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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gbae Oct 03. 2019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브랜드

발견에서 배송까지, 밀도 있는 버티컬 커머스 경험


Warby Parker, Allbirds, Casper, Brandless, Everlane, Milk Makeup, Bark Box, Chubbies, Glossier, Dame Products, Harry’s, Blue Apron, Away, The Sill, Quip, Ritual, Beardbrand, Care/Of, Brooklinen, Great Jones, LOLA, Kencko, JUUL, Soylent, …

요즘 나는 이런 브랜드들에 관심을 가진다.


근래 소비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은 한 명의 소비자로서의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온라인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한 지 수년이 지나온 지금, 나는 새로운 소비재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제품을 만들어온 경험은 새로운 버티컬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한다.



Digitally-Native Vertical Brands (DNVBs)

앞서 언급한 이런 새로운 브랜드들을 두고 흔히 DNVB — Digitally-Native Vertical Brand, 즉 디지털 태생의 버티컬 브랜드라고 표현한다.


안경, 신발, 매트리스, 의류, 생활 잡화, 화장품, 애견 용품, 간편식, 성인용품 등 폭넓은 소비재 범위에서 다양한 DNVB와 함께 새로운 흐름이 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흐름의 주체는 대개 나와 비슷한, 온라인 업계 출신의 사람들이다.  






DNVB는 전통적인 브랜드들과 다르다. 웹사이트와 패키지 디자인만 봐도 어렵지 않게 ‘뭔가 다르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는데, 그게 다는 아니다. 더 예쁜 이미지와 보다 세련된 패키지 말고도, DNVB는 많은 측면에서 기존 경쟁자들과는 다른 접근을 취한다. 이런 접근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차별적이고 밀도 있는 경험으로 드러난다.


Amazon의 샴푸 카테고리 화면(좌)과 Hims의 샴푸 카테고리 화면(우)

구매 경로

대개의 DNVB 제품은 D2C(Direct To Consumers) 유형으로 판매되고 유통된다. 대형 e-commerce 플랫폼에 입점하거나 위탁하지 않고, 각 브랜드의 웹 혹은 앱으로만 판매하고 직접 배송한다. (물류와 배송은 제 3자를 통해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종합 커머스의 다양한 제품들과 함께 판매/배송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브랜드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위 언급한 사례만 보더라도 Amazon에서 판매되는 브랜드는 별로 없다.


소비재 제품을 Amazon으로 유통하지 않는 것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강력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당연히, e-commerce 환경에 진입한 업체로써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규 브랜드들이 자체 채널 유통을 선택하는 것은 대형 플랫폼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그만의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Warby Parker의 home try-on과 virtual try-on, Blue Apron의 다양한 정기배송 옵션, Care/of의 건강 맞춤 제품 추천은 Amazon을 통해 제공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Milk Makeup의 영상 튜토리얼, Dame Products의 과감한 제품 프리젠테이션, Glossier의 생동감 있는 화보 역시 Amazon의 웹이나 앱에서는 제대로 표현해내기 어렵다.


이들은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포기하고 브랜드 경험에 더 무게를 둔다. 비유하자면 마트 가판대가 아닌 플래그십 스토어를 택한 것이다. 비용은 많이 들고 유동인구는 적지만, 그래도 경험이 우선한다는 결정이다.


(자체 유통을 고집하다가 점차 확장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DNVB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는 Casper의 제품 일부를 현재 Amazon을 통해 구매할 수 있고, Bark Box 역시 올해부터 Amazon 판매를 위한 별도의 제품 개발과 운영이 시작되었다. 오프라인에서는 Target이 눈에 띄는데, Harry’s, Quip, BarkBox 등의 DNVB 제품 수급을 늘려가고 있다.)            




Everlane의 가격 설명 이미지 — 모든 제품에 제조/유통 공정 비용이 표기된다


제품과 가격

물리적 제품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에서 제품과 가격의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그 특성은 브랜드마다 천차만별이고, 이를 DNVB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단, DNVB는 대개 저마다 명확한 제품과 가격 논리를 지닌다. DNVB는 ‘더 나은 제품’이나 ‘더 싼 가격’이 아닌, 기존 경쟁자들의 구태를 벗어난 ‘다른 제품’, ‘다른 가격 논리'를 주장한다.


