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씨를 본다면 누구나 ‘앙증맞다’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토마토로 만든 팍씨가 특히 그렇다. 속을 파낸 토마토에 고기와 빵가루 반죽을 채우고, 잘라냈던 꼭지를 뚜껑처럼 다시 덮으면 꼭 귀여운 모자를 씌워놓은 것 같다.
팍씨는 지중해에 접한 프랑스 남부 지역인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요리다. 온화한 기후 속에서 눈 부신 햇살을 받고 자란 제철 채소를 양껏 활용하는 음식으로, 여름 채소인 토마토, 애호박, 가지 등이 주로 쓰여 ‘여름 요리’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채소 하나를 통째로 쓰는 팍씨는 크기가 상당해서 포크와 나이프로 잘라 먹어야 한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가지가 몇 번의 칼 놀림에 부드럽게 썰린다. 한 조각 입에 넣으면 오븐에 구운 채소의 건강함과 고기의 촉촉한 맛이 퍼진다. 파르메산 치즈와 로즈메리, 오레가노 등의 허브 향이 은은히 배어 나온다. 토마토와 가지가 주렁주렁 열린 여름 정원에 선 느낌이다.
팍씨의 속 재료는 다진 고기와 빵가루, 파마산 치즈, 허브 등이 일반적이고 쌀이나 생선을 넣기도 한다. 팍씨의 ‘껍질’에 해당하는 재료 또한 다양하다. 토마토와 주키니, 가지, 양배추, 파프리카, 감자, 양파 등이 흔하게 사용된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펜넬(회향)이나 호박꽃을 채운 팍씨도 별미다. ‘겉 재료명+팍씨’의 형태로 이름이 되는데, 가지를 쓰면 오베르진 팍씨 Aubergines Farcies, 호박을 쓰면 쿠제트 팍씨 Courgettes farcies가 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