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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r 20. 2024

#4 내가 선택한 태교는

주변인들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고 난 뒤, 축하와 함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태교가 중요하다"였다. 특히 이미 아이가 있는 분들은 태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셨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그동안 태교에 전혀 신경 쓰질 못했었다. 임신 확인 직후부터, 지독한 입덧이 시작됐기 때문. 물만 마셔도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고, 냉장고 문만 열려도 코를 막거나 변기를 부여잡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태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가끔 남편이 배 위에다 손을 얹고, 동화를 읽어주거나 아이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입덧 탓에 지속할 수 없었다. 


어느덧 임신 12주 차에 접어들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먹은 음식을 모조리 게워내야 할 정도로 입덧이 심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할 만큼 속이 평온하다. 울렁임도 없고, 오히려 식욕이 샘솟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그동안 생각했던 음식들을 차례대로 먹었다. 김밥부터, 부대찌개, 그리고 각종 간식류까지. 먹고 또 먹어도 입덧이 올라오질 않았다. 


'드디어 입덧으로부터 해방인 것인가.'


속단하긴 이르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잠잠하다가 또다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또 만삭까지 지속되는 분들도 분명 있다고 했고. 그래도 오늘 하루 이렇게 속이 평온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입덧이 멎은 오늘부터, 본격적인 태교에 돌입하기로 결심했다. 태교법에 대해 찾아보니 다들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세계적인 명화를 감상하거나, 좋은 음식을 엄선해서 먹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많은 글들 가운데, 유난히 내게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바로 이것. 


"엄마가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태교라는 것"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행복한 일이라...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 


고심해 보니, 나는 몰입해서 글을 쓰고 무언가를 배울 때 가장 행복했다.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좋아하는 소재로 글을 써내리는 순간, 

그동안 궁금했던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순간. 


글을 쓰고 공부할 때만큼은 온전히 행복했다. 

내가 행복한 일을 지속한다면 글에서 본 것처럼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태교라 판단했다. 


그 즉시, 오랫동안 덮어두었던 소설 작업 파일을 열었다.

결혼 준비에 밀리고, 임신에 밀렸던 내 소설집.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소설 파일을 다시 연 것이다. 


그리고 함께 글을 쓴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소설 강의 결제까지 마쳤다. 


그렇게 나만의 태교에 돌입한 것이다. 

물론,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이 작업들을 지속해서 행복하다면, 

나의 배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아이도 아주 조금은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까. 


나의 행복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진다면, 

그래서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태교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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