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들을 함께 만들어나간 소중한 친구들
지금 나는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항상 2022년에 내가 교환학생 신분으로 살았던 유럽의 '오스트리아'를 그리워한다.
이렇게나 모두가 살기 좋다고 찬양하는 시드니를 놔두고 그곳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살기 좋은 환경과 날씨도 분명 중요하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교환학생 시절이 행복했던 이유는, 마음이 통하고 같이있으면 즐거웠던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그 시절 참 사람 복이 많았는데, 오늘은 브런치에 내가 마음을 터놓고 함께했던 그때 그 시절의 외국인 친구들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1) 아프가니스탄에서 비엔나로 온 친구, 파타메
교환학생을 떠나기 바로 직전, 나는 정말 무서웠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현지 상황을 잘 알고 싶었고, 한국에 있을 때 '탄뎀'이라는 언어교환 어플리케이션으로 비엔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그때 내가 알게 된 친구이다.
나보다 어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였고 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해 탄뎀 리스트에 있던 친구였기에 연락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비행기를 타고 곧 비엔나에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자기가 공항에 마중나와 주겠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무서웠다,, 살면서 히잡을 쓴 사람을 처음보는데, 나를 마중나와 준다고..?
엄마아빠도 걱정했다.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냐고. 하지만 나는 그래주면 너무 고맙지! 라며 친구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비행기가 연착이 되었고, 나는 예상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비엔나 국제공항에 도착하였지만 친구는 그때까지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밤 늦은 시간에 내 숙소까지 짐도 옮겨주고.... 아직까지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2) 내 오스트리안 버디 야콥
보통 학교에서 교환학생들을 위한 버디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나는 이제 현지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교환학생에 합격하자마자 버디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빨리 신청해서 그런지 다른 한국 학생들보다 훨씬 빨리, 2명의 버디가 매칭되었다. 그 중 한명이었던 버디 야콥.
야콥또한 내가 임시숙소에서 기숙사로 짐 옮길 때 짐을 거의 다 옮겨주었다..... 스윗한 야콥..
이 밖에도 함께 등산도 가고, 코리안 드링킹 게임도 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추억이 많은 친구
이렇게 가까워진 백인 친구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던 !
야콥 덕분에 오스트리아 로컬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고, 현지 문화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3) 학생 기숙사에서 만난 중국, 대만인 친구들
비엔나는 특이한게, 아니 사실 비엔나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는 대학에 기숙사가 없다.
대신에 그 지역 학생들만 받는 사설 학생 기숙사가 있다.
그래서 나는 'Viennabase 19'라는 19 district 에 위치한 학생 기숙사를 선택해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곳에서 같은 또래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친구가 된 친구무리가 생겼다.
이렇게 친구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카나페를 만들기도 했다.
공용 주방이 있었기에, 시간 날 때마다 다같이 모여 밥해먹고, 간식 먹고, 차 마시고 떠들고
그냥 매일매일 붙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일도 있었고, 다양한 이야기도 했다.
비엔나라는 지역의 특성 상, 예술을 공부하고 예술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음악대학, 미술대학, 건축, 성악, 영화 영상 등..
나는 교육학과 경영학을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비엔나에서 다닌 대학도 경영대학이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관심분야를 가진 친구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하면서 시야가 트인 느낌이다.
원래는 예술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꽤나 박물관이나 갤러리 가서 멍때리는 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중국인 친구들과 중국식당가서 같이 밥 먹기도 했다.
정말 본토 중국음식!
이렇게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 가서 구경도 하고!
참 좋은 시절이었다 ㅎㅎㅎ 그립고 그립고 그립도다!
중국인, 오스트리아인, 대만인 친구들과 같이
학생 기숙사 부엌에 모여서 매일 수다떨고
이런 글씨도 쓰고, 카드 게임, 닌텐도 스위치도 하고
술 없이도 이렇게 순수하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어디 가자, 어디서 모이자 하면 대체로 펍이나 포차였고
주로 다들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사실 그런 자리가 별로 좋지 않았다.
비엔나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술 없이 차와 커피를 마시면서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좋았다.