세그먼트

전통적 브랜드들이 만족시켜주지 못하던, 새롭게 부상하는 세그먼트에 특화된 제품으로 어필하는 전략이 존재한다. 특정 체형을 위한 의류런닝만을 위한 제품 등의 사례가 있다. 또는 여성 자위 기구귀금속남성 수염 관리 제품반려견 장난감 등, 기존에도 존재해왔지만 온라인에서는 비교적 활발하지 않았던 틈새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친환경

제품의 환경 무해성 또는 지속가능성을 주요한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100% 페트병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신발플라스틱 용기를 최소화한 스킨케어 제품모든 공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의류 등의 사례가 있다. 핵심 차별점으로 내세우지 않는 경우라도, 제법 많은 DNVB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기본 요소로 삼고 있기도 하다.


개인화

소비자 각자의 특성과 성향에 맞춘 개인화 제품을 내세우기도 한다. 모발과 두피 상태, 원하는 효과와 성분으로 맞춘 샴푸가 있는가 하면, 맞춤복 수준으로 핏을 설정해 구매할 수 있는 치노팬츠도 있다. 주요 전략이 아니더라도, 패키지에 이름을 적는 등의 사소한 디테일을 포함한 개인화는 많은 DNVB에서 노력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이 분리된 전통적 브랜드에서는 어렵지만, D2C 방식으로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차별점이다.


가격

소비자에게 합당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은 모든 브랜드가 내세우는 전략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경쟁이 정체된 시장에서의 가격 차별화는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신선함이 되기도 하는데, 안경 시장에서의 Warby Parker, 면도기 시장에서의 Dollar Shave Club, 여행 가방 시장에서의 Away 등의 사례가 그렇다. 제품보다 가격 차별성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Brandless는 모든 생활 잡화 제품의 가격을 $3로 통일하는 단순하고 강력한 가격 정책으로 시작되었다. Everlane은 제조 및 유통 공정에 필요한 비용과 마진을 모든 제품에 표기해두어 가격 투명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Warby Parker의 virtual try-on



경험

제한된 구매 경로와 차별적인 제품이 다는 아니다. DNVB는 구매와 관련된 총체적인 경험을 의도한 바에 맞게 설계하고 제공하는 편이다. 이들이 Amazon이 아닌 자체 채널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이유는 바로 이 ‘경험' 때문일 것이다. 제품의 발견에서부터 구매 방식, 배송, 고객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디테일에서 ‘버티컬에 꼭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노력이다.


맞춤 추천

대형 e-commerce의 구매 이력 바탕의 유사 제품 추천이 아닌, 해당 버티컬에 맞는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한다. 필요한 정보를 고객이 직접 입력하는 퀴즈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Warby Parker 모바일 앱의 virtrual try-on 사례처럼 더욱 특화된 기능이 제공되기도 한다.


정기배송

버티컬 특성에 따라 정기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BirchboxDollar Shave ClubBlue Apron의 성공을 계기로 2012년 이후 북미 시장에서의 subscription commerce는 꾸준한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Shopify, WooCommerce 등의 커머스 솔루션에서 기능이 제공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소모품이나 CPG(customer packaged goods) 뿐 아니라, 가구 등의 정기결제 임대 방식이나 매달 큐레이션된 제품을 받아보고, 원하는 제품만 구매하는 방식도 있다. (Subscription commerce에 대해서는 McKinsey의 보고서를 요약한 내 지난 글을 참고해도 좋다.)


고객 커뮤니케이션

빠르고 친절한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DNVB의 전유물은 아니나, 이들은 ‘경험'의 관점에서 그 수준을 앞다투어 높이고 있다. IntercomDrift 등의 실시간 메신저 도구는 온라인 서비스에서 먼저 보편화되었으나, 이제는 웬만한 소비재 브랜드들도 모두 사용하고 있다. 고객 지원 페이지를 찾아 도움말을 읽고, 그래도 안 되면 이메일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경험은 DNVB에 어울리지 않는다. 웹사이트 메신저뿐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DM 등의 익숙한 채널로도 실시간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배송

카테고리에 따라 배송 경험을 특화한 사례도 있다. 지금은 제법 흔해졌지만, 브랜드 초기의 Casper에서 내세운 ‘매트리스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경험은 주요한 차별점이었다. Good Eggs는 신선한 식료품을 주문한 당일에 배송해준다. 배송받은 제품 중 원하는 것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수거해가는 Stitch FixKid Box 사례 역시 차별화된 배송 경험의 하나다.


