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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sim Mar 08. 2019

매일 아침 나를 대접한다.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인간으로서 존경한다는 것


몇 년 전 내 몸의 면역 체계는 엉망이었다. 

건선으로 3년 넘게 스테로이드제를 매일 복용중이었고 편도염, 역류성 식도염, 위염과 위경련으로 인해 1년 중 8개월은 항생제를 먹었다. 밤새 고열에 시달리다가 아침에 병원을 들러 수액을 맞고 출근 하는 날도 많았다.


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나 역시 좋지 않은 생활 패턴을 개선하려 하지 않고 병원과 약에 의존한 채 그저 빨리 아픈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했고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 내 몸을 비관하고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니체의 말'이라는 책에서 어떤 문장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아직 아무런 실적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것이다.

자신을 존경하면 악한 일은 결코 행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상에 차츰 다가가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타인의 본보기가 되는 인간으로 완성되어 간다.


'존경'이라는 단어는 배울점이 많거나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문장을 보고 나서 처음으로 내가 나를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를 존경하라



내가 존경하는 나 자신은 나의 건강을 위해 어떤 행동을 시작할 것인가.

병원을 아무리 다녀도 매일 아프기만 한 약한 내 몸뚱아리지만, 

그 날 이후로 나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




내가 나를 대접하는 한끼, 

아침식사


많은 공부와 고민 끝에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3가지를 시작했다. 

주 3회 이상 운동, 수면패턴 개선, 그리고 아침식사.


면역력이 많이 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운동은 내 몸에 맞는 강도로 이틀에 한 번씩 빠지지 않고 했다.

그동안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야 잠이 들고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던 나의 수면 패턴을 11시에서 12시 사이에는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7시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내가 나를 대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침밥을 차렸다.



아침 식사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나는 내 몸의 호르몬 밸런스를 찾기 위해 아침밥을 먹기로 결심했다.


호르몬은 우리의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르몬 밸런스가 무너지면 노화가 빨리 진행되고 면역력이 약해지며 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호르몬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아침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호르몬 밸런스 유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장시간 수면 후 점심이 될때까지 10시간 이상 공복 상태가 된다. 매일 반복되는 10시간 이상의 공복상태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몸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저장하기 시작한다. 

즉, 지방을 축적하기 쉬운 상태, 살찌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우리 몸은 다음날 점심식사 시간까지 버티기 위해 밤에 섭취하는 음식을 바로 지방으로 전환시킨다. 지방으로 저장된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배가 고프지 않아 더더욱 아침밥을 먹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은 계속 섭취한 음식을 지방으로 빠르게 바꾸어 살이 찌고 호르몬 밸런스는 점차 망가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리고 매일 긴 공복시간이 반복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 호르몬은 예민함과 긴장 상태를 느끼게 하는 교감 신경을 활성화 시킨다.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면 이완이나 수면을 담당하는 부교감 신경이 약해진다. 이런 이유로 하루종일 더 예민해지고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게 된다.


하루에 먹어야 하는 일정한 칼로리가 있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을 첫끼로 시작한 경우 밤이 되면 배고픔이 느껴지고 야식을 챙겨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코르티솔의 분비로 인해 음식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하는 부교감 신경이 억제되면 음식을 먹은 후에도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밤에 먹은 야식이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워서 잠을 자면서 음식물은 위액과 함께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위염, 역류성 식도염, 편도염 등과 함께 면역질환이 함께 생겨난다.

결국 내 음식을 잘 소화시키기 위해서 나오는 위액이 내 다른 장기를 해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알게 된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매일 10시간 이상 굶주린 상태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매일 밤 내가 먹은 음식물이 위액과 함께 역류하여 식도를 손상시키면서 지방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다.


몸의 호르몬 밸런스를 찾고 항상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아침을 먹기로 했다.

실제로 아침을 먹은 후, 점심과 저녁식사 때가 되었을 때 식욕이 예전만큼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아침 식사로 무엇을 얼만큼 먹으면 좋을까?


매 식사의 양은 위의 60% 정도 채울 수 있으면 충분하다. 

과식을 하게 되면 위에 무리가 가고 음식물이 역류를 하여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질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몸이 차고 열이 없는 체질이라서 몸이 약했던 초기에는 몸을 차갑게 하는 음성 식품을 아침 식단에서 제외시켰다. 


생각보다 우리가 흔히 아침으로 먹는 재료들 중에 찬 성질의 음식이 많다. 

토마토, 바나나, 보리, 밀가루 모두 몸을 차갑게 하는 음성 식품이다. 

설탕도 음성 식품 중의 하나라서 단맛이 필요할 때에는 설탕 대신 프락토올리고당을 넣었다.

이렇게, 나의 초기 아침식단은 내 체질을 고려하여 적은 양과 따듯한 성질의 음식으로 정하게 되었다.




매일 매일 나에게 정성을 들여 대접한다.


혼자 자취를 하다보니, 나는 종종 밥을 먹을 때 설겆이할 그릇을 최소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한 그릇에 음식들을 대충 넣고 섞어서 책상에서 컴퓨터를 하며 먹었다.

그런데 내 건강을 위해 시작하는만큼, 아침 식사는 나 자신에게 정성을 들여서 대접하는 마음으로 잘 차려서 먹고 싶었다. 그래서 오직 나만을 위한 아침 상차림을 위해 예쁜 그릇과 수저 받침을 샀다.

주로 잡동사니를 올려놓는데 쓰였던 아일랜드 식탁을 깨끗이 치우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의자도 구입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을 때마다 그날그날 듣고 싶은 음악을 틀고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의 맛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하루에 한끼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2017년에 시작한 아침식사를 아직까지는 잘 차려먹고 있다. 아래는 처음에 아침식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만들었던 인스타 계정인데 매일 아침 먹은 음식을 올리며 의지를 다진다. 

https://www.instagram.com/_7.am_m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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