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을 모르는 남자

자꾸 한 걸음 뒤에 내가 있게 만드는

by salti

요즘 내가 원할 때 나를 봐주지 않는, 오로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이 사람을 보며,

사랑이 뭘까, 다시 생각해 본다.

예전엔 '사랑'하면

열정, 그리움, 처음, 내 얘기에 귀 기울이며 웃고 있는 사람. 뭐 이런 추상적인 것들이 떠올랐다면,

이제는

한 손으로 9킬로를 안고 울긋불긋한 세운 팔의 힘줄,

네 웃음 한 번 보겠다고 중력을 거스르며 한껏 구긴 얼굴 근육,

나아가는 궁둥이에 얼굴을 처박고 킁킁 응아 냄새를 맡으며 쫓아가는 모습,

이런, 뭐랄까 좀 터프한 것들. 책임감이 떠오른다.


사랑, 희생, 이런 건 잘 모르겠고 확언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는 내가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네가 없으면 못 살 거 같은 기분.


벌써부터 엄마가 뒤에서 아무리 불러도 장난감을 향해 나아가는 널 보니...

효도는 안 바란다 아가. 잘 커라. 훅훅 앞으로 어딘가로 나아가라. 혼자 서라.

나도 항상 네 뒤에 있겠지만, 딴짓도 하고, 내 일도 하고 그럴 거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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