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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두고 복직해야 하는 엄마의 막막함에 대하여

by 유정세이스트

복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출산을 했을 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일 같았다.

아니, 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 순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엄마에서 직장인으로 돌아갈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내가 복직할 무렵이면 아기는 10개월에 접어든다. 돌도 되기 전의 어린 아기를 두고 일터로 나서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복직 이슈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찍 어린이집에 보냈지만, 그것조차도 내겐 너무 힘든 일이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홀로 보낸 첫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참 많이 울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울 수 있었나 싶을 만큼, 울고 또 울었다. 미안했다. 고작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게 죄스러웠다. 한없이 무거운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이게 맞나, 정말 이 방법밖엔 없는 건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중간 입소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일찍 기관 생활을 시작하게 했지만,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벌써 3개월이 흐른 지금도 오전에만 잠깐 보낼 정도로 가슴이 쓰라리다.


다행히 아기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서 이젠 이유식도 잘 먹고, 배변 활동도 활발히 하고, 낮잠도 푹 자는 상황.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엄마인 '나'다. 내가 적응에 실패한 것이다. 하루 종일 붙어있던 아기를 기관에 보내는 것이 너무 낯설다. 그리고 미안하다. 죄인이 된 기분이랄까.


원장님과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제 오후까지 보내도 될 것 같다고, 전문가인 당신들이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재차 강조하신다.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분들이 우리 아기를 잘 살펴주시리라는 것을. 그래도 선뜻 오후까지 보내겠다는 말이 튀어나오질 않는다. 오늘도 크게 다짐하고 오후 1시까지 데리러 가겠다고 말씀드렸으나, 결국 견디지 못하고 20분 일찍 집을 나서 아기를 데려오고야 말았다.


이제 정말 복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큰일이다.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에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것도 두렵고, 아기를 연장반에 보내는 것 또한 망설여진다. 이렇게 두려움만 가득한 엄마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회사에 가서도 아기 생각에 일이나 똑바로 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고민이 깊어진다.


두려움과 막막함이 밀려오는 요즘, 밤에도 자꾸 가위에 눌린다. 남편 역시 고민이 깊어 보인다. 밤이 깊어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아 보인다. 이렇게 고민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겠지. 누구보다 그걸 잘 알면서도 좀처럼 두려움과 막막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럴 땐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타지에서의 생활이 서러워진다. 아기를 낳고 키우며 유난히 더, 고향이 그립고 엄마의 품을 파고들고 싶어진다.


이런 나, 너무 비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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