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딜레마
이 시대 꼭 봐야할 다큐.
- 연결되지 않을 자유, 권리를 찾아야
- 고객을 사용자라고 부르는 사업은 단 두 가지. 마약과 소프트웨어.
이 다큐에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우리가 산소와 같이 대하는 소셜미디어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고백성사가 이어진다. 지메일 알람이 사람들을 어떻게 길들이는지, 이 길들임의 영향력에 대해서 다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심각하게 윤리적으로 고찰하지 않았다던지, 페북과 트위터는 우리가 공짜로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실은 상품이었다는 트루먼쇼의 진리 같은 것을 알려준다던지. 이들이 수익모델을 극대화하기 위한 그로스해킹은 결국 우리 개개인의 심리를 연구하고 실험하여, 더 많은 광고 노출을 하게 만드는 데이터를 알아내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던지.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이 소셜미디어를 누리는 게 아니라, 여기에 갇힌 실험 쥐라던지. 이 툴은 더이상 도구가 아니라 우리를 지배하는 큰 영향력을 가졌다던지. 그런 익히 알 법하지만 사실 모르고 싶어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이 글을 여기에 적는 것 자체가 소셜 딜레마겠지만, 시작해보자.(나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생각난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세상 사는 게 편하고 할 일이 없으면 요즘 애들은 폰 중독이 되냐' 고 한다. 그런데 이 중독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찾다가 걸리는 게 아니다.
[월급은 하루 종일 연결되는 것에 대한 대가]
-누구보다 회사일에 집중하고 있음은 단톡방 체크로 증빙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수많은 단체 카톡방의 빨간 알람 숫자를 빠르게 없애는 것이 월급의 대가가 된 지 오래다. 상사의 한 마디에 수십개의 네, 네, 네, 네, 네가 달린다. (그나마 인자하신 상사는 단순 대답은 남기지 마시오라고 고지한다ㅎㅎ) 이런 것 떄문에 10분 정도만 확인이 늦어도 빨간 알람 숫자는 세 자릿수로 급 상승한다. 직장생활을 여러 해 해 온 사람이라면, 여러 종류의 강박을 갖고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이 빨간 알람을 빨리 지워야한다는 강박쯤은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아침의 일간 업무 보고 역시 스마트폰으로]
아침 출근길에도 보통은 팀 방에 일간 업무(그날 시간대별로 처리할 일과 이슈)를 남긴다. 카톡이든 다른 업무 관리 앱을 통해서든 아무튼 스마트폰으로 이 내용들을 쓰느라 다들 고역이다. 내 경우엔 만원 지하철 속에서 이걸 쓰기가 불편해서 전날 밤에 써놓고 내 카톡으로 보내놨다가 다음날 아침 복사해서 보내곤 했다. 이것도 늦게 보내면 단톡방에서 공개 면박을 당한다. '넌 확인도 늦고 본인 업무조차 아침에 정리하는 게 늦냐'는 식. 그런데 보면 꼭 당하는 사람이 자주 당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별도의 방에 또 초대돼 그 상사나 아니면 상사에게 다른 직원을 모함하는 걸로 보이는 직원의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하고, 카톡 감옥의 고통은 끝이 없다. 퇴사의 카타르시스는 이 모든 108번뇌스러운 100여개의 카톡방에서 나가는 순간이 아닐까. 심플하게, 카톡 좀 안보고 살고 싶다는 소망의 성취.
[내 눈 앞에 없는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특히 외근이나 재택을 하는 기간엔 더 심해지는데, 내 눈 앞에 없는 직원이 카톡이나 회사 메일 앱, 워크플레이스(페북이 제공하는 사내용 페북 같은 것...이걸로 천 명도 넘는 직원들이 또 그룹으로 묶여 부서간 소통까지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 악랄한 페북.) 등을 수시로 체크 안하면 왠지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역으로 '내가 이걸 제때 확인안하면 노는 줄 알겠지?'라는 직원의 심정이 시너지를 일으켜, 외부에서도 계속 스마트폰에 시선이 가는 슬픈 일들이 발생한다. 이것은 해외 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노트북이든 탭이든 수시로 열어 메일을 체크하고 답을 해야한다. 시차나 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와파 안되는 기내가 최고의 휴양지]
언제부턴가 그래서 와이파이 제공을 하지 않는 국적기의 장거리 비행이 나에게는 최고의 디톡스가 되었다. 이 열두시간 동안은 내가 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으니, 카톡 1이 안없어졌다고, 메일 회신이 늦었다고, 저 사람 일에 집중안한다고 비난할 수 없을 일이다.
[너무나 많은 앱과 단톡방]
메일은 또 어떻고. 수많은 메신저, 문자, 사내 앱, 단톡방, 새롭게 개발된 사내 메신저, 스타트업들이 쓴다는 업무 관리 앱 등 내가 주렁주렁 연결되어야 할 서비스는 매일같이 늘어난다.
게다가 직원이라면 이 서비스를 늘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응답할 것을 당연히 요구받는다. 각종 프로젝트마다 별도의 카톡방이 생기고, 높은 직급(임원이라던지)자와 간택된 소수인원 방도 또 생기고, 또 외부 에이전시나 타 계열사 직원들과의 방도 생긴다. 이때 내부직원 방에만 써야할 정보를 실수로 외부인 방에 올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사내 친목부터 정치까지]
사무실은 보통 팀별로 가까이 앉는다. 영업 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화는 이제 사무의 주요 통신 수단에서 한발 물러나있다. 손 뻗으면 닿을옆자리에 앉은 직원과도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이 80후반~90초반 세대들에게는 매우 당연함) 떄로는 팀 방에서 카톡으로 점심 회식 메뉴를 정하거나, 친목을 위한 농담이나 밈 같은 것도 공유하는데, 가끔씩 조용한 사무실에서 한 라인의 직원들이 웃으면 아마 쟤들 단톡방에서 얘기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혹시 나만 안웃는다면, 이 사람들이 나 빼고 방을 또 만들었구나라고 의심해보길. 한창 회사 다닐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카톡방 몇개만 데이터 모아도 영화나 드라마 대본 나오겠다.
