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침대에서 눈을 뜰 땐, 별 것 없는 같은 아침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의 상태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저의 경우엔 아침마다 같은 행동을 하며 시간을 체크해 컨디션을 파악합니다. 늘 같은 노트에 같은 분량의 아침 글쓰기를 하는데, 18분에서 23분까지 분포도를 보이고, 아침 달리기 역시 4킬로가 버거운 날도 있고, 6킬로미터를 달려도 조금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컨디션인 날이 있습니다. 제 몸의 가동범위는 30% 정도의 편차가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100이라 하면, 그런 날은 70 정도 가능하다 보면 얼추 맞습니다. 그럼, 10개를 하려던 일을 7개로 줄이고, 쉬어가는 시간을 확보합니다. 7개 할 수 있는 몸으로 10개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럼 30% 정도 휴식하면 될 일을 하루 전부를 꼼짝 못 하게 되기도 합니다. 적정한 수준의 체력과 시간을 안배하는 건 히딩크 못지않은 운용의 묘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바로 30% 정도 떨어지는 날이라고 느꼈어요. 달리기를 해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다리가 무겁고 몸뚱이가 뻣뻣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 경우엔 전날 먹은 음식의 건강함 정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고 느낍니다. 과식을 한 다음 날도 컨디션이 떨어집니다. 잠을 잘 못 자도 몸이 무겁고, 스마트폰을 많이 본 날도 더 피곤해요.
N 잡러의 시대에 잠자는 시간은 아깝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잠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잠은 인체의 기능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엔 6시간이 적당합니다. 그보다 적게 자는 건, 자기 피를 팔던 허삼관 같다고 느낍니다.
국내 향기 작가 1호 한서형도 잠은 회복에 아주 중요했다고 이야기합니다. 5년 전, 향기 왁스를 만들다 오른팔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뼈가 보일 정도로 피부 조직이 다 타 버려, 모르핀 처방을 받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회복엔 잠이 정말 중요했다고 말합니다.
하버드 뇌 연구소의 연구원 질 볼트 테일러 박사의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에서도 뇌졸중을 회복하는 데 잠이 정말 중요했다 전합니다. 쳇바퀴 돌듯 매일 비슷한 일상이라도, 잠을 꼭 자야 몸의 기능이 회복됩니다. 잠을 푹 자는 것은 생산성 관리의 시작입니다.
그럼 잘 자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일단, 잠자리엔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침대에서 멀리 떨어뜨려 주세요. 자기 전, 마그네슘 칼슘 아연 혼합제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그네슘은 신경의 흥분도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합니다.
식물에서 추출해 낸 천연 아로마 오일은 식물 성분을 압축한 이로운 물질이니, 잠이 잘 오는 성질을 가진 향을 가진 오일 블렌딩도 좋습니다. 저는 한서형 향기 작가가 제조해 준 레몬과 라임을 베이스에 로만 카모마일과 프랑킨센스를 섞은 숙면용 아로마 오일을 씁니다. 아로마 향은 코를 통해 바로 대뇌 변연계로 전달되니 효과가 빠릅니다.
침대 위에 올려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안마기도 도움이 됩니다. 15분씩 두 번 작동하는 사이 어김없이 잠이 오는 편입니다. 졸린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 말을 기억합니다. 일을 하기 위해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잠을 잘 자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라고요. 오늘은 일찍부터 잠이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