친구들과 서로의 얼굴을 그리면서 놀기도 했다.
참... 생각해보면 순수하게 놀았던 것 같다 하하
비엔나라는 공간이 사실 유흥같은 것을 즐기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밤이 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그랬기에 더 이렇게 순수하게 놀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말이 되면, 하이킹을 가기도 했다.
비엔나에는 하이킹을 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들이 많이 있다. 특히 나는 트레킹 코스 보여주는 어플을 다운받아서
비엔나의 여러 하이킹 코스들을 돌아다녔다.
내가 갔던 시기는 겨울이었는데, 그래서 예쁜 크리스마스 마켓을 여한없이 구경다닐 수 있었다.
비엔나에는 내 기억상 크리스마스 마켓이 10곳이 넘는데, 하나같이 모두 정말 아름답다.
앞으로 몇년간은 유럽 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언젠가 가게 된다면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마켓 다시 들리고 싶다. 물론 아름다워서도 있지만, 그곳에서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을까.
사실 예전부터 느끼는건데, 공간이 얼마나 좋고 아름다운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아무리 비싸고 아름다운 곳이어도 함께하는 사람이 별로면 (혹은 감흥없는 사람이면) 크게 막 감동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 듯... 모르겠다. 이건 내 성향일 수도 있다. 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사람인 것 같다.
4. 그라츠에서 만난 친구, 올리버
올리버는 그라츠 여행을 함께 한 친구다. 오스트리아의 소도시, 그라츠에 살고 있지만 어렸을 때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잠깐 살았다고 했다.
이 친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여행온다고 하자 그라츠에서 갈만한 여행지들을 다 리스트업하고, 심지어 일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까지 기록해서 함께 해준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 친구 덕에 현지 사람들에게 유명한 맛집, 카페 등등을 다니며 정말 알찬 그라츠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친구가 보여준 일몰.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사진이 실물을 담지 못했다...흑)
내 사진도 많이 찍어줬다. 고마운 친구 !!
이 친구는 그라츠에 살고 있고, 나는 비엔나에 살았기에 (꽤나 먼 거리이기도 하고, 내가 곧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이 날 딱 하루 보았지만,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
5. 비엔나에서 만나, 포르투갈 여행을 함께한 일본인 친구 미나미
미나미는 나와 같은 학교에 교환학생을 온 친구이다. 초반부 수업 시작하기 전, 에라스무스 교환학생 프로그램 덕에, 같은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이 학교에 교환학생 온 많은 국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만나게 되어, 한 학기를 쭉 함께했던 친구이다.
미나미와는 두번의 여행을 함께 했다. 그 중 둘이서 여행을 떠난 포르투갈.
미나미는 파워 J이고, 나는 파워P이다. ㅋㅋ 그래서 나는 거의 미나미가 세운 계획을 따르기만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미나미와 나는 여행 취향이 사뭇 달랐는데, 미나미는 다소 내향적인 성향이고 나는 여행지에서 사람들 만나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었다.
그래서 미나미는 밤에 휴식을 취했고, 나는 나가서 펍가서 사람들을 만나며 놀았다 ㅎㅎ
그래도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취향을 존중해주며 평화롭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원래 외국인 친구와의 이야기를 이 글에 다 기록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친구들이 남아 ㅋㅋㅋ;; 이 쯤에서 줄이겠다.
아무튼 나는 한국에서도 사람들 만나고 모임 만들고 이런 것들을 즐겨 했었는데, 타인에게 오픈이 쉬운 성향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확실히 친구들을 쉽게 만들 수 있고, 또 그만큼 도움도 많이 받아 적응하기가 수월한 것 같다.
참 감사하게도, 유럽에서든 호주에서든 나는 대부분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물론 드물게 정말 이상한 사람들도 존재하긴 했으나, 한 80%는 모두 따뜻하고, 매너 좋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낮선 사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친구를 사귈 기회를 잃는 것일수도 있으니!
앞으로도 나는 이곳 시드니에서 많은 사람들을 겪어나갈 것인데, 유럽에서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예쁜 추억들을 쌓고, 무사히 안전하게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