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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Dec 30. 2023

친환경 전략 광물의 게임체인저

우리나라 대표 상사맨, 윤춘성 LX인터내셔널 사장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바둑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는데 그 배경인 회사가 ‘상사’의 영업팀이다. 계약직 인턴사원인 주인공은 전 세계를 무대로 이쑤시개부터 탱크까지 판다는 상사맨이 돼 간다. 방영한 지 9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기업 드라마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LX인터내셔널은 바로 그 종합무역상사다. 2021년 5월, LG에서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LX홀딩스로 출범한 LX그룹의 주축계열사로 1953년 ‘락희산업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설립된 후 70년의 유구한 업력을 지니고 있다. ‘락희산업’(1953년), ‘반도상사’(1956년), ‘럭키금성상사’(1984년), ‘LG상사’(1995년)를 거쳐 2021년 7월 지금의 ‘LX인터내셔널’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무역 기반을 구축하고 경제 성장의 궤적을 함께했다.


LX인터내셔널은 연세대 82학번 지질학과 동문인 윤춘성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 대학원 졸업 후 1989년 LX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 영업팀에 입사해 2009년 석탄사업부장 상무, 2013년 인도네시아 지역 총괄 전무, 2018년 자원부문장 부사장을 거쳐 201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입지전적인 상사맨이다. LG광화문빌딩 집무실에서 윤 사장을 만나 영업팀 신입사원에서 CEO까지 다이내믹한 삶과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사진 copyright 연세소식


2021년 요소수 대란의 불을 끄다

종합상사는 다루는 상품의 수효가 많고, 해외 무역과 국내 유통을 대규모로 영위한다. 본래 일본에서 유래한 비즈니스 모델로, 오일쇼크 후 세계 보호무역 장벽에 대책이 필요했던 당시의 정부가 도입했다.

“종합상사는 철강, 석유화학, 플랜트, 미사일 무기 등 모든 사업을 하죠. 한국에 7대 종합상사가 있는데, 현재는 규모와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LX인터내셔널과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구, 주식회사 대우)이 상사 역할을 합니다. 현재 상사의 화두는 2차전지 업스트림(Upstream, 땅에서 석유, 천연가스, 광물 등을 추출) 투자에요. 가장 많은 공급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LX인터내셔널은 20여 개국 50개 규모의 글로벌사업 거점을 확보하고, 자원개발, 트레이딩,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미래 에너지 사업 리더로서 배터리의 원료인 니켈, 리튬 등 2차전지 핵심 광물을 확보하고 수급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다각화에도 주목해 작년 10월 바이오매스 발전소(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통해 얻는 에너지로 전기 생산)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올해 1월에는 유리 제조기업인 LX글라스(구, 한국유리공업)를 인수했다.     


윤 사장은 2021년 요소수 사태의 불을 끄는 데 기여한 역사를 자랑스러워한다.

“LX인터내셔널은 상사로서 빠른 실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소수의 중국 의존도는 90퍼센트에 이르죠. 요즘 요소수 사태 재발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중국이 수출 허가를 안 내주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요. 2021년 요소수 사태로 온 나라가 다급한 상황일 때 우리 회사가 내몽고에 있는 요소비료 공장의 지분 30퍼센트를 가지고 있었어요. 산업통상자원부, 주중한국대사관, 중국의 세관과 우리 합작사 등이 총동원돼 우리 소유의 요소수를 달라고 요청했죠. 중국이 안 주려고 해도 우리 소유권까지 막을 순 없었어요. 그때 요소수 대란의 불을 끄는 데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죠.”     


2020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의료진이 방호복이 부족해 곤란을 겪자  세계 해외법인을 총동원해 5 만에 방호복 1 벌을 긴급 공수한 것도 LX인터내셔널이다. 사업 전략 지역인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 진단키트를 긴급 요청해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진단키트를 구매해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LX인터내셔널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는 교두보가 됐다.    


      

배터리 산업의 핵심, 2차전지 광물 확보의 첨병으로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 동력이다. 전기차 생산 기술력의 중심에는 배터리 제조 파트가 있다. 따라서 2차전지의 소재 광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표적인 광물이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인데 우리나라에는 하나도 묻혀 있지 않다.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광물은 나지 않죠. 무한정 생산하기가 어려워요. 2차전지 광물을 가진 나라들은 오일 국가들처럼  파급력을 미칠 것입니다.”

 사장이 제시하는 해법이 궁금하다.

배터리 만드는 기술력은 우리가 세계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원자재 확보인데 중국이  끌어모으고 있어요. 그래서 해외 광산과 제련소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해외 자원을 우리 소유로 만드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국에선 채굴되지 않는 자원인 니켈과 리튬이 묻힌 해외 ㅇ광산 소유권을 갖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 중입니다.”    

 

제조 기술이 뛰어난 우리가 2차전지 원료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법은 리듐, 니켈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광물 싹쓸이를 하는 중국 기업에 대응하는 전략을 설명하는 윤 사장의 말에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LX인터내셔널은 미래 유망 에너지 분야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자 2차전지 핵심 광물을 우리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보이는 열매보다 보이지 않는 뿌리에 집중해야

사무실 출입구에 <CEO 메시지>가 걸려 있다. 궁금해서 주목해 보니,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건강한 뿌리의 중요성을 담은 내용이다.

