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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r 25. 2024

#5 너를 만나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느끼며

임신 이후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중 가장 달라진 것은 나의 일상. 


요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손을 배를 가져다 대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록 아이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오늘은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누굴 만날지, 무얼 먹을 예정인지 전해준다. 이제 서서히 귀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부턴,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시간이 조금씩 더 늘고 있다. 


분명 처음엔 30초로 시작했는데, 이젠 10분이 넘도록 아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보고 있는 중이다. 이 일방적인 대화의 엔딩은 애정 표현이 장식한다. 샤워할 시간이 다가와도, 아이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건네는 과정은 결코 건너뛰지 않는다. 내 안에 이런 면이 있나 싶을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일하는 도중에도 배에 손을 얹고 아이에게 말을 건네본다. 


"꼬물이(태명), 뭐해? 엄마는 지금 일하고 있어."

"꼬물아, 엄마는 오늘 너무 바빠. 그래도 힘내볼게"

"꼬물아 점심은 뭐 먹고 싶니? 엄마는 오늘 라면이 먹고 싶은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게 당연한 거지만, 하다못해 움직이기라도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괜히 투정도 부려본다. 


"엄마 말 듣고 있는 거야? 듣고 있으면 조금만이라도 움직여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널찍한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그리고 하루 동안 수고한 나와 아이를 위로한다. 입덧은 심하지만, 되도록 아이에게 이로울 것 같은 음식들을 찾아 먹기 위해 노력한다. 활자를 보면 속이 울렁거리지만, 그래도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다는 책도 몇 줄 읽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근한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다정함이 듬뿍 묻어있는 아빠의 목소리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나면, 이젠 깊은 잠에 빠질 시간이다. 아이가 생긴 후, 취침 시간이 전보다 훨씬 더 앞당겨졌다. 이젠 저녁 8~9시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 좋아하는 영상을 볼 여유도 없이 뺨을 베개에 묻고 잠들어 버린다. 


아이가 생긴 후, 확연히 달라진 일상.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싫지 않다.

아니, 좋아도 너무 좋다. 

일방적인 대화라도 괜찮다. 배 속의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일상.

아이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하루하루. 

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놓고 또 글로 기록할 것이다. 

언젠가 아이에게도 공유해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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