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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Aug 20. 2024

프롤로그 |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나

파란 하늘, 산들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는 기분 좋은 봄 4월의 토요일 오후였다. 합정동의 한 북카페 입구엔 출간기념회를 알리는 배너가 서 있었다. 계단 벽을 따라서는 겹벚꽃 나무, 몬스테라, 능소화가 그려진 A3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이었다. 식물에게 배우는 유연하고 단단한 삶의 태도, 《있는 힘껏 산다》의 출간기념회 현장이었다. 


북토크에 모인 사람들의 볼은 발그레했다. 손혜정 모더레이터의 소개로 북토크가 시작되었고, 천지윤 해금연주가가 준비한 음악과 정재경 작가가 ‘내가 나에게 하는 말, 사랑해’를 낭독했다. 


“사랑이 부족해 마음에 찬 바람이 분다면 지금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다. “사랑해. OO야, 나는 네가 진짜 좋아.” 거울을 보며 “사랑하는 재경이”라고 말하면 거울 속의 나는 해바라기처럼 웃는다. 속으로만 말할 때보다 입술을 움직여 소리를 냈을 때 내 표정이 더 밝다. ‘사랑해’라는 말이 품은 에너지는 누구나 빛나게 만든다. 마흔일곱 즈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며 꼭 안아드렸을 때 엄마는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셨다.”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중앙에 앉아 있던 커트 헤어 여성은 눈물을 닦았다. 


북토크나 강연의 마무리엔 늘 Q&A 시간이 있다. 그때 KBS 전 아나운서였고, 작가이자 갤러리 평창동 1번지 오유경 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물었다. 어떻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운영하며 책 여섯 권을 쓰고, 강연도 하고, 매일 운동하고, 책도 많이 읽고, 엄마이고, 그 많은 일들을 잘할 수 있느냐고. 


먼저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으로 바라봐 주셔서 감사했다. 하지만 나는 질문에 뾰족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지난 세월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 낸 퇴적물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50년 치의 이야기를 시작하면 너무 길어져 출간기념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집에 돌아가시지 못할 것 같았다. 정리하며 차츰 답을 찾아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떤 행사장에서 만났던 독자가 떠올랐다. 모 홍보대행사의 이사인 그는 깍듯이 인사를 하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표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카페 세컨드팩토리 시절부터 작가님 블로그를 트레킹 하고 있는 샤이한 서포터스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무엇인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모습에 큰 자극을 받는다고, 기운이 빠질 땐 언제나 내 블로그를 들러 글을 읽는다고 했다. 


모 출판사 편집본부장도 “작가님은 자기 계발서를 써야 해요!”라며 무릎을 쳤었다. 나를 롤모델로 삼겠다는 독자분들, 후배들, 동생들의 후기와 디엠이 종종 도착한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내게 계속 이렇게 묻고 있었다.  


- 브랜드도 있고, 책을 여섯 권이나 쓰고, 매일 모닝 페이지를 쓰고, 운동하고, 식물 200개도 키우고, 아이도 있고, 강연도 하고 어떻게 그런 다양한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건가요? 

- 어떻게 그렇게 지치지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하는 거예요?

- 어떻게 하면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나요?

-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요?  


20년 넘게 비즈니스를 했어도 강남 요지에 빌딩을 산다거나 금탑산업훈장을 받거나 하는 큰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책을 여섯 권을 썼어도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알만한 종합베스트셀러는 아직 없다. 그런데 누가 이런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싶었다. 그러나 유키 쿠라모토는 인터뷰에서 코너를 200km의 속도로 달리는 천재들도 있지만 늘 60~70km로 달리는 사람도 있다고, 자신은 후자이기 때문에 백건우나 조성진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나로 사는 셈이다. 




이 이야기를 어디서 하면 기록하면 좋을까. 브런치가 떠올랐다. 식물과 글에 대해 아는 별로 없었던 초보 작가 시절, 나를 작가라 불러주고 추천작으로 선정해 주어 첫 책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 출간되었다. 브런치 스토리를 보니,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4년 전.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그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 연재하기에 내게 더 좋은 플랫폼은 없다. 


 이 연재는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며 질문을 던져 주신 팬분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다. 질문자의 관점으로 기록해 보려 한다. 같은 고민을 하며 인생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나의 작고 사소한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p.s.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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