작은 디테일

DNVB는 단지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제품을 포함한 모든 경험을 밀도 있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제품 외의 모든 디테일에도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세심히 신경 쓰는 편이다. 패키지에 붙는 스티커, 주문 안내 SMS의 문구, 웹사이트의 도움말 하나에도 브랜드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Harry’s의 Shave with Pride 캠페인 이미지



브랜드 메시지

DNVB는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다. 대개 지배적 강자가 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세그먼트를 위한 브랜드이기에, 브랜드 메시지를 알리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 큰 규모로 성장하기 전에는 소수의 ‘대안적 소비’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에, 그 태도는 대체로 과감하고 도발적이다.


사회적 메시지

환경 문제, 지속가능성,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권리, 다양성, 동물의 권리, 정치적 올바름 등의 주제는 DNVB의 브랜드 메시지에 잘 활용된다. 사회적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제에서도 입장을 내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Harry’s는 성소수자를 위한 캠페인과 제품 라인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Thirdlove는 몸매, 연령, 임신 등에 따라 소외되어 왔던 다양한 소수를 위한 브랜드임을 그 근간으로 한다.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는 여성의 성적 쾌락을 위한 자위기구를 제공하는 Dame Products는 그 자체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지니고 있고, Bark Box는 반려견이 물건을 물어뜯는 행위 자체를 자랑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제품 라인업으로 삼기도 했다.


인플루언서와 소셜 커뮤니티

브랜드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주된 경로는 소셜 미디어다. 어떤 브랜드건 이 시대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지만(물론, 그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Lush와 같은 사례도 있다), DNVB는 단순히 퍼포먼스 마케팅 채널보다는 브랜드 커뮤니티의 플랫폼으로 소셜 미디어 활용을 넓힌다.            





전통적 e-commerce와 DNVB의 사업 특성 비교 — 출처: [How DNVBs Win] by Kevan Lee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다른 접근을 취하는 DNVB는 사업적 특성에서도 전통적 e-commerce와의 차이가 있다. 한정적 유통 경로로 밀도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에 초기 성장이 더디고, 제조에서 유통과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다루기에 운영 비용은 많이 든다. 반면 직접 제조/유통하기에 마진이 높고, 단단하게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어가면 크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출처: [The Difference Between How Startups and


온라인 업계 출신의 스타트업에서 물리적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노하우도 부족하거니와, 유의미한 초도 생산량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과 도구 활용에 능한 대부분의 DNVB 업체는 진입 초기부터 빠르게 브랜드 인지를 높이기도 한다. 아직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말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한 초기 시장 진입 전략과 제품 출시 전략은 많은 이들이 증명해왔다.

(이 글에서 DNVB의 비즈니스적 특성과 측정 프레임워크, 실행 전략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다른 글을 통해 더 다루겠다.)





몇 가지 사례

디지털 태생의 버티컬 브랜드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각 브랜드들이 다루는 문제와 해결 방식 위주로 간단히 살펴본다. 


Casper

카테고리: 매트리스

메인 슬로건: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문제: 품질을 알기 어렵고 불필요하게 다양한 모델로 인해 선택이 어렵고, 구매와 배송, 설치 경험도 불편했다.

해결 방법: 제품 라인을 단일화해 선택의 어려움을 없애고, 유통 마진 없이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한다. 온라인 주문과 무료 택배 배송을 제공한다.



Brandless

카테고리: 생활 잡화

메인 슬로건: Better stuff, fewer dollars. It’s that simple.

문제: 높은 가격과 낮은 질의 생활 잡화 제품들

해결 방법: 직접 생산/유통하는 방식으로 중간 마진 없이 가격을 낮추어, 모든 제품을 $3으로 통일한다.



Feather

카테고리: 가구

메인 슬로건: Furniture that changes with you

문제: 가구는 소유하기에 비싸고, 한 번 사면 바꾸기 어렵다.

해결 방법: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구독형 가구 임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 단위 구독 시 무료 배송/설치를 제공한다.



Everlane

카테고리: 의류

메인 슬로건: Exceptional quality. Ethical factories. Radical Transparency.

문제: 의류의 품질은 제각각이고, 공장은 비윤리적이고, 가격은 비합리적이다.

해결 방법: 모든 제품의 공정과 각 공정의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Dame Products

카테고리: 성인용품

메인 슬로건: Toys, for sex.

문제: 쾌락의 차별 (여성이 오르가즘을 경험하는 확률은상대적으로 희박하고, 여성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어있다.)

해결 방법: 인체공학적 연구를 통해 즐거움을 목적으로 개발된 여성용 자위 기구 제품




Harry’s  

카테고리: 면도 용품 & Men’s Grooming

메인 슬로건: You deserve a great shave at a fair price.

문제: 면도기와 면도날은 지나치게 비싸고, 구매하기도 번거롭다.

