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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ga Nov 17. 2020

뿔뽀 아 라 가예가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넷플릭스의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았다. 굉장히 인상적인 다큐멘터리였는데, 이날은 아이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다큐의 슬픈 장면을 지나며 '문어~ 문어~'를 외치고 목놓아 우는데, 스토리나 감정에 다소 둔감하던 아이의 격한 반응이 신기했다. 어쨌든. 아이는 다큐를 본 뒤 선언을 했다. '이제 문어를 먹지 않겠다'라고. 그러나 공교롭게도, 얼마 되지 않아, 낚시로 잡았다는 문어를 선물 받게 된다. 이거참.



한동안 냉동실에 잠들어 있던 문어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조리했다. 음식 이름이 좀 어려운데, 갈리시아(가예가) 식 문어(뿔뽀) 요리라는 뜻이라 한다. 거창한 메뉴는 아니고, 어디 시장에 가면 문어를 큰 통에 삶으며, 주문하면 간이 접시에 가위로 퉁퉁 썰어서 간단히 내놓는 메뉴라 한다. 아마 그런가 보다, 사실 난 아직 스페인을 못 가봤다. 


조리도 간단하고 소박한 음식이라는 감상이다. 사실 문어를 삶아서 기름장에 찍어먹는 한국 방식과 크게 다르진 않다. 문어+기름+소금 조합이라는 공통점. 참기름 대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는 것과 문어를 좀 더 부드럽게 삶는다는 정도, 그리고 피멘톤(훈제 파프리카 가루)을 뿌려서 향을 더한 점 정도가 차이가 되겠다.


저녁을 차린 후 아이에겐 대왕 오징어라고 구라를 날려보았다. 정말 믿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슬슬 초딩 태를 내며, 속을 감추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으니. 한두 점 집어먹는 둥 마는 둥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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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훈 셰프의 클래스 영상을 보고 따라 만들어 보았는데, 검색해보니 예전 기사에도 레시피가 거의 동일하게 잘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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