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창업의 동기로 삼은 도다마인드, 곽도영 대표
곽도영 대표는 대학 2학년 2학기 휴학 후 창업했다. 그는 연대에 진학한 스무 살부터 경제적 독립을 선택해 부모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성장기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웠고 돈 문제로 숱한 고민을 했다. 그가 먼저 독립해 주체적으로 살아보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한 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도전과 고민의 행보를 이어왔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학년 때는 학식 먹을 돈 3,500원이 없었다. 굶은 적 많았고 스트레스도 심해 건장한 모습의 지금과 달리 엄청 말랐다. 그에게 돈 문제는 서러운 트라우마였다. 책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비롯한 《부의 추월차선》 등 각종 경제 서적을 탐독하며, 자산의 증식속도가 노동보다 빠르다는 문구에 창업에 필요한 시드머니를 고민했다.
무일푼으로 자산을 만들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이 세일즈였다. 21살의 그는 연고전에서 타투 스티커를 팔아 하루 17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타투 스티커는 하나하나 도안을 떼는 데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고, 물을 묻혀서 예쁘게 잘 붙여주는 데 품이 들었다. 효율성을 위해 직접 디자인했다. 연고전에서 돈을 번 경험으로 판박이 세일즈에 도전했다. 한국야구의 대목인 가을 야구 경기장에 찾아가 용감하게 좌판을 펼쳤다. 야구단 상징 도안을 만들어 팔았고, 청춘들이 모이는 디제이 페스티벌에 가서도 스티커를 팔았다.
“몸이 많이 힘들었고, 행사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속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는 유튜브에도 도전하고 영상 프로덕션에서 기획자로도 일했습니다.”
판박이 스티커에서 손톱에 붙이는 네일아트 보석 스티커로 소재를 바꿨더니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여학생들이 셀카를 예쁘게 찍으려는 목적으로 곽 대표의 네일아트 스티커를 불티나게 사갔다. 행사장 매대에서 원가 3원의 스티커를 천 원에 팔았으니 돈이 벌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루 400만 원을 벌면서 그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 창업하기로 했다.
지금 도다마인드 CTO로 협력하고 있는 같은 과 선배와 공동 창업한 것이 그즈음이다. 그가 찾은 킬러 아이템은 대학 진학 열망이 뜨거운 고등학생들에게 대학교 굿즈를 판매하는 것이다. 대학교 굿즈를 파는 판매점의 접근성이 떨어지니 청소년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찾았다. 곽 대표는 이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대학 상징 동물 카카오프렌즈를 기획했다.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 등의 상징 동물로 구성한 카카오프렌즈를 디자인해 메모지, 포스트잇, 모바일 이모티콘 등 멀티유즈로 확장했다.
곽 대표는 직접 굿즈를 디자인해서 동대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편집점에 입점시켰고, 월 120만 원의 고정 매출을 올렸다. 그러다 물류 보관, 배송, 재고 관리 등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것이 곽 대표가 2학년 2학기에 휴학을 강행하면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한 계기였다. 대학 상징 동물 캐릭터 비즈니스에 이어서 수험생 개개인에게 맞는 학풍의 대학교를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가까이에 천재 개발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CTO로 함께 일한 선배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소프트웨어를 다룬 능력자였다. 이렇게 그의 사업에는 인복이 따랐다.
송도에서 수학한 1학년부터 그는 학점을 철저히 관리했다. 모든 과목에서 A플러스를 받았고, SBS 윤세영 재단 전액 장학생에 선발돼 생활비 월 30만 원도 지원받았다.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다 연고전에서 타투 스티커 판매와 가을 야구 캐릭터 사업 경험을 발판으로 도다마인드를 창업했다.
도다마인드는 기업이 별도의 코딩 없이 쉽게 각종 유형 테스트를 만들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툴을 제공한다. 월 구독료를 내고 가입한 기업은 '스모어(구, '도다')'에서 자사 상품과 관련된 심리 테스트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전문적인 코딩 프로그램 없이도 제공받은 템플릿이 도다마인드만의 강점이다. 현재 유료 구독 기업 수가 1,500여 개에 이른다(무료 이용 기업 포함 6만여 개). 도다마인드는 기업과 고객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마케팅 효율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이 립스틱 새 제품을 만들면 우리에게 주제를 정해주면서 심리 테스트를 의뢰해요.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단순한 주제에 맞춰 재밌는 서사를 스토리텔링해 나의 생일 립스틱, 하루 동안 내가 겪을 일상생활에 맞는 립스틱, 친구와 놀면서 내 본연의 성격 나올 때 적합한 립스틱과 컬러를 매칭해 주죠. 재밌는 스토리를 경험한 고객은 호기심에 그 립스틱을 구매합니다. 고객은 자신을 위한 제품을 추천받을 때 흥미를 느끼고 이는 그대로 매출로 이어지니까요.”
