터키 동남부 지역에서 유래했지만, 아랍 유목민의 영향이 반영된 음식으로, 터키의 다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레베니예’라는 단어 자체가 ‘우유와 요거트’를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했으며, 국물에 요거트가 들어가는 조리법 역시 물을 귀하게 여기며 목축에 종사한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방식이다.
레베니예 초르바는 먹는 이로 하여금 서서히 적응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크림수프처럼 고소한 국물 속에서 알알이 씹히는 고기공과 병아리콩, 쌀의 조합이 자꾸 수저를 들게 한다. 코끝을 스치는 시원한 민트 향은 고기와 요거트의 무거움을 덜어 균형을 맞춰준다.
<재료>
이색적인 요리지만 생각보다 들어가는 재료 중 친숙한 재료가 많다. 건조 민트와 병아리콩만 구비하면 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많은 사람, 그리고 민트초코와 민트티 등을 좋아하는 민트러버라면 꼭 도전해볼 것을 추천!
* 미트볼
다진 소고기 — 200g
다진 양파 — ¼개
다진 마늘 — 1 작은술
소금 — ½작은술
후추 — ½작은술
*수프
쌀 — ½컵
물 — 4 컵
플레인 요거트 — 2 팩(1½컵)
소금 — 1 작은술
밀가루 — 2 큰술
달걀 — 1 개
불려서 삶은 병이리콩 — ½컵
* 소스
버터 약간
건조 민트 약간
<만들기>
1. 반죽을 새알심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빚는다.
2. 오목한 그릇에 밀가루를 넣고, 그릇을 앞뒤로 흔들어 고기공에 밀가루 옷을 입힌다.
3.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고기공을 노릇하게 익힌다.
4. 깊은 그릇에 플레인 요거트와 달걀을 잘 섞는다.
5. 물을 끓인 후, 팬에 익힌 고기공을 넣는다. 쌀과 병아리콩을 넣고, 쌀이 익을 때까지 끓인다.
6. 뜨거운 물을 한 국자 떠서 요거트와 달걀 혼합물에 넣고 섞는다. 이 과정을 3번 이상 반복한 후, 요거트_달걀 혼합물을 냄비의 물에 부어 섞는다(달걀과 요거트가 열에 응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
7. 약한 불로 달군 팬에 버터를 녹인 뒤, 민트를 넣어 1분간 저어서 민트 향이 버터에 배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