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불안과 고통
시즌1과 공백이 3년이나 되기 때문에 시즌1의 요약판을 유튜브로 다시 확인하고 시즌2의 1화를 봐야 연결해서 감상할 수 있다.
일단 전반적으로 연상호 감독이 던지는 종교적 화두가 단순히 재미로만 보는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생각할 거리를 주어 호감을 느꼈다.
이 시리즈의 상징들에 대한 내 해석은 '자연재해에 대한 인간의 무지한 반응'이다. 자연재해는 모두에게 갑자기 불시에 닥친다. 특별히 죄를 많이 지었거나 덜 지었거나를 가리면서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이 다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자연현상, 자연재해이며 누구나 닥치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른다.
이를 종교화할 때 벌어지는 일, 여기에 자신이 죽어야 할 날을 고지받는다는 설정 즉, 나의 죽는 날짜를 미리 받아놓은 당사자의 불안과 고통이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닥치는 일이다. 새진리회도 화살촉도 아기에게 닥친 고지에 대해 메시지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으로 시즌 1의 종반을 장식한다.
이 고지를 20년 전에 받은 정진수는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을 자기 마음대로 활용해 선하게 살지 않는 죄인들이 받는 형벌이 지옥이라고 메시지화해서 교주가 됐다. 그러나 자신의 고지는 알리지 않고 시연받고 사라진다. 1부 마지막에 박정민 부부가 아기를 살리려고 끌어안고 시연받으며 죽는다. 이 부부의 희생으로 시연받고 죽은 박정자와 정진수 두 명이 부활하는 것으로 시즌 2가 시작된다.
새진리회, 화살촉, 소도 이 세 집단의 대립과 그 안에서의 자기 주장, 부활자와 거짓 메시지에 빠진 사람들을 도구화해서 얻으려는 권력, 그리고 정부를 대표하는 문소리의 통제하려는 권력에 국민의 안위는 없다. 가장 선한 인물은 김현주가 분한 민혜진 변호사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은 제하고 인상적인 부분은 화살촉에 빠져들어 가정을 버린 문근영이 분한 햇살반선생의 남편이 정진수 의장의 부활을 접한 뒤의 대화다.
남편은 너 때문에 화살촉이 생겨서 내 아내가 현혹돼 죽었다고 호소하는데, 정진수는 그건 당신 아내가 종교적 쾌락에 빠진 탓이지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한다. 화살촉에 빠진 문근영이 시연 받는 사람들 속에 몸을 던져서 한쪽 팔이 불타면서 자기는 죄사함을 받았다고 부르짖는 공포스런 장면이 있다. 정 의장의 말대로 문근영은 쾌락을 표현했다. 그런데 또 죄사함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에 빠져 다시 시연 속에 몸을 던져 결국 죽음에 이른다.
기독교 이단과 사이비 종말론의 모습을 문근영이 그대로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진수 의장이 말한 종교적 쾌락에 빠진 전형이 설득된다. 남편은 정 의장의 말에 넘어가 그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이라고 착각해 소도에 넘기지 않고 살려준다.
종교적 쾌락에 빠져 가정을 버린 사람들, 자신의 종교적 쾌락 때문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거짓말을 진리로 착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상당 수의 설교자가 가스라이팅하는 위선적 설교, 무지한 설교를 전하는 것을 우려한다. 진리를 가르쳐야 하는데 공포를 가르치고 구원을 전해야 하는데 반공을 전하며 독재를 그치게 해야 하는데 독재를 지킨다.
그 안에는 자기 집값 수호와 상승 욕망, 이익을 더 가지려는 욕심, 자신은 평생 행하지 않을 모습에 대한 혐오와 저주, 자신에게 고통을 주면서 용서 받으려는 자학 등 온갖 지저분한 의식이 섞여 있다. 종교적 쾌락을 진리라고 보는 이 시대의 햇살반선생님들이 우리 가까이에 너무나 많다. 누가 햇살반선생님을 만들었을까? 난 목회자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 허황된 걸 믿냐고 말하기 전에 가짜 복음을 전한 책임과 부정적 마일리지를 축적한 것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