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집 1판(20년 발행)과 2판(23년발행)을 비교해 알아보자
뭐해먹고 살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진로는 평생 고민입니다. 정해도 하고 안 정해도 해요. 그렇게 늘 뭐 해 먹고 살지 고민하는 우리를 위해 이 문답집이 탄생했습니다.
그 이름하여 뭐해먹고살지? 문답집.
(직관 그 자체!)
제가 저자인줄 오해할 수 있으니 덧붙이자면, 이 책의 저자는 김인숙 대표님이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퍼스널 브랜딩 클래스, '드림브랜딩'을 책으로 옮긴게 뭐해먹고살지 문답집입니다. 원래 클래스를 한 50기 정도 진행하시다가, 수강생이 너무 많아서 더는 이름도 안 외워지고 예전만큼 신경을 써주기 힘들다며 클래스를 닫으셨어요. 그럼에도 찾는 분들이 계속 있어서 혼자서도 자기 진로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문답집을 만든거고요.
그만큼 내용이 탄탄해서 판매도 매우 잘 되었습니다. 대형서점도 독립서점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1판 1쇄 1천세트, 2쇄 1천세트 모두 잘 팔았어요(2권이 한 세트라서 부수로 세진 않을게요).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뭐해먹고살지 1판은 제가 2019년에 인디자인을 처음 배운 뒤에 겨우겨우 만든 책이라는 것을!
다행히 책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기에, 2022년 연말쯤 다시 이 책의 2판을 새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덕분에 2023년 발행일정으로 책을 다시 작업하게 되죠. 그 당시에는 만회할 기회 같아서 참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은, 이렇게 다른데요.
2025년에 출판 수업을 하다가, 문득 생각나 살펴보니 이렇게 변화된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나마 정리해 봅니다. 저처럼 독학으로 편집디자인을 처음 공부하는 누군가도 '과연 이렇게 공부해서 써먹을 수 있기는 한 것인가', '결과물이 처참한데, 이런 내가 계속 공부를 해도 되는 건가' 생각될 때 참고할만한 자료가 되기를 바라며...
1판을 보면 워크북과 스토리북의 판형이 서로 다릅니다. 초기에는 둘 다 B5로 기획하였으나, 제가 그 큰 지면에 글을 늘어 놓으려니 아무리 아무리 해도 글줄이 너무 길어지더라고요. 워크북은 표를 많이 넣기 때문에 괜찮은데, 스토리북은 각 챕터별 상세 설명과 예시가 글로만 적힌 거라서... 그에 맞춰서 A5로 크기를 줄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도... 음...) 다행히 2판을 찍을 때는 조판 경험이 좀 더 늘기도 했고, 레이아웃을 좀 더 편안하게 짜게 되면서 두 책의 판형을 동일하게 맞출 수 있었어요. 151*225, 신국판 사이즈로요.
워크북을 보면 전후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B5에서 신국판으로 판형이 작아졌는데도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표의 크기는 더 커졌거든요. 아무래도 좀 더 완성도가 높아 보이죠.
스토리북 조판 상태도 비교해 볼까요? 일단 좌우 펼침면의 글줄 위치가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하고(사진에 보이는 1판의 페이지는 그렇지 않은데 뒤로 가니까 그런 페이지가 있더라고요), 글자의 크기도 좀 더 커졌어요. 훨씬 정돈되어 보이고 읽기도 쉽죠. 들여쓰기를 무리해서 사용했던 것도 어느정도 교정이 되었고요. 1판 때는 저런 걸 하고 싶었나봐요.
또 서식을 보면 보다 통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스, 밑줄, 형광펜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않고요. 색과 선 그리고 서체를 활용해서 강조를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네요. 이건 제가 원고 편집과 편집 디자인을 다 하는 사람이라서, 원고를 편집할 때부터 디자인하기 좋은 구조로 내용을 교정하게 되니까 일어난 일 같아요. 언젠가부터 그걸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워크북 역시도 사용자의 글이 좀 더 눈에 잘 띄도록 표는 주황색으로 그렸고, 예시 역시 주황으로 썼습니다. 저도 드림브랜딩이라는 프로그램을 두 세번 참여해본 사람으로서, 표를 채우고 시간이 지나 종종 다시 꺼내보곤 했거든요. 덕분에 다시 볼 때 빠르게 파악하고 적용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할 수 있었죠.
속표지(도비라)는 챕터가 바뀔 때 대문역할을 해주는 페이지를 말하는데요. 1판의 속표지는 그냥 글줄을 세로로 썼을 뿐이었지만, 2판 스토리북에서는 동일한 챕터의 워크북에서 채우게 될 표의 뼈대를 따와서 채웠습니다. 둘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책이라는 걸 드러낼 수도 있고, 중문으로서의 기능도 잘 해서 사람들이 가이드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요.
