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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리절트 이승민 Sep 01. 2020

한 주동안 7번을 산에 가보았더니...

산을 오르며 깨달은 소소한 철학들

 홍석천씨가 이태원의 마지막 가게까지 결국 문을 다 닫기로 했다고 한다. 메르스랑 경제위기까지 모두 이겨냈던 그였지만 이번 코로나만큼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고...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다들 깊이 공감했을 것이다. 혹자는 나도 그런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닐지 깊은 공포감을 느낀 이도 있을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나 역시 답답한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정보들을 써칭해 보고 있다. 그런데  도통 몰입이 되질 않는다.  깔끔한 답이 안보이니, 재미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래서 더 답답한지도 모르겠다.    

 문득 산을 오르자는 생각이 들었다. 폭염 속,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로 무작정 집앞 우면산으로 올랐다. 개인적으로 사회에 나와서 들었던 가장 소중한 가르침 중 하나는 김승호 형님께 배운 내용이다. [생각의 비밀] 저자 특강에서 들었던 한 독자분과의 일문 일답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큰 비지니스를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은데 그럴 땐 보통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저는 그럴 때 풋샵을 좀 더 하고, 의식적으로 가슴을 좀 더 펴고 다닙니다. "


힘들 때일수록 멘탈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멘탈을 잡기 위해 멘탈을 어찌해보려 하면 그게 잘 안된다. 오히려 그 멘탈을 둘러싸고 있는 육체에다 힘을 주는 것이 더 실속있는 해결책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생긴다. 즉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기본 중의 기본 원리이다.


충동적으로 오른 일주일 간의 산행이었지만, 나는 그 덕에 충분한 에너지 충전을 경험했다. 그리고 산을 오르다보니 산행과 관련하여 몇가지 의미있는 깨달음들을 얻기도 하였다. 이를 글로 공유해 보려한다. 


2020년 8월, 우면산 소망탑에서 





1. 올라간다는 것은 매번 힘들다. 

5번째 정도에는 내심 더 쉽게 오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힘든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탁월한 전문등산가들도 산을 오르는 것은 똑같이 힘들다고 한다. 물론 체력도 좋고, 기술도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도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들의 위대함은 그 힘든 걸 계속 이어나간다는 사실 뿐이다. 



2. 등산코스보다 내 컨디션이 더 중요하다. 

동일한 코스였는데,  체감적인 강도는 매일이  달랐다. 즉 상황보다도 그 상황 속 주체인 내 컨디션이 가장 중요했다는 말이다. 일이란 것도 그럴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을 다했다면 우리는 보통 충분히 했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충분했던걸까?   그렇게 열심을 다한 사람의 컨디션, 즉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을 수 있다. 탁월한 운동선수들은 시합 전에 자기관리라는 것을 따로 한다. 열심만으로는 온전한 최선이라 말하기에 부족하다는 걸 그들은 아는 것이다. 매일 사무실 속에 쳐박혀서 구린 건강상태로 뭔가 최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내 모습이 참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3.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 

일곱 번 중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과 단 둘이 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손을 잡고 갔는데, 손을 잡으주니 아이는 훨씬 의존을 심하게 했다. 1학년이나 되는 녀석이 왜그리 제 몸 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지,  넘어질 뻔한 것만해도 5번은 족히 더 되었다. 나는 애가 다치지 않게끔 더욱 신경을 써야했고, 그만큼 힘을 더 주어 아이를 돌보며 가야 했다. 아마 아이는 나와 반대로 아빠랑 함께하니 오히려 훨씬 힘이 덜 들었을 것이다. (아이가 아빠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아빠가 아이손목을 잡아서 지켜주는 거라는 건, 언제 생각해도 감동이다. 그게 아가페 사랑이겠지. ) 

그런데 신기한 건 그날 분명히 가장 힘든 날이었는데,  녀석이 보기엔 오히려 가장 힘이 쎄보인 날이었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발산되었나보다. 녀석은 그날 아빠를 슈퍼맨이라 불러주었다.   


모자란 이를 함께 끌고 간다는 것은 분명 더 힘든 길이다.  그런데 모자란 이를 사랑으로 이끌고 가려하면, 영문모를 초인적인 힘이 붙는다. 그렇게 서로서로 돕고 살라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걸까.  




4.오르막 속에 찐이 담겨있다 . 

오르막길은 힘들다. 그런데 실질적인 운동효과는 다 오르막에서 나온다. 하체에 힘이 붙고, 숨이 차오르는 유산소 운동효과도 다 오르막길에서만 생긴다. 넷째날이었나, 그때부터 오르막길에서의 힘든 과정을 운동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헬스장이라 생각하며 즐겼더니 훨씬 덜 힘들게 느껴지고 기분도 좋았다. 그저 꼭대기까지 오르자는 마음으로 막연하게 걷는 것과 오르는 과정에서의 유익을 딱 집중해서 생각하며 걷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5. 보조수단 하나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오르니 훨씬 힘이 났다. 헬스장에서 요란한 댄스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뭔가를 이루고자 할 때, 그저 내 안의 무기만을 휘두르지 말고, 좀 더 성과를 높여줄만한 보조수단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운동을 할 때 신나는 음악이 도움을 주는 것처럼, OO을 할 때 ㅁㅁ가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하고 나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ㅁㅁ를 찾아내기만 하면 그때부터 더 쉽게 갈 수 있다.   




6. 시간기록의 중요성. 

처음 이틀은 그냥 올랐고, 그 다음부터는 출발지부터 소망탑까지의 도달시간을 재면서 걸었다. 재밌는 사실은 도달시간을 체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영문모를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을 어제보다 더 단축시키고야 말겠다는 이상한 의지가 마구 발동했다. 여러 자기계발서적에서도 시간기록과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나온다. 특히 타이머에 관련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드라마틱하게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타이머를 켜고 책을 읽고 난 뒤부터 책 한권을 읽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단 몇일만에 점점 속도가 붙어서 이제는 보통 2-3시간 안에 책 한권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일찍 이걸 알았어야 했는데... (신동선 박사님의 크랩독서법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음)

일을 할 때  타이머를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내 책상에는 새로 온 타이머가 한대 놓여있다. 




7.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내리막은 정상정복의 목표를 성취하고 내려오는 편한 길이다.  별로 힘이 들지도 않고, 땀도 안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훨씬 좋아한다.  나도 내리막길이 훨씬 좋다.  그런데, 정말 내리막이 더 좋은가하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안좋은 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운동효과도 미비하고( 오히려 관절이 나갈 위험이 더 큼), 발을 잘못디뎠을 때의 충격도 훨씬 크고(발목부상), 한번 넘어지면 크게 다친다. 그래서  슬슬 망해가는 사람을 내리막길로 비유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별 생각없을 때는 그저 내리막이 좋았는데, 내리막은 사실 별로 좋은 게 아니었다. 살면서 이렇게 착각하며 넘기는 사실들이 얼마나 많을까. 

(예를들어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친구로 부터 들은 진심어린 조언이나 충고가 꼭 좋은 것은 아닐수도 있다. 의도는 너무나 좋았어도, 그 메시지 자체는 수준이 낮은 내용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은 그 의도가 좋으니 메시지까지 '감사히'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니 참 좋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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