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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리절트 이승민 Dec 29. 2020

홈런볼이랑 밥을, 초코송이랑 김치를

하기 싫은 일을 확실히 해내고, 잘 안되는 일을 성공시키는 비법 

며칠전 김치치즈볶음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단 게 땡겨서 주방서랍 속 홈런볼과자를 꺼냈다. 아이들은 아직도 밥을 먹고 있는 중인데 과자를 꺼냈으니 집사람의 핀잔이 날아오는 건 당연. 오후에 일을 좀 해야하니 당 좀 섭취하겠다며 대충 둘러대고 한주먹씩 집어먹었다. 


반쯤 먹었을 때였을까. 아직 밥을 다 안먹은 둘째 녀석이 뭔가 조바심을 느꼈나보다. 혹시 아빠가 자기 홈런볼을 다 먹어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갑자기 홈런볼을 한주먹 쥐더니 자기 밥그릇에다 재빨리 일부를 옮겨놓았다.   


나:      "아이고 녀석아, 밥 다먹고 먹어. 아빠가 네꺼 남겨놓을께."

둘째:   "아니야, 밥하고 같이 먹으면 돼~"

나:      "...으응?"


그리고는 홈런볼을 김에다가 밥이랑 같이 싸먹고, 김치랑 같이 먹고, 간장에도 찍어먹었다. 그것도 맛있게.  그 황당한 조합을 어찌 그리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그렇게 둘째는 밥 한그릇을 싹~ 비웠다.  요즘들어 밥을 잘 안먹었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먹으라,먹으라해도 잘안먹던 밥을 홈런볼 하나로 클린샷한 것이다. 

(홈런볼이랑 김을 싸서 간장에 찍어먹는 아들)



하기 싫은 것을 좋아하는 것에 갖다 붙여라. (상상초월조합도 괜찮다)


이 말은 보통 '습관' 이나 '자기계발' 관련 책에 종종 등장하는 말이다.  반드시 운동을 해야겠다면,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스쿼트를 해보라는 식이다. 그런데 문득 이것을 비즈니스적으로 확장시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기 싫은 걸 좋아하는 것에 갖다 붙이면 '습관'이 되지만,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걸 좋아하는 것에 갖다 붙이면 '비즈니스'가 된다. 습관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비즈니스적인 프레임으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미 그런 모델이 꽤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비타민을 사탕에 => 어린이 비타민

치약을 단맛에 => 어린이치약

영어를 팝송에 => 굿모닝팝스

영어를 만화동화에 => 리틀팍스



이를 좀더 확장 응용해보면, 약점을 강점에 갖다 붙일수도 있다.  그리고 사이드 제품을 메인 제품에 끼워서 매출을 증가시킬수도 있다. 그 유명한 맥도날드의 "감자튀김도 함께 주문하시겠습니까?" 라는 설득판매법도 있지 않은가.  맥도날드에 가면 직원은 햄버거만 주문하는 사람에게 기계적으로 저 질문을 같이 한다. 그러면 대부분 '네 같이 주세요' 하고 주문하게 된다. 그 질문 하나가 맥도날드 매출의 20프로를 더 높여준다.  잘 안팔리는 물건이 있다면 잘나가는 물건에  한번 붙여서 팔아보라. 트렌드가 지나간 재고품이 있다면 핫한 트렌드 제품에다 붙여보라.  우리 둘째녀석이 '밥을 홈런볼에'를 통해 '효과적밥먹기'를 실현해낸 것처럼 상상을 초월한 조합은 답을 안겨줄 수도 있다.   



나홀로 손님이 가득한 등산복매장의 성공비결

쇼핑센터에서 등산복을 파는 여러 매장 중 유독 한 곳이 탁월하게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뭐 특별한 등산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매장에만 손님이 그렇게 많았던 걸까? 알고보니 그 점장님은 따로 등산모임을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매출향상을 위해 외부 요소 중에서 뭔가 내 매장과 연결시킬만한 요소를 찾아보았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던 그는 문득 등산동호회를 떠올렸고, 동호회를 통해 돈독해진 고객들은 그의 단골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온오프를 믹스하고, 외부요소와 낮선 조합을 실행하여 그는 매출부진을 탈출할 수 있었다.  




성장하고 싶은가? 꼭 해야하는데, 매일 미루고 있는 성장치트키가 있는가?  그럼 꼭 해야만 하는 그일을 당신이 좋아하는 일에다가 한번 갖다 붙여보라. 유머사이트에서는 어릴 때 플레이보이 성인잡지를 원서로 읽다보니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재미없는 영어공부를, 가장 관심많은 주제에다 잘 붙인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는 좋아하는데  책은 잘 못읽고 있다면, 독서모임에 나가보라.  게임은 좋아하는데, 운동을 안하고 있어서 답답하다면 어떻게든 그 둘을 합쳐보라.  운동을 게임처럼 세팅하는 것이다. 지기싫은 친구와 내기를 걸어 승부모드를 만들던, 게임처럼 레벨제로 운영되는 운동앱을 깔던, 재미없는 운동을 재미있는 게임이랑 잘 합치기만 하면 된다. 처음엔 좀 엉터리 방법이어도 괜찮다. 뭐든 계속 하면 느는 법니까.  

오늘도 당신의 성장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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