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ie Jeong Dec 31. 2022

나는 정말 운이 좋은걸까?

22년 나를 따라다닌 꼬리표를 자르는 글

회고랄 것도 없이 다가와버림..

22년 마지막 날, 흘려보내는 것보단 기록해 두는 게 낫다 싶어 핸드폰으로 끄적임. 회고라기보단 올해 스쳐간 기억의 조각들.


#매몰된 사람에게 성장은 없다

관심이 없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고 스위치를 끈 사람에게 성장은 없다. 내가 약한 영역은 다져서 익힐 것. 매몰된 사람을 딛고 더 크게 성장할 기회는 많다.

모르는 거 부끄러워 하지 말 것, 모르니까 모른다고 눈감지 말 것. 카피하는 사람이 되자. 표절 아니고 잘하는 무언가를 하는 사람의 패턴을 보고 배우고 익히면 내 것이 된다. 그걸 누군가에게 다시 알려줄 때 비로소 내것으로 소화한 거니까.



#니들이 알파세대를 알아?

알파세대를 낳아서 키우는 입장에서 MZ세대에 대한 고찰만큼이나 알파세대에 대한 연구조사에 코웃음을 친다. 낳아서 키우긴 싫으면서 돈이 되는 인구 같으니 연구한다는 그 태도에 아주 강한 냉소를 가짐.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내가 아주 좋은 위치의 이른바 사기캐라고 생각했던 해였음. 적당히 아이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또는 생경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엄마라서.



#CAC, 리텐션, ROAS…다 필요없고 각인

1+1=2 이고 # 000000이 검은색이고 # 808080 은 회색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나를 잊기 쉽다. 불렛포인트, 요점만 간단히, 그래서 숫자는? 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자신감도 떨어진다. 내년에 내가 좀 더 용기내야 할 부분은, 불렛과 숫자로 점철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틀렸을 수 있다’를 증명하는 것. 1+1은 -10일수도, +100일수도 있다. 칠흑같은 하늘도 검은색, 잘 짜여진 목도리도 검은색이지만 차가운 검은색과 따뜻한 검은 색은 다름을,다 같은 #000000이 아님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알아주길. 그래서 원하는 산출값이 나오지 않는다고 무언가를 멈추게 하는 일은 없길. 그게 우리가 사실은 성급히 옳은 과정을 막아 선 것이라는 걸 알길. 느린 패턴인 줄 알면서도 빠른 정답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퍼지는 파동처럼 퍼지는 일, 굳이 따지자면 브랜딩, 컨텐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말과 글로 하는 일들… 연필이 소멸되며 쌓이는 시간들에 대한 중함을 알 수 있도록 할 것. 그게 23년의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럼에도데이터데이터데이터

그럼에도 연필이 소멸되며 쌓이는 더딘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 인구의 절반이다. 그럴려면 데이터, 숫자, 잘 정돈되고 정리된 말이 필요하다. 스스로 많이 TJ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일하다 보면 FP에 가깝다. 잘 씹어먹고 소화해서 액기스만 풀어서 이야기하는 것, 그게 23년의 내가 더 단련해야 할 부분. 매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으니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



#질투보단존경

또래중에 잘나가는 친구들 진짜 많다. 지난 해에 전 회사 대표와 조금 늦은 환송 술을 했는데, "인혜는 솔직히 관종이 맞아" 라고 말했다.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뼈 있는 말이라는 것도 안다. 나랑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내가 조금만 머리를 굴려도 생각을 읽을 줄 아는 분이었다는 것.

진짜 나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이 되면 과거는 까맣게 잊고 현재의 환경보다 더 나은 제반에 있는 친구와 나를 자꾸 비교한다. '쟤와 나는 달라'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왜 나는 쟤같지 않지?' 라고 나를 괴롭힌다. 꽤 에고가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역시 부족한 닝겐..

그래서 앞으로 질투의 마음이 또 삐져 나오면 '아 저건 내가 씹어먹어야지. 존경존경!'하고 냉큼 생각하기로 했다. 부정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기 전에 얼른 발가락만 담구고 긍정의 벌판으로 도망칠 것.



