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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gistory Jun 17. 2019

오늘의 의미, 숨결이 바람될 때


즐겨듣던 팟캐스트에서 이 책을 소개했을 때, 서정적인 제목이어서 끌렸고, 딸을 가진 아빠의 이야기여서 끌렸고, 그리고, 성숙한 인격적인 면모의 주인공에 끌렸었다. 책을 구매하고 중간즈음 읽었을까, 당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 대한 핑계와 고단한 나의 일상에 대한 핑계로 거의 일년 가량 동안에도 완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막 이 책을 덮었다. 그가 케이디를 마지막에 안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뜨겨워졌고, 눈도 함께 달아 올랐다. 오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는 길지 않지만 하루에 몇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내일을 이야기하고, 올 것 같지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보는 수 십년 후의 이야기들도 나누면서 나는 살고 있다. 그런 내가 어느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게 된다면, 남아있는 내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게 될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2주 가량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 내내 나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내 앞에도 언젠가 놓이게 될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출퇴근 하는 시간에 와이프와도 무겁게 아니 어쩌면 농담처럼 나누었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갑자기 닥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 두어야 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만든 셈이다. 


또한 의사로써,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그리고 남편이자 아빠로써의 그의 삶을 내 옆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다분히 철학적이지만, 현실적인 생각이 깊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남기고 싶은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목록들도 떠올랐다. 늘 혼자 주문처럼 말하는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쓰는 일, 남을 위한 보고서나 제안서가 아닌, 나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언젠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제’의 아빠와 ‘오늘’의 아빠의 생각과 일상을 궁금하게 될(물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딸을 위한 이야기. 그래서 녀석이 20대가 되었을 때 나의 20대의 생각을 들여다 보고, 녀석이 30대와 40대가 되었을 때 당시의 나의 생각들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왜’를 공곰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그리고, 매일 매일 수 많은 의미 없는, 의미 있는 단어를 교환하며 일상에 대한 기쁨과 슬픔, 분노, 아쉬움을 나누고 있는 와이프와 나의 이야기들. 


커다란 생각이 아니라,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숨결이 바람될 때’가 너무나 고맙다. 사는 것 만큼이나 살지 않는 삶 이후도 생각하게 해 준 이 책이 나에게 오늘의 의미를 어제 보다 더 가치있게 여기고, 더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 더 많은 이야기 읽기 : sigistory ; Just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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