곽 대표는 아모레퍼시픽뿐만 아니라 GS리테일, 카카오. 삼성물산 등 대기업과 계약을 성사해 구독형 마케팅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의 연락도 쇄도했다. 기획, 개발, 디자인이 전부 투입돼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단가가 비싸서 스타트업과의 수주는 어려웠다. 방법을 모색하다가 모든 콘텐츠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만들면 인건비가 안 들어가니 스타트업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에 이르렀다. 그래서 데모를 만들었는데, 마침 하이브(HYBE)에서 미팅 요청이 와서 도다마인드의 데모를 시연할 기회가 생겼다. 데모를 본 하이브 측은 바로 유료로 쓰겠다고 했고, 그렇게 돈을 받고 소프트웨어를 팔기 시작한 뒤, 많은 스타트업과 수주 또한 가능해졌다.
도다마인드라는 회사명은 곽 대표와 공동 창업한 백일다 CTO와 신촌에서 자취하며 같이 키운 ‘도다’라는 고양이 이름에서 따왔다. 성공하면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야겠단 다짐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아버지가 딸의 이름으로 김밥집을 ‘우영우김밥’으로 정한 것에 착안했다. 두 공동 창업자의 딸처럼 소중한 고양이 ‘도다’가 그렇게 회사 이름으로 정해졌다.
2020년 3월, 곽도영 대표가 재미로 만든 유형 테스트 <나와 어울리는 학풍의 대학교는?>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올랐다. 이후 BTS 팬으로서 <나와 어울리는 BTS 멤버는?> 콘텐츠를 만들었고, 이를 제이홉이 팬들과 교류하는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공유하면서 분당 동시접속자가 17만 명에 달했다.
이후로 기업의 협업 요청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2022년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고 지금의 도다마인드에 이르렀다. 도다마인드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관계 형성과 강화를 위한 클라우드형 소프트웨어로 제공한다. 다양한 심리 테스트와 정 오답 퀴즈 등을 코딩 없이 고퀄리티로 제작할 수 있고, 성과도 분석할 수 있는 퀴즈 노코드 빌더(스모어)를 서비스한다. 스모어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쇼핑몰 셀러까지 6만 개가 넘는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다. 올 12월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회원가입을 촉진시키는 룰렛이나 캡슐 뽑기와 같은 경품 이벤트를 제작하고 성과도 분석할 수 있는 경품 이벤트 빌더, '카나페'를 론칭할 예정이다. 나아가 2024년 하반기에는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하는 고객 경험 관리 도구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곽 대표는 노력하는 천재형이다. 그는 사업 초기에 여성과 KPOP 콘텐츠에 파고들었고 공유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 현실에 착안해 이를 적극 활용했다. BTS 멤버 테스트를 만들기 전에 그 역시 BTS 데뷔 초기부터 아미였고 심지어 아미가 운영하는 춤 학원에 다니기까지 했다. 콘텐츠를 만든 뒤 KPOP 커뮤니티에 닥치는 대로 공유했다. 곧 BTS가 아미들과 소통하는 위버스의 피드에 도다마인드 콘텐츠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 뒤 144개 나라에서 ‘Dodamind’라는 이름이 트위터 트렌드 1위에 올랐고, 분당 동접자 수 폭발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1년 반 동안 캐릭터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성과에 목말라 있다 보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느꼈어요. 당시 신촌의 한 카페에 있었는데 뛰쳐나가서 신촌역 인근을 미친 듯이 달렸죠.”
곽 대표는 '기업은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헌신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매출은 곧 고객에게 제공한 가치에 대한 교환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기업이 고객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단순 이해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비용 부담으로 이런 소통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저희 팀은 기업이 고객과 관계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것을 쉽고 저렴한 소프트웨어로 돕습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 더 높은 매출을 만들고, 이런 선순환 과정으로 고객의 세밀한 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이죠.”
곽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창업해 카카오에 5,000억 원에 매각한 이승윤 대표의 말을 인용하고 싶은데요. 창업 성공에는 최소 8~1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올인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우는데, 올인하면 금세 지치고 말죠.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멘탈과 체력 관리를 하면서 긴 시간을 잘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버티는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성장하게 되니, 단기적으로는 잘 안될 수 있다고 생각하되 장기적으로는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곽 대표는 안양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존경하는 PD와 영화감독이 어떤 학교에서 무얼 전공했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다 존경하는 봉준호 감독과 나영석 PD가 연세대 출신임을 알고는 봉준호 감독의 뒤를 쫓아 사회학과 진학에 뜻을 두고 사력을 다해 공부했다. 그는 송도에서 교양 수업을 들을 때 타 학과의 여러 친구와 대화하기를 즐겼다. 특히 신학과, 언론홍보영상학부, 철학과 등 문과 친구부터 의대, 컴퓨터공학과 등 이과 친구까지 폭넓게 만나 이야기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저는 글쓰기 수업이 가장 좋았어요. 사실 일을 하면서 채팅과 메일의 글쓰기로 소통하는 비중이 높거든요. 글쓰기 수업에서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관해 제대로 배우고, 다양한 글을 써보면서 글쓰기가 많이 늘었어요. 그 덕분에 일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만의 캠퍼스 아지트는 중앙도서관의 24시간 노트북 열람실이다. 그 공간에서 많은 학우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연대에서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인연을 많이 만났어요. 다들 정말 열심히 살고 자기 삶의 고민이 깊어서 대화가 유익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배운 시간이 이들과의 대화입니다. 연대는 제 인생에 큰 선물입니다!”
_글 황교진 / 연세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