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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Mar 12. 2024

고요의 시간,  몽골에서 만난 매직아워

몽골에서 만나는 일곱가지 경험 : 매직아워


몽골에 도착한 관광객 대부분은 여행 첫날밤을 울란바토르에서 보낸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간다. 자연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일출과 일몰은 한 번이라도 놓치기 아깝기 때문이다. 그날의 ‘일출'과 ‘일몰’은 단 한 번뿐이니까.  


멀리 동이 트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은 미스트처럼 얼굴에 내려앉아 부드럽게 잠을 깨운다. 눈을 뜨면 텐트 스킨에 중화된 이른 아침의 푸른색이 눈을 적신다. 하루 중 의식이 가장 맑은 시간. 밤을 지새우던 것들도 설핏 잠이 들고 아침을 기다리는 것들은 아직 깨지 않은 고요의 시간. 이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하루 해가 빨갛게 서쪽 하늘을 물들이다 지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면 어김없이 반대편 하늘은 검푸른 빛으로 물든다. 저렇게 큰 태양이 땅 아래로 떨어진다면 고막을 찢어버릴 만큼 무거운 소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세상은 고요하고 소리 하나 없이 변화무쌍하게 색을 바꾸는 저녁 하늘은 황홀하다.


우리는 인스타나 블로그에 소개된 사진에 반해 여행지를 찾는다. 그 사진은 하늘과 땅의 노출이 비슷해지는 매직아워에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마 새벽 잠에 취해 있거나 저녁식사 중이었을 것이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이미 밖은 환한 대낮이거나 어두컴컴한 밤이다.




매직아워에는 사물의 디테일이 사라지고 색이 살아난다. 색은 감정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우리는 색에 숨을 멎고, 말을 잊고, 눈물을 흘리는 존재다. 그러니 몽골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기억하자. 기회는 오직 하루에 두 번뿐이다.


3박 4일의 여행 일정이라면 딱 세 번의 기회만 주워지는 일출과 일몰. 비가 오거나 구름이 지평선을 덮으면 그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장담할 수 없어 더 애타게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하루에 한 번뿐이라 아쉽고, 거대한 그라데이션을 한눈에 담을 수 없어 아쉽다. 그래서 나는 여행 첫날 울란바토르를 벗어나 자연으로 향한다. 매직아워를 만나기 위해.







4월 출간 예정인 여행에세이(저자 표현준)의 내용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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