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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sim Oct 15. 2021

불명열, 그리고 넋두리 시작

2021년 사건들과 넋두리


나는 지금 한 달이 넘도록..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나고 있다.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처럼 나는 나를 케어하기 위해 체온계를 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사실 열 때문에 대부분 집에 있기는 하지만) 하루 4번씩 고막 열을 체크하는데, 아침에는 평균 37.5도 이상 낮과 밤에는 38도 이상의 열이 난다.



불명열이 시작된 후 코로나 검사는 1주일 간격으로 3번 받았고 모두 음성으로 나왔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체내에서 14일 이상 살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 진단으로도 그렇고 내 생각에도 코로나가 걸린 것은 아닌 거 같다.


열이 나는 것 외에는 다른 증상은 아무것도 없다. 기침도, 코막힘도, 두드러기나 혹은 두통도 없다. 성인이 38도가 넘는 고열이 나면 보통 몸살 기운이 심하고 오한이 있거나 하는데 나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는 피검사는 늘 정상이고 필요하다면 다른 검사들도 계속 받을 예정이다.


다만, 무언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1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15분 정도 쉬어주어야 다시 하던 일을 지속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국에 열나는 노동자가 제한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회사에 소속된 나의 상황에 몹시 감사하면서도, 이대로 열이 계속 지속되면 병가를 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몸의 컨디션은 좋지 않지만 겉보기에는 힘들어 보이지도 않으며 멀쩡해 보인다.






넋두리를 기록하기로 했다.


2021년 9월 9일. 불명열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10월 15일이다. 벌써 한 달이 훌쩍 넘도록 내 몸은 열을 내며 무언가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사실, 9월 9일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나는 많은 일을 겪었다. 아마도 지금 내 몸에서 나고 있는 열은 내가 겪은 사건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몸의 증상은 내가 겪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반응이니까.

 

나는 지금부터 이제까지 내가 겪은 일들과 지금 사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갑자기 내가 매우 사적인 이야기들을 기록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1. 앞으로도 계속 각종 사건을 겪어내며 살아갈 미래의 내가, 문득 이 글을 보고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올 한 해 동안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에, 매일매일 정신을 다 잡으려고 작은 노트에 나의 감정과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불명열까지 나는 바람에 가까스로 버텨오던 내 정신이 무너져 내렸던 날, 나는 우연히 내가 기록한 이전의 글귀에서 큰 힘을 얻었다. 내가 앞으로 기록하는 이 넋두리는 또 미래의 어느 순간에 새로운 사건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 자신에게 발견되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2.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다.


불명열이 나기까지 내가 겪은 일들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지인들은 본인들이 겪지 않은 사건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내가 많이 안쓰러운 지 다양한 방식으로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어떤 것들은 나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오히려 나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느끼던 지인들은 나를 돕고 싶어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들에게 어떻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가 답답하기도 하고 고독하기도 한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데 마침 이 글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쩌면 조금이라도 힘이 될지도 모르고 그것이 나에게 또 새로운 위로를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 


이 매거진에 올릴 이야기들은 그때그때 의식의 흐름을 타며, 솔직하게 기록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당장 다루고 싶은 주제들이 있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불명열이 나기 전까지 올해 내가 겪은 사건들

외상, 사고의 의미

자가면역질환의 실체

소수자 또는 약자의 시선

위로의 의미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내가 싸워야 하는 대상들은 내 안에 있다


여태까지 올리던 글들(몇개 올리지도 않았지만)과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이고 상대적으로 매우 날 것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밑밥을 열심히 깔아놓고 있나 보다 ㅎㅎ


나는 조심성이 많고 완벽주의 성향도 있어, 쉽게 날것을 꺼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매거진에는 꽤 솔직하고 날것의 기록들을 해 볼 요량이다.


이토록 소심한 나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기에 우선 넋두리를 기록하겠노라는 다짐의 글부터 장황하게 올려본다.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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