[이제 전화는 119 같은 존재]
최근 다녔던 회사는 아예 사무실 전화를 없앴다. (물론 PC랑 연결해서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전화번호는 주는데, 쓸 일이 없다) 그런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라떼는 말야, 내가 신입일때는 그 큰 사무실 어딘가에서 전화가 5번 이상 울리면 무조건 내가 마 땡겨받았다는 거 아니야. 그래서 전화벨만 울리면 '감사합니다 무슨 회사 어디 누굽니다.' 가 마치 조건반사처럼 나오고. 하루 종일 전화받고 메모남기다 하루가 가는 스마트폰 없던 시절의 미개함도 문제였지. 심지어 입사 연수 때 전화 받고 메모 잘 남기는 법도 교육시켜준다니까? (옛날새럼이라)
전화벨 안울리는 사무실이 이렇게 천국인 줄 몰랐다. 그런데 이 해방은 또 다른 감옥을 만드는데...이제는 나이 지긋한 임원도 종일 스마트폰에 매여있다. 예전처럼 비서를 통해 전달받는 것도 여전히 있겠으나, 이제 본인 메일 스스로 체크하고 확인하는 양이 늘어남. 임원분들과 해외 출장을 오래 같이 다녀온 나로서는 그 변화가 눈에 보여서. 이 분들도 하루 종일 폰 체크해야됨 ㅎㅎㅎ
많은 사무직들은 왜 전화를 덜 쓰게 됐을까? 전화를 하는 순간은 다른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 같이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에서는 통화하면 전 층 직원이 다 내 통화내용을 듣게 된다. 통화가 길어질듯 하면 밖에 나가서 받아야하는 불편함이 있고, 무엇보다 카톡, 사내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결하는 게 효율적이니까.
회사 화장실에 앉아있어도 다르지 않다. 옆칸엔 이를 닦으며 동시에 볼일을 보는 누군가가 있고 카톡을 제때 확인 못했는지 화난 상대로부터 전화가 온다. 양치를 하던 직원은 어눌하게라도 네네, 사장님 죄송해요~하고 전화를 받는다. 이제 전화란 무엇인가 굉장히 큰 사건이나 잘못된 일이 생길 때나 오는 것이다.
[통화나 대면 없이도 일을 잘 할 수 있게 기여한 도구, 그러나]
신규 계약 체결을 위해 문항 조정할 일이 있었는데 이조차도 전화나 미팅 한 번 없이 열흘간의 오랜 디지털 comm 끝에 완성되었다. 사실 이것이 모든 소통의 기록을 남기기에도 좋기 떄문에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든 기록이 남는다는 게 무서운 것이다. 몇몇 회사 직원들 카톡만 털어도 그 회사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알 수 있을 것. 가끔 중요 파일 같은 것도 외부거나 해외여서 회사 보안 계정에 접속 못한다고 하면 개인 멜이나 카톡으로 보내주는 경우가 있는데...사실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이 일어날 것 아닌가. 그럴 수록 플랫폼 운영자들은 더욱 많은 데이터들을 모으는 주인이 될 것.
[스마트폰을 돌 같이 볼 길은 퇴사 뿐이었나?]
각종 메신저의 발달로 인해 직장인들은 소리없이 바쁘다. 이런 생활을 수년 매일같이, 심지어 주말에도 불안함 속에 확인하는 짓을 반복하다가, 퇴사를 하는 순간이면 늘 핸드폰이 더이상 족쇄로 느껴지지 않기에 굉장한 해방감을 느끼곤 한다. 일은 좋은데 이 디톡스 하는 맛에 퇴사.
핸드폰이 나에게 확인과 빠른 응답을 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 즉 나의 주인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지 않은가. 모든 알람을 꺼놓고, 스마트폰을 순수한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쓸 떄의 기쁨을 아니? 내가 목줄에 잡혀 끌려가듯 사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만 켜보는 그 기쁨 말이지.
[지금 꼭 필요한 것은 연결되지 않을 자유와 권리!]
직장인 여러분, 스마트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한번쯤 해보지 않았나요? 원치 않는 태그 (사진이나 게시글) 알람 같은 것을 포함해서. 수많은 광고 문자까지. 하지만 퇴근 후에도 재밌는 밈을 찾아 키득거리며 잠들기 직전까지 폰을 놓지 못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뭔가 보상심리 떄문에 더 그랬나봐요. 틱톡 같은 플랫폼은 그 보상을 정말 스낵처럼 짧게 연속적으로 보내주지요. 유투브도 인스타도 어느 순간 내 취향을 귀신 같이 알아내서 앱을 닫지 못하게 만들고요.
우리는 서로 연결되지 않을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시간 연결에 중독된 우리들은 내가 보낸 카톡 1이 1시간 넘게 안없어진다면, 금방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고, 또 다른 여러명에게 카톡을 보내고야 말죠.
물론 저도 중간관리자로서 내가 보낸 걸 누가 늦게 보면 답답할 겁니다. 업무 시간 중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일단 주말, 휴가 기간, 평일 밤만큼은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을 자유와 권리를 찾아봅시다. 그래야만 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 거대 쇼핑몰이 되어버린 장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