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이 Oct 25. 2022

무엇을 해도 하지 않아도 좋은 혼자

[31/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만나는 사람이라곤 TV 속에 나오는 사람이거나 가족들 뿐이 전부다. 친구들은 지역 곳곳에 흩어져 살림과 육아에 바쁘고, 제일 한가한 건 나이니 찾아가서 만나면 되지만 내 체력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기본 족히 1시간 반씩 되는 거리들을 찾아가는 게 여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집 안에 갇혀 버렸다.


혼자가 나쁜 것은 아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뒹굴어도, 어제저녁에 먹은 설거지가 다음날 낮까지 개수대에 있어도, 삼일 째 씻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계속 마음 한편에 숙제처럼 두고도 그림을 그린다거나 아껴두었던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고, 고양이들과 낮잠을 잔다. 그래도 역시 핀잔을 주는 사람은 없다. 무엇을 해도 하지 않아도 좋은 혼자만의 특권이다. 물론 나를 먹여 살릴 사람도 나뿐이지만 단점은 너무 많으니 좋은 것에만 집중해보자.


치킨을 시켜도 닭다리 2개 모두를 내가 먹어도 되고, 피자는 두 조각씩 나눠 냉동실에 저장해둘 수 있으니 절약적이다. 예쁜 컵은 하나씩만 사서 기분에 따라 꺼내 쓸 수 있고, 집 가구를 내가 편한 동선으로 이리저리 옮기며 기분 전환을 할 수도 있다. 신발장도 넓게 쓸 수 있어 남는 칸은 짐스럽지만 없으면 불편한 생필품을 쟁여두기에 딱이다. 기분에 따라 음악을 크게 듣거나 모든 소음을 끄고 조용히 명상에 빠질 수도 있다. 옷마저 거추장스러운 여름엔 샤워 후에 맨몸으로 나와도 되고, 겨울에 전기난로는 내 발 앞에 전용으로 사용해도 된다. 명절에는 그 전주에 부모님만 딱 보고 꿀 같은 연휴를 즐길 수 있으니 럭키!


혼자 있는 방법을 잘 아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는 하나 매번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 수는 없다. 물론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 더 즐겁다. 그러나 혼자만의 세상에서도 일상의 소소함을 즐길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대인 관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기가 더 쉽지 않을까? 내 인생에서 내가 즐겁고 좋은 게 늘 먼저야야 하잖아.




작가의 이전글 무질서 속의 질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