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였다. 오전에 자동차를 고치고 약 50만원 가량의 수리비가 나왔다. 눈탱이 맞는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호구인지는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냥 깔끔한 것이 나을 것이라 합리화 했다. 지난주에 수리비까지하면 100원 정도인데 코로나로 별로 타지도 않았는데 수리비만 나가다니.... 차를 괜히 샀나 싶었다.
"안녕하세요. 블루핸즈 기사 ○○○ 입니다. 이제 마무리라 슬슬 출발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은 것은 1시반 쯤이였다. 오늘은 영화를 볼까 했는데 오후 들어 급격히 더워지는 날씨에 그냥 차만 찾아 오려고 마음 먹는다. 점심에 배달앱으로 시켜 먹은 갈비탕의 배부름이 너무 심하기도 했고, 가끔 나는 배부르는 것이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적절한 포만감은 행복감을 주지만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나는 항상 내 위보다 과도한 음식을 섭취하여 불편함을 스스로 야기 시키곤 한다. 불편하지 않기 위해 그 많은 선택을 하고 사는데 불편을 유발하는 선택을 스스로 하다니 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 내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선택들...
"엔진오일 가신지도 꽤 됐고, 운행을 잘 안하셔도 관리는 좀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손님"
"아,,, 네 그러게요..."
차 관리를 못해 괜히 기사님에게 죄송한 마음까지 들게 되는 순간이였다. 그래도 경고등이 다 없어지고 다른 부분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러다 다시 차를 왜 샀나 그때의 기억을 회상한다.
"아 씨,,, 사지 말껄"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튀어나온다. 까짓거 잘 타면 되지 뭐,,,
집에 와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다 잠이 든다. 아주 어릴적 부터 일요일 오후에 야구 중계를 보다가 잠이 드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스르르 잠이 드는 것' 다른 상황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고 야구 중계를 볼 때 유독 자주 발생했다.
사회 초년 생일 때는 거의 일요일은 잠만 잤다. 회사 통근 버스를 평일에는 6시 40분차를 타야 했고 더욱이 버스 정류장까지 마을 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햇다. 퇴근은 보통 11시 조금 넘어서 들어왔기 때문에 많은 청춘들이 그러하듯이 평일은 거의 회사, 집만 다니고 주로 토요일에 지금의 아내와 데이트를 하고 나면(비교적 장거리 연애) 일요일은 먹고 자다 제 정신이 들 땐 개그 콘서트를 하는 시간이였다. 이 때는 일요일 오후의 나른함을 느낄 시절이 아니였다. 똑같은 낮잠이지만 시체처럼 자는 것과 스스르 자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으니깐 말이다.
"따단따 따따,,,"
불후의 명곡인 개그 콘서트 엔딩 테마가 되면 다시 내일 일찍 일어날 걱정을 했었는데, 당시엔 토나오는 기억인데 지금 돌아 보니 또 추억이 된다.
아,,, 요새 왜이리 회상과 잡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요새 즐겨 보는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가 내 감성을 자극하지는도 모르겠다.
"아빠 일어나,,,,"
"으응,,, 몇시야,,,"
"6시야"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시체 처럼 자버렸다. 밤에 잘 생각에 잠시 쓸데 없는 걱정이 들었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자동차 수리를 한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간신히 필라테스를 하고 들어왔다. 필라테스 선생님도 내 몸 상태를 이해했는지 예전보다 강도를 줄인다. 강도를 줄여서인지 예전보다 다른 생각이 많이 들어 온다. 그래도 땀 흘리고 거친 숨을 내뱉고 하는 그 과정 자체는 좋다. 내일은 잠시 출근 했다가 오후에 목욕탕을 갈 생각을 하다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