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서메리 작가 & 미래의창 인터뷰
요즘 브런치에서 가장 바쁜 작가님은 바로 이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프리랜서 번역가로, 게다가 유튜버로까지 활동하는 서메리 작가님입니다. 오늘 차기작 『나와 작은 아씨들』 출간 소식까지 전하셨죠.
서메리 작가님을 브런치에서 발견하고 첫 출간의 기회를 내민 출판사가 있습니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미래의창입니다. 서메리 작가님의 출간 비하인드와 함께, 미래의창에서 찾고 있는 새로운 작가의 조건을 들어봤습니다.
브런치 위클리매거진에 연재한 글이 책으로 나온 케이스인데요. 출간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저자 서메리 (이하 '서메리') | 위클리매거진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게 작년 7월인데 심사에 통과한 건 4~5월 정도였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건 그보다 빠른 3월이었어요.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이었죠. 마침 그 시점에 위클리매거진을 신청하려고 준비해둔 원고가 있었거든요. 연락 오자마자 제가 그 원고를 보여드렸더니 바로 오케이가 나서 출간 진행이 빨리 됐어요.
그럼 미래의창에서는 작가님의 어떤 글을 보고 연락을 주신 건가요?
서메리 | 엄마와의 여행기를 만화로 올린 걸 재미있게 보셨대요. 단순히 '재미있다'가 아니라 구성력이 좋다고 느끼셨더라고요. "그 날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런 식으로 결말부터 던지고 플롯을 짜서 올렸거든요. '뭐가 되었든 같이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사를 설득하셨다고 들었어요. "막말로 이 사람이 글 하나도 못 쓰면 문장 내가 고쳐줄 테니까 이야기라도 해 보고 싶다"고 얘기하셨다고.
에디터의 안목이 그야말로 작가님을 '발굴'하셨네요. 마침 타이밍도 맞아떨어졌고요.
미래의창 황현욱 마케터 (이하 '미래의창') | 책이 나오기 전부터 퇴사 콘텐츠가 많이 나오는 시기였는데, 실제 자기 경험을 에세이적으로 잘 풀어낸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라는 제목처럼 대중적으로 부합될 수 있는 책이었어요.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것도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나요?
서메리 |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건 회사를 그만두고 번역 일을 시작한 뒤예요. 번역가로 비교 우위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경영학과 나온 번역가님은 번역도 잘하고 경영서 번역할 때도 유리한데, 저는 영문과니까. 번역가가 영어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제가 생각해도 저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림이라도 좀 올리면 일러스트 책이라도 맡겨주지 않을까? 싶어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시작된 그림이네요.
서메리 | 생계형 자기계발이죠. (웃음) 일을 따야 되니까.
그림으로만 그치지 않고 글을 붙인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메리 | 그림으로만 표현하면 가벼워질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퇴사를 장난으로 한 게 아닌데. 글로 풀어내는 게 더 진중하게 와 닿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더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요
퇴사를 하고 4~5년 뒤에야 퇴사 이야기로 책을 내셨어요.
서메리 | 퇴사를 결심하면서부터 이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런데 이야기 마지막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야 되는데 결론이 안 나는 거예요. 저는 항상 뭔가를 준비 중이었고, 나조차도 아직 내 스스로를 결론 내리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직 때가 아니다 싶었어요. 그러다가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한 단행본이 출간되던 시점에, 이제 어디 가서 프리랜서 번역가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니까 '여기까지를 결론으로 하면 되겠다'라는 이미지가 잡히더라고요. 그때부터 바로 쓰게 됐어요.
글과 그림. 두 가지만으로도 벅찰 것 같은데 이제는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영상은 또 완전히 다른 장르의 도전이었을 텐데요.
서메리 | 유튜브를 시작한 건, 제가 프리랜서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글로 백 번 쓰는 것보다 영상으로 제가 일하는 걸 한 번 찍어서 보여주는 게 직관적일 것 같았어요. 글도 쓰고 유튜브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예요. 예전에는 자기표현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잖아요. 등단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대형 출판사를 통해 자서전 씩이나 내지 않으면. 하지만 요즘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젊은이들이 다시 글쓰기로 회귀하는 거 같아요. 제가 브런치나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글, 그림, 영상까지 다방면으로 다루려면 플랫폼의 특징도 잘 이해해야 될 거 같아요. 작가님에게 브런치는 어떻게 쓰이는 플랫폼인가요?
