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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ha Jun 17. 2024

버틸까 말까, 고민하다가 후퇴를 선택했다

시드니에서 살아남기 (5) 두 달 뒤 한국으로의 귀국행을 선택하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한 달간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한 이유는, 그간의 나날들이 다소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시드니에서의 첫 번째 인턴 생활, 이후 코트라 시드니 무역관에서의 4개월 근무에 이어 세 번째 직장 시드니의 한 한인 소기업에서의 근무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바로 이틀 전! 



남자친구와 약 3주 전 사과와 감을 따러 '빌핀'이라는 곳에 갔다 왔다. 좋은 추억. 

버텨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에 대한 고민을 들어오자마자 시작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사무실에 실장님 (사실은 사장님, 남편분이 사장인데 바지사장 같은 느낌이라)과 오래 근무하신 여자 팀장님 그리고 나 이렇게 보통 세 명이 있었다. 다른 직원분들은 배송팀이라 보통 사무실 밖에 나가 있었으니까! 


하루종일 실장님 옆에 있으면서 그분의 무례한 태도와 언행들에 질려버렸다. 더불어, 소기업의 특성답게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씩 업무의 프로세스가 계속 바뀌었다. 


게다가 처음에 했던 이야기들과, 이후에 하는 이야기들이 계속 달라지고.. 이것을 내로남불이라고 하던가. 

처음에 하신 이야기랑 다르다고 하면 성질부터 내고.. 

어리고 경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업무에 대한 열정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내가 왜 여기서 이 사람에게 이런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 하는 것인가 에 대한 현타가 왔다. 

기존에 내가 시드니에서 근무하던 두 직장들과 환경이 너무 다르다는 것도 한몫했고. 

빌핀에서 남자친구와 먹은 피자와 애플 주스! 분위기가 참 좋았던 펍.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끝날 때까지는 근무를 하려고 했으나, 

내가 왜 이런 곳에서 버텨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밀려왔다. 

결국, 나는 조기 귀국을 선택했다. 약 6주간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한국에서 놀러 오는 동생이랑 마지막 주 여행한 다음, 한국에 돌아가 제대로 된 커리어로 다시 이어나가야겠다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오랜만에 페리 타고 간 맨리 비치. 이 날 날씨가 최고여서 즉흥적으로 바다에 갔다 

직장도 문제였지만, Rydalmere라는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새롭게 옮기게 된 셰어하우스에서도 문제가 참 많았다. 

'음식 금지 조항'이 있었던 곳이었는데 내가 그대로 규칙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며칠 뒤에 '나가라'라는 통보를... 


물론 시드니 워홀 생활 초반부도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다른 워홀러분들과는 다르게, 직장도 정해져 있었고 집도 빠르게 구해 나름 괜찮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직장과 집이 모두 문제가 있어서 스트레스의 강도가 꽤나 컸다 

(그래도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잘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실장 때문에 심란했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힘내라고 사준 네네치킨. 고마워 정말 :) 

한국의 본가에서 학창 시절, 대학생 시절을 거치며 너무나도 단조로운 생활에 

그것을 지루하다고 여기고, 매일 엄마한테 심심하다고 불평불만했는데

지금은 그 지루함이 너무 그립다. 

호주에서의 나날들은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했고, 내가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만 했고 

이상한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기에 

나의 본가에서의 평화로운 삶이 참 그립다. 

아는 언니네 집에서 자고 다음날. 기차역에서. 예쁜 무지개.

호주도 참 평화로운 분위기인 것은 확실하다. 

만약 내가 영주권자 거나 호주 시민이고 

안정된 직장이 있고, 자가에서 거주한다면 호주는 참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상황이, 임시적인 비자를 가지고 있고, 자가가 없어 셰어하우스에서 거주해야만 하며 비자 때문에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없기에. 


아무리 새가 지저귀고 나무들이 울창한 평화로운 환경에서 내가 있을지라도, 나는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마음이 평안하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나는 마음이 더 편안할 테니까. 

아름다운 시드니 파라마타의 노을 뷰. 

그 이상했던 직장을 그만둔 후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모아두었던 돈으로 남은 시드니에서의 몇 주를 내 방식대로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다 가야겠다고 결심했더니 훨씬 마음이 안정된 것이 느껴진다. 

