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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Dec 11. 2023

내 멋대로 유럽(6)

짧고 굵게, 프라하


구시가 광장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두워진 시각에 조명이 켜진 국립 박물관의 모습은 대낮의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낮에 체크인을 마치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을 때, 한국인 여행자를 마주쳤다. 내가 근처 맥주마실만 한 곳이 있는지 묻자 괜찮으면 함께 마시지 않겠냐고 권유해 주어, 저녁에 다시 만나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Beer Point: Craft Beer Pub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던 생맥주 펍, Beer Point에 가보았다. 충전된 카드를 가지고 원하는 맥주를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었다. 


함께 맥주를 마시게 된 여행객은 내 또래의 여성이었는데, 곧 공무원으로 임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평소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라 공무원이 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모두 의아해했다고 한다. 게다가 채식을 하고 있어 실제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 조금 우려하고 있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든 누군가를 통해 전해 듣는 것과 내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절대로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상황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또, 나는 <씨스피라시(Seaspiracy)>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 거의 2년 가까이 바다 생선을 먹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채식을 하듯, 나 역시 나만의 이유로 바다생선을 먹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직장 생활 중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회식 장소를 정할 때도 우리 팀 내 채식주의자 직원분과 나의 상황을 모두 만족시키는 식당을 찾기란 몹시 어려웠고, 사람들에게 매번 설명을 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백이면 백, 모두가 "왜 채식을 하는 게 아니라 바다 생선을 안 먹는 거야?"라고 물어왔다. 나중에는 이런 물음에 답하는 것도 지쳐서 그냥 못 먹는다고 말할 때도 있었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대화가 잘 통해 몹시 즐거웠다. 


"누구누구 씨 때문에 절대 고깃집은 안 돼. 횟집은 안 돼.라고 하는 반응들이 더 부담스럽죠. 그냥 내가 알아서 조절해서 먹을 수 있는데... 배려해 주시는 마음은 감사하지만요."


"맞아요, 맞아요."


"유럽은 채식도 그렇고 개인의 음식 취향에 맞추어 식사할 수 있는 식당들이 많아서 참 좋더라고요."


"그렇더라고요. 어딜 가도 채식 메뉴가 따로 있고, 아예 채식 전문 음식점들도 많아요."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생각의 결이 비슷한 상대와 대화를 하니 무척 즐거운 저녁시간이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기에 오랜만에 조금은 늦은 시간까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다음 날 나는 미처 구경하지 못한 곳들을 더 둘러보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이른 오전이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화창한 오전 시간의 프라하 역시 아름다웠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구시가 광장 근처에 적당히 사람들이 붐비는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겨왔다.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너무 많아 무엇을 골라야 할지 어려웠다. 


적당히 구석진 자리에 앉아 치즈와 햄이 들어간 크로와상과 라떼를 먹었다. 약간 자리가 좁아 옆테이블 손님과 서로 "익스큐즈미, 땡큐"하며 자리를 잡고 일어나기도 했다. 젠틀한 신사 분의 친절한 말투와 눈 맞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제 유명하다는 카를교와 프라하성을 구경하러 가 볼 차례.


따뜻한 빵과 친절에 들뜬 마음을 안고 다시 걸음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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