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지나간다, 결국 지나갔다.

자책, 우울, 두려움도

by salti

백일 전까지

새벽에 깨서 아기를 보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원래 9-10시에 자서 3-4시쯤 기상하는 새벽형 인간이었으니까.

잠이 문제가 아니었다. 끝날 거 같지 않던, 영원히 메여 있어야 할 거 같은 답답함 두려움.

낳아 놓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데에 자괴감, 아기에게 느끼는 미안함.

한참 모자란 엄마인 거 같은 자책 같은 감정을 눌러 담고

지나간다, 지나간다, 마음으로 외쳤다. 어느 날은 울면서 말로 뱉었다.

아기가 웃음만 배우고 슬픔은 최대한 가능한 한 늦게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아기가 잘 때야 참던 눈물을 털어내던 날들.


그런 날들이 지났다.


이제 7개월에 다다른 아이는, 꽤 잘 웃고, 성질을 부리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을 걸면 씩 웃거나 인상을 쓰기도 하고. 제법 사람 같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듯한 기저귀를 찬 통통한 엉덩이랑

식탁을 팡팡 치는 퉁실한 손바닥이랑

이도 없는데 오물오물 씹는 잇몸이랑

말을 걸면 으,으, 으응. 하는 옹알이랑..

갑자기 성장해 버린 아기를 보면서, 고생하네 우리 아기. 그리고 남편에게 고생했다 우리.라고 말했다.


이유식 시작 후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유모차 등 새로운 아기 용품을 들일 때마다 새로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

예방 접종 후 아프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

체력이 방전된 평일 저녁 다시 찾아오는 우울

경제활동을 못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같은 것들은 여전히 계속되지만


지나간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그리고 예쁘고 토실토실한, 내가 보듬은 것 중 가장 사랑스러운 너는 남는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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