“나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뿌리입니다. 땅속에 감춰져 있는 뿌리가 영양분을 공급하죠. 기업을 경영하면 일단 눈에 가까이 보이는 것을 성과로 만들려 해요. 땅 위에 보이는 나무 모습에만 집착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뿌리가 영양을 잘 공급해야 나무가 살아요. 건강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는 천 년을 사는 데, 우리는 긴 시간 긴 호흡의 일에는 힘을 쏟기 싫어합니다.”


LX인터내셔널을 이끄는  사장의 경영철학은 본질을 헤아리는 깊이와 설득력이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중요시하고 열심을 갖도록 하는 그의 메시지에는 인문학적 감성이 담겨 있다. 조직과 사람을 든든히 세우는 뿌리의 메시지는  시간  호흡의 기적을 일구고   이상 가는 기업을 만드는 자원이  것이다. 뿌리가 건강하지 않으면 약한 바람에도 넘어진다.  사장은 기업 조직의 역량과 함께 균형을 생각하며 길게 보고 준비해 가는 경영철학을 지녔다. 그는 분명한 원칙, 심플한 메시지로 임직원들의 성장을 독려한다.      


    

평생의 자신감을 얻은 펜싱부

“40 전의 대학 입시는 전공을 생각해 과를 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고등학교  시키는 대로 이과를 선택했고, 별생각 없이 지원학과를 써냈죠. 석사 장교 시절에서야 내가 문과 성향이란  알았습니다.”

윤 사장은 지구물리학, 자원탐사 등의 공부에 흥미가 있었지만, 경영학•경제학을 전공한 학사 장교 친구들을 만나면서 인문학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은 양발을 쓰는 축구선수처럼 이과 마인드와 문과 마인드를 함께 발휘하고 있어요. 사업 분석은 이과로, 접근과 실행은 문과로 하죠. 세상을 큰 틀에서 보는 것은 인문학적 마인드로 가능하고, 사업의 변수를 줄이는 것은 이공계 마인드로 가능합니다.”


 사장은 자신의 전공을 사업의 미시적 분석에 사용하고, 사업의 기틀을 잡는 데는 인문학적 소양으로 결과를 만들었다. 전천후 상사맨으로 세계를 누비고 도전해  성과를 냈고 빠르게 성장해 대표이사 올랐다.     


“1982 당시는 민주화 운동으로 캠퍼스가 혼란스러울 때였는데 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펜싱부에 들어갔어요. 현재 스포츠교육학 이한주 교수가 주장이었고 나는 살림살이를 맡은 부장이었어요. 펜싱부는 연대에서 가장 운영이  되는 스포츠 동아리일 겁니다. 선후배의 끈끈한 사랑이 넘쳐서 팔순인 선배님도 정기 모임에 나오시죠. 60 후반인 선배가 재학생과 시합도 해요 2 전에는 물리학을 전공한 박해권 선배가 모교 발전 기금으로 105억을 기부했어요. 100억은 학교에 5억은 펜싱부에 전달 만큼 유대감이 깊어요. 대학원 시절까지 몸담은 펜싱부의 6년이  삶에 필요한 자신감을 키워줬어요.”



ESG 경영, 친환경사업으로 지속 성장 토대 구축

LX는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LX인터내셔널은 ESG 관점에서 친환경 산업 중심의 신규 수익원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은 저탄소 사회 전환에 기여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ESG 경영을 추진해야 합니다. LX인터내셔널은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해 ESG 경영의 기본 정책과 전략을 결정하며 실천하고 있죠. LX인터내셔널의 포트폴리오는 친환경 산업 중심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사장은 기후변화 이슈에 민감한 기업 대표로서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고 있다. 과거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배출권 발급 과정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에 적용했고, 탄소 배출이 많은 화력발전 방식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온실가스 감축에 일조했다.         


 

일 년에 해외 출장만 140일, 현장에 답이 있다

해외 자원개발은 종합상사의 역할이다. 자원개발 엔지니어 파트로 지원한 윤 사장은 영업팀에 발령받아 자원 트레이딩 전문가로 성장했다. 입사 초기부터 영업으로 시작해 해외 현장 근무에서 성과를 냈다.

“줄곧 석탄을 중심으로 자원사업의 전문성을 축적해 왔어요. 인도네시아 지역 총괄 직책을 맡아 현장에 부임하면서 9천만 평의 팜농장을 인수해 바이오가스플랜트를 짓고, 고분자 유기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해 전기를 생산해 내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했습니다.”


지난해 원자재 시황 호조와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자원사업에서 큰 실적을 거뒀다. 매출 18조 7,595억 원, 영업이익 9,655억 원을 기록해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도 실적을 1년 만에 경신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우리 회사는 해외 현장에 거의 모든 인력이 투입돼 있죠. 해외 현장에서 직원들이 그룹의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어요. 그들의 노력으로 여러 국가의 2차전지 광물 광산을 구입했고, 수력발전소를 운영하고 화학 공장, 철강 가공 공장  여러 공장도 지어 운영하고 있어요. 브레인 역할을 하는 500 직원이 압도적인 매출을 일으키고 있죠.”     

