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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ul 08. 2022

나답게 사는 방법 찾기

나다움을 찾는 법


내게 '결산'은 회계 용어였다.


좋아하는 친구들의 인별을 보면 월 말 결산, 연말 결산, '결산'을 한다. 그 결산은 수입 지출을 말하는 것인가 궁금했지만, 숫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지나간 일은 굳이 들춰 보고 싶지 않다. 늘 내일이 궁금하다. 그런 내게 한 달 동안 뭘 했나 되새김질하고, 일 년 동안 무얼 했나 회고하는 행위는 생소했다. 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다들 내가 얼마나 바쁘게 살았고, 열심히 살았고, 얼마나 훌륭한 셀럽을 만나고, 생산성이 얼마나 뛰어난가 실시간으로 인증한다. 한 달 동안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을 만큼 다들 바쁘게 산다.


학교 앞 문방구엔 두더지 잡는 게임이 있었다. 동전을 넣으면 띠디딕딕딕 울리는 기계음과 함께 두더지가 솟아올랐다. 손에 딱딱한 고무 망치를 잡고, 박자에 맞춰 구멍에서 머리를 내미는 두더지 머리를 세게 내리치면 빨간 숫자가 올라갔다. 조금 빗맞으면 숫자가 올라가지 않았다. 박자가 조금 느려도 어느새 두더지는 쏙 들어가 버리고 내리친 손만 아팠다. 회고하기 바쁘고, 일하느라 바쁘고, SNS 인증하기 바쁜 사람들을 보며 나는 두더지가 숨어 버린 구멍의 가장자리를 때린 손 같았다.

http://naver.me/x22RJVzU


정재경 | 소박하고,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는 작가. 식물과 글쓰기를 만나 인생이 달라졌고, 저서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우리 집은 식물원》《우리 집 식물 수업》을 통해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밑이 글쓰기 리추얼, 강의와 강연 등 식물과 글쓰기에 대한 여러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https://in.naver.com/green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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