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탈영을 선택했을까? 괴롭힘에 대하여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 를 통해 보는 군대 내 괴롭힘
지난주에 다양한 매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D.P' 의 광고를 접했다. 군대 이야기라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워낙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사람이라 광고의 타깃이 되었나 보다고 생각했다. 지난주부터 내린 가을장마 때문인지 혹은 직장에서 받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인지 주말에는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집구석에서 넷플릭스를 주구장창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찜' 해놓았던 넷플릭스 콘텐츠들의 정주행을 마치고 나서 뭘 볼까? 고민을 했다. 한국의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에 있는 'D.P'가 계속 눈에 띄었다.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재미없으면 보다 그만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D.P'를 보기 시작했다.
군대에 복무하던 중 작업지 혹은 훈련지 등에서 허가 없이 이탈하는 행위를 군법 상으로 군무이탈죄라고 불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탈영(脫營)이라는 단어가 이러한 행위를 말한다. DP는 'Deserter Pursuit'(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의 줄임말로 탈영병이 발생하면 군대 밖에서 그들을 체포해 오는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D.P(디피)는 탈영병을 체포하기 위해 사복 차림으로 군대 밖에서 활동을 하며 군인처럼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머리를 기르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각색하여 만들었다. 실제 군대에서 D.P로 복무했던 김보통 작가는 한 잡지 인터뷰에서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상은 시즌1에 6개 에피소드이다. 약 2주간 한국의 탑 콘텐츠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 드라마가 왜 인기가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클럽하우스에서 D.P가 어떤 점에서 재미있었는지 물어보는 방을 만들어 보았다. 드라마의 퀄리티나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것은 모든 발언자들이 동의를 했다. 10여 년 전에 군대를 제대했는데 이 드라마는 군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디테일하게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웹툰이 나온 시기가 2014년이라는 것을 염두해 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또 어떤 사람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이 군대에서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진급하며 자리에 따른 역할이나 행동을 잘 학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은 우리가 사회에서 겪을 법한 일들을 군대에서 축약적으로 경험하는데 문제는 괴롭힘과 같은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24시간을 함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D.P에서 보여주는 군대는 이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괴롭힘의 문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군대 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일과가 끝난 후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이 달라진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런 변화는 외형적인 변화이다. 그렇다면 군대 내 괴롭힘이나 부적응 병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의 변화는 없을까? 인권운동을 하는 지인을 통해 군인권센터(https://mhrk.org )라는 곳을 대해 알게 되었다. 이곳은 2009년에 설립되어 지난 10여 년 동안 군대 내 인권문제에 대해서 제도 개선을 이루기 위해 활동해온 인권운동단체이다.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군인권 상담을 하고 예비 입영자를 위한 인권교육, 군인권 캠페인, 군인권 정책 연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군대 문화가 십여 년 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있었던 변희수 부사관의 사망 사건과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 등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 외에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지금도 군대에서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디피의 6개 에피소드를 보면 군인들이 왜 탈영을 할까? 라는 질문에 대답이 될만한 사례들이 나온다. 각자 다른 이유로 탈영을 선택했지만 그들 모두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탈영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영을 선택했을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중에 가장 무게감이 있었던 내용은 군대 선임에게 성희롱,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당한 한 병사의 탈영에 관한 이야기이다. 탈영하여 자기를 괴롭힌 선임에게 찾아가서 왜 그랬는지 묻자 선임은 "그래도 되는줄 알았다"라고 이야기 한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진자라도 한사람의 인권을 밟을 수 있는 권한이 있지 않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찾다보면 답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부터 잘못된 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 드라마를 다룬 기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지막 안준호의 행동은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인 것일까. 드라마 <디피>는 안준호가 무리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막을 내린다. 한 감독은 “준호는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모두가 괜찮다고 해도 내가 동의할 수 없다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말을 아꼈다. <한겨레>에 게재된 원작 만화의 마지막 장면의 대사는 “이제 당신도 목격자다”이다. 2021년 넷플릭스로 이젠 전세계인이 목격자가 됐다. (한겨레 남지은 기자, 출처: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10558.html)
D.P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은 '방관자들'이다. 우리가 어떤 부조리나 부당한 사건을 '목격'했을 때 '방관자'가 될 것인지 사건의 피해자를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