#변곡점~

22년은 홍보와 PR로 쌓아올린 커리어의 변곡점이었다. 정치에도 관심이 없고 정책에도 관심이 없고, 나랏일은 더더욱 '알아서 잘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던 것들을 지난 해는 새로운 관점으로 배울 수 있었던 해.

다행인 건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 그리 부끄러움을 모르고 모르면 모른다 말하고 질문이 많다(호기심이 많다)는 점인데, 그런 나를 어여삐 봐주고 친절히 알려주고 가르쳐 주는 분들 덕분에 몰랐던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알게 된 만큼 나의 업무에만 매몰되지 않고 창업자, 또는 시장의 위치에서 나의 일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객관적으로 지켜보게 되는 배움도 얻었다. 올해는 수박 겉핥기를 하는 해였으니, 내년은 할 줄 아는 것과 잘 하는 것만 하려고 들지 말고 못하고 모르는 것을 더 알려고 하는 해가 되길.



#성취감은개선을위한동력

시작은창대하고끝은미약한게 나의 단점인데, 그걸 올해 깨고 싶어서 했던 게 커뮤니케이션 세미나였다. 개발자 채용설명회도 있고, PO채용 설명회도 있는데 왜 그 사람들이 다 잘할 거라고만 생각하는지, 결국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손들어서 했던 그 세미나. 세미나를 들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유려한 말솜씨와, 포용력과, 업무성과를 나타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솔직히 행사 끝나고 '그 행사 되게 도움되었어요', '그 행사 되게 획기적이었어요' 라고 말해줄 때 가지는 나의 성취감이 더 컸던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성취감에서 더 나은 동력을 얻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또 누군가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개선해나가며 노력할 것.



#불가근불가원

재벌집막내아들에서 불가근불가원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게맞지...싶었던 그 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모든 관계의 안전거리를 둘 것. 그렇다고 생경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을 거리두기 한다는 건 아니고… 일과 사람의 경계를 잘 못지키고 좋은 게 좋은 나라서 적당함을 좀 알자는 취지.



#참을성을기르자

효율성만 따지는 TJ가 유난히 뾰족히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 '그래서 결론이 뭔데?' 를 외치고 싶은 때다. 며칠 전에 친구랑 애니어그램이라는 걸 했는데 나는 8번 유형이 나왔다. 8번 유형의 장점은 리더십과 추진력이었지만 단점은 부족한 인내심과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 일하는 자아가 더 커질 수록 참을성이 줄어들고 있다. 가끔 아이를 보며 부족한 인내심을 충전하고 있는데, 최근에 참을성 수치가 좀 떨어진 것 보면 육아에 좀 소홀했던 게 아닌가 싶음. 인내심을 충전하려면 가정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희발씨찬이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년에 또 실수를 할 것이고, 또 부족한 면을 찾게될 것이다. 그럴 때 셀프면박하지 말고 시원하게 욕 한 번 하고 잊는 내가 되길. 희발씨찬이형!



#올해의건배사

팀 디너 때 갑자기 건배사를 하게 되어 심호흡하며 적어둔 나의 건배사.

“얼마전에, 알토스에 IR을 오셨던 대표님께서 제게 '인혜님은 정말 운빨이 좋은 사람 같아요" 라는 말을 들었어요. 좋은 의미로 하신 말씀이라는 건 아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 나 진짜 실력보다 운이 쫌 좋은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쫓아다녔어요. 그러다 최근 내린 결론은

 1) 남의 행운을 부러워하지 않고,

 2) 기회를 잡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하고

 3) 실력을 쌓이 위해 묵묵히 노력을 기울이면

운이 오는 텀이 빨라지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정신승리일수 있지만 결론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모쪼록 저도, 여러분도 내년에도 지치지 않고, 겁내지 않고 좋은 시도를 더더더 많이해서 운이 따라주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준비한 건배사는 '너뭐돼?' 인데요, 이게 쫌 되바라져보일 수 있는데 사실 뜻은...“너무 고생했고, 뭐가 걱정이고, 되겠지!” 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모두 제가 '너! 라고 선창하면 뭐돼?!" 하고 외쳐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운을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잘가라 2022!


올해의 마지막을 아주 야무지게 보낸 아들

#회고 #생각정리 #20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