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수정, 추가 예정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했던 지난 3년간을 돌아보는 글.
작은 개인 출판사의 도서 출간 과정에 관한 경험의 기록.
소소한 경험 공유이기는 해도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글을 남깁니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매일 부딪히던 인연들과 일상의 이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 더욱더 그렇다.
3년 전 그렇게 또 이별하고, 새 삶을 시작했었다.
그때는 친근한 사람과의 의기투합이 있어서 새로운 시작에 관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래서 이별이 그나마 좀 쉬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명확했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어쩐지 즐거웠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회사 문을 나섰다.
사실, 시작부터 우리는 삐그덕 거렸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
약간의 다툼이 있었으나,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 다툼, 약간이라고 생각했던 다툼이 실은 '약간'이 아니었다.
의기투합이라고 했으나, 누군가와 뜻을 뭉쳐 함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깨닫고 난 후에는 늦는다.
미묘한 기분으로 새로운 일상을 시작했다.
사무실을 얻고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내 것으로, 우리의 것으로 진행했다.
출판 기획하고 편집하고 글을 쓰고, 의견을 나누어 책을 완성해 나갔다.
그때만 해도 일은 훨씬 수월하고 즐겁기만 했다.
책 만드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내 것이었으니, 얼마나 즐거웠겠는가.
다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첫 책부터 펼쳐졌다.
가장 기대했던 책이 생각보다 잘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냥 해볼까 했던 책이 우리에게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다.
기대에 따른 실망은 더 커다란 상처를 안겨준다.
그 실망은 불안으로 다가왔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돌아왔다.
시작할 때는, '충분히 벌어먹고도 남지'라는 생각이었으나, 차츰 "밥 멀어 먹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더 마음속을 채워갔다.
시작하기 전에 부딪혔던 의견 충돌은 더 크게 다가왔다.
밥벌이에 관한 스트레스가 더 많은 의견 충돌을 가져왔다.
기대했던 책은 잘 나가지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망이 컸다.
대신에 크라우드 펀딩에서 빛이 보였다.
우리는 펀딩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기대 없이 진행했는데, 성과가 좋아서 우리는 희망에 휩싸였다.
이대로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정도의 희망이 불안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성과는 기대보다 좋았으나 실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돈이 생각보다 적었다.
안정적으로 진행하려면, 현재 성과보다 두 배는 더 좋은 성과를 올려야 했다.
초조했다.
'언제까지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차츰 하게 되었다.
우리가 결국 포기하게 되었던 것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변화 때문이었다.
플랫폼 자체 시스템을 바꾸면서 이용 수수료를 대폭 올렸다.
마침 우리는 프로젝트 하나를 크라우드 펀딩 진행 중이었는데, 그 변경에 얽혀 결과가 급격히 떨어졌다.
급기야 후원 상승률이 0%가 되었다.
꾸준히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며 희망을 키워갈 때, 완전히 멈춰 버린 그래프는 커다란 좌절로 우리를 내려 눌렀다.
나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동업자를 다독여보려고 했으나, 실은 나조차도 휩싸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동업자는 내게 더는 할 수 없겠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이미 기획해 놓은 프로젝트가 있었다.
나는 그중 가장 기대했던 프로젝트까지 진행해보고 싶었다.
어쩐지 잘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기대만으로는 그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갈라 서기로 했다.
그는 바로 직장을 구했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 프로젝트까지 해보고 마치는 게 옳은 건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잘될 것만 같은데...
나는 좀 더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기존에 성공했던 프로젝트를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했다.
그간 팔로워도 많이 늘었으니 해당 브랜드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오픈했다.
처음에는 조금 반응이 있는 듯했다.
그런데, 후원자 수는 늘지 않았다.
목표 금액을 높게 정하기는 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목표액 하위에 머무르면서 그 경계 위로 오르지 못했다.
디자인까지 혼자 해냈다는 뿌듯함은 실패로 인해 완전히 무너졌다.
그때 큰 실수를 저질렀다.
'내가 실패한 건 역시 디자인이나 기획이 부족했기 때문이야'라고 말이다.
물론 부족하긴 했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리뉴얼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혼자가 되고 오픈한 첫 번째 프로젝트와 같은 목표액과 요금제로 설정했다.
여전히 내 브랜드를 고평가 했다.
결과는 첫 번째 프로젝트와 거의 같았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현재 내 브랜드의 파워는 내 기대보다 낮구나'라고 말이다.
내 브랜드 단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라는 걸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대가가 많이 컸다.
그때, 나는 가장 기대했던 프로젝트까지만 진행해 보고 모두 끝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 프로젝트조차 해보지 않고 끝내려고도 생각했었다.
나는 두 번의 실패로 마음에 상처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더 컸다.
그러면서, 그 후에 먹고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두기도 했다.
사업을 끝내고 먹고사는 데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남의 사업장에서 월급 받는 일밖에 더 있겠나.
기존에 다니던 회사와 접촉하고,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신청했다.
진행하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새로운 밥벌이를 알아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집중할 수 없으니, 더 스트레스는 커져갔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걱정에 아침 일찍 눈을 뜨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내 인생은 이제 어떻게 될까?'라는 압박이 가슴을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