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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Nov 24. 2023

[초단편] 일요일에 자살한 남자

시월의 어느 월요일 오전 여덟 시에 그는 여느 날처럼 서울숲으로 출근했다. 평소와 같이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보다 먼저 출근해있던 동료가 묘하게 경직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저기, 사람이 죽었어요.”


그는 그 동료와 같이 사람이 죽어있다는 장소로 갔다. 사슴 방목지 근처였다. 정말로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곧 다시 봤다. 삼십 대 초반쯤 된 남자였다. 체구는 작은 편이었다.


경찰이 왔고 그는 재활용 쓰레기장으로 가서 분리 수거를 했다.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좋은 가을날이었다. 바깥 활동을 하기 좋은 온도였고 그 죽은 남자가 목을 매달려고 서울숲에 왔을 때 추웠을 것 같지는 않았다. 왜 죽었을까. 왜 죽기로 결심했을까. 왜 하필 서울숲에서, 목을 매달아서 죽었을까.


근무가 끝난 뒤 집에 돌아와 그는 티비를 켰다. 멍하니 스마트폰을 하다가 티비를 보다가 하며 시간을 죽였다. 그렇게 두세 시간쯤 지났을까. 마침 배가 고프던 차에 번호키 누르는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퇴근한 아들이었다.


아들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 말없이 밥을 다 먹은 그는 아들에게 오늘 서울숲에서 죽은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숟가락으로 거의 마지막 밥알들을 긁어 담고 있던 아들은 그제서야 아버지를 쳐다봤다. 그는 어떤 남자가 도로와 가까운 사슴 방목지 근처에서 매달려 있었다고, 자살한 것 같다고 했다. 잠시 멈춰있던 아들은 다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일요일에 죽은 거네? 회사 가기 싫었나보다.”


 아들은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아들이 지하철역에서 공익 근무요원으로 일했을 때 하도 선로 위로 뛰어내리는 사람을 많이 봐서 무뎌진 탓도 있을 것이다. 아들은 곧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회사 가기 졸라 싫은데.”


계약 만료로 다음 달에 퇴직하는 그는 아들의 농 섞인 말이 생각보다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는 올해 일흔 살이었다. 일흔 살까지 그는 서울숲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날 대기업에서 임원을 바라보며 승승장구하던 때에 회사 다니는 건 나름 좋았었다. 하지만 IMF 때 명예퇴직을 당하고 나서 사업에 연거푸 실패하고 다시 들어간 작은 운수회사에서는 그도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한 마디로 아들 말마따나 회사 가기 졸라 싫었다.


물론, 그 남자가 왜 죽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아서 죽지 않았을까? 인생이 무엇에 막혔든 ‘출구’가 없는 것 같아서. 삶이 견딜만 하지 않은데 그 삶을 벗어날 방법을 알 수 없어서. 어쩌면 그런 때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생각해보면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남자의 자살은 사실 크게 낯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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