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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늑대아이 Sep 14. 2023

울음소리_10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선정작 #단편소설

 




 새벽 공기는 예상과 달리 상쾌했다. 환경미화원들은 기계적으로 쓰레기를 차에 싣고 있었다. 선경은 찬찬히 남편과 아기가 가 볼 만한 곳을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겨우 몇 분 지났을 뿐인데 운동을 한 것처럼 몸에 땀이 배어 나왔다. 선경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느꼈던 남편과 아기가 보이지 않자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그녀의 얼굴을 뒤덮었다. 선경은 점점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소리 때문에 스스로를 더욱 두렵고 애타게 만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를 찾아야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벌써 남편이 아기를 데리고 나간 지 몇 시간째였다. 바로 찾아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조금만 늦어도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의 모습이 생각나자 온몸이 따갑고 아팠다. 태평하게 잠에 빠져 있던 자신에게 엄마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반복되었지만 그녀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빠진 선경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주저앉은 채 힘껏 아기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사방이 꽉 막힌 아파트는 그녀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담아내기만 할 뿐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선경의 귀에 맴돌았다.  


 그때 저 멀리서 남편과 비슷한 체구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남편 같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기도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불렀지만 상대방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선경은 몸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일어나 그에게 찬찬히 다가갔다. 점점 다가오는 그는 빈손이었다. 문득 아기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경은 그가 남편이면 어쩌지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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