서메리 | 브런치는 정말 글 위주잖아요.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기본적으로 글을 읽고 쓰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브런치는 '글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본다'라고 생각하고 써요. 유튜브는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드는 반면 브런치에서는 약간 더 진지하거나 무겁거나 어려운 주제의 글도 맘 편히 다룰 수 있죠. 독자들이랑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브런치가 가장 적당한 플랫폼이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독자와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서메리 | 저는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게 실용적인 정보일 수도 있고, 위로일 수도 있고, 공감일 수도 있고, 순수한 재미일 수도 있는데. 독자를 염두에 두고 어딘가에 올리는 글이라면, 누군가가 시간을 내어 읽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무엇이든 하나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책은 저희가 잘하는 거 같아요
독자를 염두에 두는 것처럼 출판사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편이신가요?
서메리 | 그럼요. 제 책을 팔아주려고 하시는 거니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 중에, 원고를 줬을 때 편집자가 뭔가 고쳐달라고 하면 자기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고치려고 한대요. 하루키도 그렇게 하는데 나 따위가. (웃음) '이건 명문장이니까 절대 못 고친다'는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출판사랑 일한다는 건 객관적인 입장에서 누군가 제 글을 읽어 주고, 편집자뿐만 아니라 마케팅하시는 분이나 윗선에 결재하는 분들에게도 오케이가 나야 책이 나오는 거잖아요. 적어도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건데, 그게 저 혼자만 읽고 한 명에게만 재미있는 것보다는 더 독자 분들이 원하는 책이 되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이런 마인드일 때 출판사에서도 수월하시죠?
미래의창 | 그렇죠. (웃음)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출판사를 믿고 맡겨 주셨을 때 출간 후 반응도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출판사가 경험이나 노하우가 많아서라기보단, 제삼자의 시선에서 콘텐츠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꼭 거쳐야 될 작업이고요.
덜 대중적이더라도 '세상에 이런 책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자세로 나오는 책도 있지 않나요?
미래의창 | 그런 자세도 중요하죠. 그런 신념에 의해 고집 있는 작가 분들이 있어야 재미있는 글도 나온다고 생각해요.
서메리 | 그런 글이 독립출판 시장에 많이 나오고, 흥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는 독립출판에도 관심 있어서 잘 사서 보는데, 그것만의 매력이 있어요. 만약 기성 출판으로 나왔다면 많이 깎여서 나왔을 텐데 모난 상태 그대로 나와서 '이분은 출판사 안 가고 독립출판으로 내시길 잘했다' 싶은 책들도 있어요.
출간에 있어서 정답이란 없는 것 같네요. 미래의창에서는 추구하는 기조 같은 게 있나요?
미래의창 |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책은 저희가 잘하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색깔이 분명하고, 하나의 메시지로 구조를 갖고 끌고 갈 수 있는 글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자기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써 주시면 독자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그림을 그릴 때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라고 하잖아요
글도 그런 것 같아요
출판업계 분들에게 '필력보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돼요. 두 분의 말씀도 같은 맥락이겠죠?
서메리 | '미문주의'라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기 위해 어휘력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분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제일 중요한 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문장이 투박해도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게 공감할 만한 내용이면 투박함이 매력이 되는 글이 있잖아요.
미래의창 | 책도 생각을 담는 미디어랄까, '그릇'이라고 봐요. 작가의 생각에서 출발한 글을 풀어쓰는데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다면 도와드리는 게 출판사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브런치 작가님들이 특히 잘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서메리 | 『전업주부입니다만』이라는 책도 브런치에서 나왔잖아요. 주부로서, 프리랜서로서, 직장인으로서 진솔한 이야기가 있는 곳.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을 브런치에 연재하는 것보다는 내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글을 쓰고, 그런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보는 플랫폼이 브런치라고 생각해요.
메시지를 담는 것과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동시에 만족시키는 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조금 더 팁을 드릴 수 있을까요?
서메리 |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걸 주지 시켜야 돼!'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과정에서 공감도 얻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려면 계속해서 점검을 해야 돼요. 그림을 그릴 때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라고 하잖아요. 가까이서 눈코입만 집중해서 그리면 나중에 멀리서 볼 때 비율이 틀어지니까 그리면서 계속 앞뒤로 왔다갔다, 다양한 각도에서 보면서 그리라고 하는데 글도 그런 것 같아요. 결국 필력보다는 메시지와 이야기.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작가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오픈됐습니다. 내년에 미래의창에서 출간하게 될 대상 작가님에게 미리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남겨 주세요.
미래의창 | 본인만의 색깔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지 주변 인물 중에서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협업이 되길 바라면서 출판사를 믿고 따라와 주십사 미리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끝)
미래의창에서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당신의 색깔을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