해결 방법: 매달 저렴한 금액의 자동 결제 방식으로 면도날을 받아보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95년 전통의 독일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정기배송 신청 시 스타트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Hims

카테고리: 건강 보충제 & 스킨케어

메인 슬로건: hims. handsome. healthy you.

문제: 남성의 외모와 건강을 케어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과 그 솔루션의 제한성

해결 방법: 저렴한 가격으로 남성 건강(탈모, 발기, 피부) 솔루션 제품을 제공한다.




평소 눈여겨보는 DNVB의 사례들


그 외에도 DNVB라고 부를 수 있는 사례는 무수히 많고, 지금 이 시점에서도 많은 디지털 세대들이 새로운 소비재 브랜드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출시하고 있다.




왜 디지털 네이티브여야 할까?


DNVB가 현재 북미 시장의 e-commerce에서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는 현상은 분명하다. 2017년 미국의 e-commerce 시장 매출의 2%는 온라인 D2C에서 발생하고 있다. E-commerce 전체의 연간 성장률 16%와 비교하면, 온라인 D2C의 연간 44% 성장은 무척 빠른 속도다.      


출처: digitalcommerce360.com


DNVB가 제공하는 차별적 가치는 ‘경험’이다. 앞서 언급한 DNVB의 다양한 차별점은 ‘제품을 만들어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판매하는’ 전통적 e-commerce의 방식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제품뿐 아니라 제품을 발견하는 과정, 구매하는 방식, 브랜드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 제품을 받아보는 과정 등 제품을 둘러싼 모든 경험을 브랜드가 의도한 대로 밀도 있게 전달하는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들은 대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다. DNVB를 창업하는 이들 중 많은 경우 온라인 업계 출신이기도 하다. 


온라인 서비스는 물리적 제품을 제외한 모든 경험을 밀도 있게 설계한다.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기에, 그 경험의 밀도를 달성하기란 소비재 브랜드보다 용이하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작은 스타트업에서 만든 신생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쉽게 전문성을 느끼고 유려한 사용자 경험을 얻게 된다.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지 않은 온라인의 특성상, 촘촘하고 일관된 경험을 설계하는 것은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밀도 있는 경험 설계를 체득한 온라인 업계 출신의 사람들이 소비재 브랜드를 만들 때에 이 장점은 발휘된다. 이들이 바라보는 소비재 브랜드는 생산/유통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다. 물리적 제품마저 하나의 총체적 경험을 이루는 요소로 여긴다. 그들은 제품만 생산해 누군가에게 위탁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직접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직접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직접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직접 배송의 경험을 설계한다.


북미 시장에서는 많은 온라인 업계 출신들이 ‘제2의 Warby Parker’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신기술과 온라인 서비스, 모바일 유틸리티,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물리적 제품을 포함한 대안적 소비재 브랜드 역시 스타트업의 주요한 사업 영역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한국에서는 아직 DNVB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되는 브랜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 대한 이해와 식견이 부족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총체적인 경험을 밀도 있게 제공하는 새로운 소비재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최근 한국의 e-commerce 영역에서 가장 뚜렷하고 상징적인 성과를 보이는 유형의 사업은 소위 ‘비디오 커머스’라고 불리는 방식이 있다.)


비디오 커머스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유명한 제품 ‘마약 베개’를 검색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나는 한국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가치의 소비재 브랜드가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북미 시장에서 디지털 네이티브가 소비재와 e-commerce에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 있듯, 국내의 온라인 업계 출신 유능한 인재들 역시 소비자에게 다양한 대안적 가치를 제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내심 바란다. 온라인 업계의 노하우가 소셜미디어 광고와 자극적 소재 만들기에 활용되기보다, 촘촘한 경험 설계와 완성도 있는 브랜드 만들기로 발휘되기를 희망한다. ‘제2의 마약베개’도 좋지만, ‘한국의 Warby Parker’를 만드는 동료들도 많아졌으면 한다.




DNVB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의 글을 추천한다.

Our bucket fills with digitally native vertical brands (DNVBs). by Severin Zugmayer

How DNVBs Win by Kevan Lee

The Book of DNVB by Andy Dunn

The Difference Between How Startups and Big Cos Launch Brands by Sean M. Lee

6 Things You Can Learn From the Massive Growth of DNVBs

22 direct-to-consumer brands that started online but now have retail stores — Business Insider

The Rise of the Digitally Native Vertical Brand — HuffPost

How To Build A Digital-Native Brand — Forbes

The Rise of Web-Only Brands: The new Face of Successful R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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