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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un 24. 2024

#6 출산 D-100, 우리의 첫 만남을 기다리며

임신 25주 4일차에 접어들었다. 바람 잘 날 없었던, 온갖 이슈로 가득했던 임신 초기를 넘어 어느덧 임신 중기에 진입한 것이다. 흔히들 이 시기를 '안정기'로 여긴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선 사실 동의하지 않는다. 임신 안정기라고 해도 출혈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임신 중기에도 여전히 초기 때만큼이나 조심하고, 자신을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내 생각과 현실은 자꾸 반대로만 흘러가는 것일까. 갑작스러운 승진으로 인해 업무량이 임신 전보다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소통해야 할 채널들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으며, 운동량도 늘어났다. 게다가 출퇴근 거리가 어마어마하니, 이마저도 나의 안정과 휴식에 방해가 됐다. 결국 수시로 배가 뭉치는 현상이 찾아왔고, 급하게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 일을 겪고 난 후로, 독하게 결심했다. 출산까지 D-100일이 남은 이 상황. 절대적인 안정과 관리가 필요할 때인 만큼 다른 것 후순위로 미뤄두고 나를 살피는 데 집중하겠다고. 


잘 먹고, 푹 자고, 충분히 쉬어주고. 

세 가지를 반복적으로 해주기로 홀로 다짐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도 신경 써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지, 어떨 때 즐겁고 행복한지. 


오직 내게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이젠 나를 잘 돌보며, 배 속의 아이와의 첫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내일은 대망의 임신성 당뇨 검사 날이다. 

지독한 토덧에서 먹덧으로 전환한 이후로, 식욕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


어젯밤에도 새벽 1시쯤에 몰려오는 극한의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 준 비빔면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배고픈데 마냥 굶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통과하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채혈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걱정이 깊어진다. 


과연 단 한 번 만에 공포의 임당 검사를 깔끔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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