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둘이서 시작한 거야?'
조금만 출판업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책 내서 둘이 벌어먹으려면 부담이 클 텐데, 하고 말이다.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 것이라서, 실질적으로는 그에 관해 타당한 이유를 들 수는 없다.
우리는 함께 다니던 출판사를 나오게 되었고, 그러다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니까.
그런데...
어떻게든 혼자 모든 걸 처리하는 게 합당하다는 걸 인정한다.
물론 편집자라면, 디자인과 마케팅이 문제일 테다.
그러나 이 사회엔 외주라는 시스템이 있다.
어떤 일이든 직접 할 수 없으면, 건당 계약하여서 진행하면 된다.
나는 어떤가 하면, 디자인 툴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고, SNS랑 블로그 정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블로그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이상하긴 할 텐데, 전문 블로거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정도로 된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면, 확실히 전체적인 퀄리티가 상승한다.
마케팅은 직접 하는 것 외에 추가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마케팅은 필요할 때 업체를 이용하든, 외부 전문가를 써서 진행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디자인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디자이너가 함께 상주하며 디자인해 주는 게 더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디자인이라는 게 참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완성하는 일이라서, 고정적으로 곁에서 책임지고 해 줄 사람이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둘이서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고 답할 수 있겠다.
당연히 디자이너가 곁에서 협업해 주는 게 더 효율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쨌든 고정적인 입이 두 개라는 건, 그만큼 난관을 더 깔고 가는 셈이다.
결론은 혼자 시작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사람 수를 늘려가는 게 맞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특히 자금이 넉넉지 않다면, 좀 더 보수적으로 생각하여 운영을 시작하는 게 맞다.
아무리 서로 희생하며 만들고 싶은 책 만드는 기쁨으로 진행해 나가자고 마음먹고 시작했어도, 결국 문제는 벌어진다.
우리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남들 보기엔 꾸준히 중박을 쳤다.
아홉 건 중 한 건 실패했고, 다섯 건 천만 원 이상, 두 건 삼백만 원 정도, 한 건 육백만 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전체 매출은 딱 1억 원을 찍었다.
이 정도로 둘이 먹고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출판업은 제조 단가가 높은 제조업이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상승하는 종이값...
크라우드 펀딩 중박 정도로는, 둘이 나누려니 벅찰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작부터 우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기대하고 준비했던 도서를 출간하기도 전에, 그 기대감 하나만으로 다른 저자도 비싼 인세로 계약해 버렸다.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깔고 가게 된 셈이었다.
둘이라는 애매한 상황이다 보니, 매출을 채우려고 월급쟁이 때보다 더 힘들게 일해야 했다.
손가락이나 빨며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 아홉 건이지, 1년에 아홉 권의 책을 출간한다고 생각해 보라.
게다가 번역까지 직접 해야만 했다...
야근 아닌 야근에 주말 근무 아닌 주말 근무까지...
그러니 다른 일을 기획하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오롯이 크라우드 펀딩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어쩐지 힘들게 일하는 상황을 디자이너가 알아주지 않는 듯해서 짜증을 내기도 했다.
나의 스트레스 표출도 디자이너가 관두겠다고 마음먹은 데 영향을 끼쳤으리라...
막상 디자이너가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미안하지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조금은 했다.
둘이 가져가기엔 적지만, 혼자 가져가기엔 적지 않은 수익이었다.
내가 디자인 툴을 다룰 수 있으니,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든 건 아닌데, 좀 이기적인 생각도 한 것이다.
디자이너는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계속할 거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기대 중인 그 프로젝트까지 진행해 보고 결정할 거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그 프로젝트에 관해 부정적이었다.
이미 비슷한 게 많이 나왔고, 그래봤자 우리가 달성했던 결과 이상은 이루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런 마음이라서, 다른 프로젝트보다 먼저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내 말에 반대했었구나, 싶었다.
시작할 때처럼 우리는 생각이 달랐다.
물론 나도 불안하긴 했다.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해지는 성격이다.
아니, 애초에 사업할 만한 강심장도 지니지 못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결정은 내렸지만, 괜찮은 걸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말, 잘될 만한 프로젝트가 아닐 수도 있어.' '아니야, 그래도 하려고 마음먹은 거니 일단 해보긴 해야지.'
그 사이에서 갈등했다.
'과연 그 프로젝트가 나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