이 과정에서 알게된 건데 제가 1판 때는 페이지를 그냥 비워두기도 했더군요. 나름대로는 오른쪽에서 챕터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는 룰을 정해뒀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2판을 만들 때는 페이지 낭비가 덜한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뭐, 의미있는 여백이라면 없앨 이유가 없겠지만 실용서에서 굳이? 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변화 역시도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면 2023년에 한 것도 좀 미흡하고 뭔가 부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발전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어떻게 그랬나하면, 사이에 클라이언트의 책을 6권권 쯤 제작했던 듯 하고 제 책도 2-3권 정도 냈기 때문이죠. 결국에는 조판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뻔뻔함. 어차피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제가 엄청 잘해서 오는 게 아니거든요. 포트폴리오가 뭐 변변하게 있던 상황도 아니었고요. 대신 최선을 다하면서 써보고 싶은 종이도 써보고 레이아웃도 따라해보고, 폰트도 사서 써보고 그랬던 거죠.
제가 서체 디자이너 이용제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던 것도 텀블벅에서 폰트사다가 뵌 거였어요. 거기에 활자공간에서 만든 폰트가 많이 올라왔었거든요. 본문에 쓸만하면서도 개성이 있는 폰트를 거기서 처음 봤고, 그래서 활자공간(마켙히읗)을 좋아했어요. 저 교수님 이름이 잘 보이네. 잘 하는 분인가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슨 온라인 북토크 같은 걸 참여했을 때 뵙게 된 거였어요.
책, 책은... 사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뭘 알고 본 거 같진 않은데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이런 친구들은 다 봤습니다. 그러면서 왜! 왜! 한글타이포그래피 대중서는 없어! 같은 생각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레서 같은 질문을 이용제 교수님께 여쭤봤는데, 타이포그래피라는 학문이 너무 넓은데다가 한글이 지금의 모양으로 자리잡은 역사도 길지 않아서 정리할 게 너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만드셨던게 타이포그래피 용어정리 였는데, 그건 한글을 기반으로 하니(라틴도 있긴합니다) 제가 지금 공부를 시작하는 비전공자라면 그걸 볼 거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책은 실전이 없으면 한줌의 모래처럼 머릿속에서 날아갑니다. 그러니 직접 책을 많이 만들어보거나 인디자인을 활용해 보면서 '재미있는' 디자인을 '잘 한 것 같은' 책을 많이 구매하고 뜯어보고 적용해보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평가도 좀 귀기울여 듣고요. 무엇이 누구에게 왜 좋은 디자인일까 생각해 보면서요. 그걸 진짜 고통스럽지만 돈 벌면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북페어 입니다. 눈앞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제스쳐 그리고 직접적인 언어로 피드백을 들을 수 있거든요!
한 번은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친구가 "이 책에서 행간을 넓게 주시는 이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뭐 이유가 있긴 했지만 그 친구의 질문의 의도가 궁금해서 좀 더 대화를 나눠보고는 이런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습니다. 세대별로 좋아하는 미감이 다른데, 행간도 그중에 하나가 될 수 있겠구나.
이게 뭐랄까, 그냥 알고 있는 거랑 가서 듣고 생각해보는 거랑 정말 다릅니다. 제가 그 장소에서 그 얘기를 듣고 뭘 생각해 봤겠어요. 물론 작업할 때 해보기야 했지만, 다시 한 번 지면을 보면서 행간을 좀 더 좁히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보고, 더 나은지 아닌지 판단해보고, 다른 책에도 비교적 좁은 행간을 적용할 지점이 있는지 생각해 볼 거 잖아요. 그러다보면 당연히 전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거고요. 어쩌면 배움은 그렇게 이뤄지는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만들고 부딪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연히 지인찬스가 먼저고, 그것도 어려우면 프리랜서 플랫폼을 이용해 보셔도 되겠죠. 저는 제 책을 써서 제 프로젝트를 꾸준히 했고요(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었달까). 처음 디자인을 배워서 혼자 도전해보고 싶다면, 요즘 디지털 플래너나 기록장 또는 문구 키트도 인기가 있는 것 같으니 그런 방향으로 작은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디지털 플래너를 팔거나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플랫폼 부터 찾아보겠죠. 그러다 보면 실물 플래너 작업이 들어올 수도 있는 거고요. 뭐든 시작하기 좋은 곳을 먼저 찾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엔 도대체 이게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싶은 게 나올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 첫번째 클라이언트 결과물인 뭐해먹고살지 1판도 2천부가 팔렸습니다. 사람들이 그랬어요.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쓰라고 그렇게 만든줄 알았다고. 저는 거기서 참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던 거 같은데, 운도 제가 시도하지 않았으면 못만났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일단은, 시작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독학으로도, 밥 잘 먹고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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