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주식

by salti

삼 십대 중반의 나는 친구 관계가 매우 좁지만, 그래도 20년 정도씩 된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 모임.

둘 다 나 포함 셋인 모임인데,

구성이 '육아선배 친구, 갓 육아에 진입한 나, 미혼인 친구' 이렇게 같다.


지난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날, 중학교 동창 친구 모임을 했는데

약 다섯 시간 수다 중 두 시간 가까이 주식 얘기를 했다.

육아 선배 친구 A의 주도로 해외주식을 해야 하는 이유와 미래 주식 가치 등등.

이 친구가 뭔가를 강요하거나 추천하거나 하는 친구가 아닌데, 유난히 주식은 추천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국내장에서 매우 소소하게 주식 매매를 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돌아온 불장에도 꿋꿋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는 내 주식창의 일관성 덕에...

내 주식 감을 의심하며, 투자를 안 하기로 했다.

헌데 고등학교 동창 중 육아 선배 포지션인 또 한 명의 친구ㄱ이, ETF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 어찌어찌, 귀가 얇은 나는 해외주식 계좌를 열었고,

소액인 와중에 소신투자를 해서 사자마자 쭉쭉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챗지피티와 상의하며 주식을 배웠음에도 챗지피티 주식은 안 사는 이상한 나의 소신)

나름 내 성향을 파악하고, 배당주, 안정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음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포트폴리오라는 말을 하기도 좀 부끄러운 쫌쫌따리한 금액이지만...ㅋㅋ)


그런데 문득 엄마가 된 우리는 왜 주식에 집중하나. 생각했다.

사실 언급한 육아 선배 중 한 명은 주식 때문에 애인과 헤어진 일도 있는데.

물론 주식이 유행이자 예금과 같은 개념이 된 탓도 있겠지만, 미래를 생각해서는 아닐까.

아이에게 탄탄한 미래를 선물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같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는 성실하게 할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미래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는 이상주의자였다.

나 한 몸 내가 멕여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나는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거나 하는 책임감 같은 건 없었던,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그런데 내 몸 같은 이 작은 생명체는 지켜야 한다는 본능이 생겼다.

책임감 의무감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기보다, 그냥 본능이다.

위험을 감지하면 아기부터 확인하는 촉 같은.


몇 년 전, 사촌이 국제 환경 단체에 재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아이들이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그때는 그저 능력 있는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을 공감하고, 실행력을 존경한다.

물..론 주식과 환경 단체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만은, 마음만은..ㅎㅎ.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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