이번에 다시금 깨달은 것..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직장 상사 잘못 만나면.. 이것은 높은 연봉도 커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것. 


남자친구가 나한테 그랬다. 실장이 너한테 뭐라고 하든 말든, 그냥 그렇구나 ~ 넘기고 그냥 너의 할 일을 하고 급여받으면 되는 거라고. T의 성향이 매우 강한 남자친구. 더 모진 일들을 버텨왔기에 그게 가능하겠지. 


나도 안다.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취급을 받으며 버티고 싶지 않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곳에서 나는 나를 보호해야 했다. 

나는 안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나를 존중해 주고 더 좋은 환경의 직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상쾌하게 새 출발을 하고 싶다. 



2주 전 새롭게 시작한 실내골프장 리셉션 알바. 꽤나 꿀알바이다. 

2주 전 주말에 실내골프장 리셉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리셉션에서 근무하는 것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의문점이 들었었는데 

트레이닝받고 일 4일 해보니 할만하고, 꽤나 재밌기도 하다. (손님들을 직접 대하는 게 그래도 나름 성향에 맞는 듯) 

인스타에 릴스 만들어 올리는 것도 재밌고, 공 주워 담고 골프장 관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으니 귀국 전까지 근무할 것 같다. 


새롭게 하게 된 아르바이트가 할 만한 일이라 참 다행이다. 

남자친구와 농구를 했다. Granville이라는 Parramatta 주변 공원이다. 

겨울인데도 이렇게나 화창한 날씨인 시드니. 

막상 떠나면 그리울 것 같으면서도

일단 이 시점에서는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 


다시 시드니에 돌아온다면. 아마도 

1.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싶어서 (이 경우는 아마 파트너비자를 준비하여 오지 않을까) 

2.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이 경우에는 학생비자를 준비해서 와야겠지!) 


하지만 일단 지금은 나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2번 선택지를 택할 확률은 낮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둘 중 뭐가 됐던 '자금 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

아무래도 호주는 비자의 유무, 그리고 어떤 비자를 가지고 있는지가 취업할 때 제일 중요한데 

그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귀국 후 좋은 기업에 취업하여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이 일단 막연한 나의 계획!!

(어떤 회사에 들어갈진 아직 모르기에, 그게 확정되면 앞으로의 세부 계획이 완성될 것!) 


언니이자 친구 집에서 비 와장창 오는 날 만들어 먹은 팟타이 

해외 생활을 하며 얻게 된 가장 값진 것 중 하나가, '집밥 해 먹는 습관'이다. 

원래 한국에서는 매 끼니를 사 먹을 정도로 외식을 좋아했는데 시드니는 아무래도 외식비가 장난이 아니다 보니 집에서 만들어먹거나, 도시락을 싸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귀국해서 부모님한테도 맛있는 음식을 해드려야지-! (물론 비엔나 교환 시절에도 이렇게 생각을 했지만.. 몇 번 해드리지 않았던 기억...) 

남자친구 따라서 Gym 가기 

두 번째 기른 좋은 습관은, gym에 가서 운동하는 것이다. 

보통 나는 짐 가면 러닝머신 뛰는 것 밖에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남자친구 덕분에 기구들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게 되고, 짐에서 운동하는 습관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계속 필라테스 가거나, 크로스핏 가는 것은 금전적으로 꽤나 부담이 가기에 

짐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매우 좋은 것 같다 -! 

시드니는 요근래 Vivid Sydney 축제로 북적입니다!

시티에서 꽤나 떨어진 파라마타에 거주하다 보니 (그리고 일도 이 근방에서 했다 보니) 

시티에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Vivid 축제 덕분에 오랜만에 시티에 갔다! 

물론 나는 관광코스나 축제 등에 크게 감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역시 막 크게 감동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드니의 건물들을 (특히 오페라 하우스) 미학적인 그림들로 채우는데 (빛으로 쏴서) 충분히 볼 만했던 것 같다! 



아무튼, 평일에 시간이 많은 만큼, 그동안 시드니에서 못했던 것들도 시도해 보며 (운동 밋업, 명상 밋업 등 여러 밋업하기 꼭 해보고 싶음) 남은 시간 좋은 추억들을 쌓고 이렇게 브런치에도 종종 기록을 남겨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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