 

윤 사장처럼 현장에서 빠르고 장확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고 성과를 내는 감각을 얻는 비결이 있을까?

“반도체, 전자, 화학은 설비 라인과 여러 첨단 장비가 필요한데 상사는 라인이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똘똘 뭉치고 쿵작쿵작해야 사업이 성사되죠. 효율적으로 장비를 다루는 기술력보다 현장에서 기업가정신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사업을 해내는 능력이 절실합니다. 신입일 때는 사수가 도제식 교육을 합니다.”     


상사는 책상에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상사맨은 현장에 달려가 고객을 만나고 기회를  포착해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사장이 임원을   무렵인 40대에 구본무 회장이 엘지상사 대표이사로 와서 4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회사가 크게 성장했다.  회장은 2010 상사를 떠났다. 그러다 3  LX그룹으로 분리하면서 회사를 개혁했고 다시 활발하게 해외에 투자했다.  상황에서  사장은   140 해외 출장으로 사업을 만들러 다녔다. 거의 오지에서 개척한 140일의 삼분의 일은 이동 시간이었고, 삼분의 일은 먹고 자는 생리적인 시간이었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협상 시간이었다. 한국에는  갈아입으러 오거나 본사에 보고하러 들어왔다. 상사에서는 신입부터 바로 해외 현장에 투입시킨다.  현장은 대부분 지도에서 찾기 어려운 오지다. 그곳의 자원과 에너지를 개척한다.      


1989년 입사 후 첫 출장이 시베리아, 중국의 조선족 마을이었다. 중국과 수교 전이어서, 홍콩을 경유해 중국남방항공을 갈아타고 들어갔다. 하얼빈에 내려 밤 기차를 타고 새벽 내내 달려 도착한 곳에서, 참나무숯, 야자숯 등을 개발해 수입했다.

영하 60도의 추위, 영상 40도의 무더위를 모두 견뎌야 했죠. 100미터도 걸을  없는 극한의 추위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온몸에 천만 개의 바늘이 찔러대는 고통을 었습니다. 영하 60도에 있다가 영하 50도에 가면 진짜 따듯해요. 10 차이가 아니라 20~30 차이가 나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 곳에 자원이 있습니다.”


사진 copyright 연세소식


특별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CEO

 사장은 직원들과 일주에  , 일정에 따라 6명씩 정해서 런치박스 미팅을 한다. 그때 직원 생각, 말투, 태도, 인생관을 파악한다. 대표가   계속해 왔는데 최근 3년에 이 미팅을 가장 많이 시행했다.

“절대 일 얘기는 하지 않아요. 인생에 관한 얘기, 꿈, 불안 등을 나눕니다. 며칠 전 15명의 신입 인턴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며 질문을 받았는데 키워드는 성장, 성과, 퇴사 등이었어요. 그 친구들은 한 달 내, 일 년 내 성장하길 원했고 이는 자가당착이죠. 성장이 무엇일까요? 저는 씨 뿌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씨를 많이 뿌려라, 빨리 뿌려라, 계속 뿌려라. 그리고 빨리 추수하려 들지 말고 그저 뿌리는 사람이 돼라. 오늘 뿌리고 한 달 후 거두고 싶은 인턴들에게 일 년 후가 아닌 십 년 후에 거둘 열매를 강조합니다. 씨 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빨리 거두는 것에 맞추면 그들이 원하는 성장은 없어요.”   

  

윤 사장은 후배들에게 5년, 10년 노력해도 완만한 우상향 성장 곡선이라면 임계점이 올 때까지 견디라고 조언한다. 경험과 역량이 축적돼 어느 지점을 지나면 폭발적으로 성장해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윤 사장은 그 구간을 살아봤기 때문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전한다. 그리고 뿌리는 것에는 베풂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변의 동료와 후배들에게 밥을 사고 커피를 사며 계속 베풂의 씨를 뿌리면 언젠가는 관계의 황금률로 돌아옵니다. 관계역량이 업무역량, 성과역량보다 더 중요합니다. 내가 베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열 배 백 배의 리턴이 일어나죠. 시간이 흐르면 나의 평판을 좋게 말하는 사람들로 인해 떠밀려 올라갑니다. 밥 한 끼, 커피 한 잔의 노력으로 만든 따듯한 이미지가 큰 평판이 되어 돌아올 거예요.”

 

한국 기업의 입지전적인 상사맨이자 대기업의 대표로서 지금 존경하는 롤모델이 있는지 궁금했다.  사장은 뜻밖의 답을 .

특별한 롤모델은 없어요. 지금도 시베리아 현장의 우리 사무실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실제 영하 50 추위를 견디는 직원, 아프리카에서 야전침대에 몸을 뉘며 고통을 감수하며 성장해 가는 우리 직원들이  롤모델입니다.”     


_글 황교진 / 연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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