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는 법

대분류, 목차, 기승전결, 그리고 노벨라

아침 글쓰기와 책 쓰기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깜깜할 때,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만났다. 매일 쓰면 작가라고 용기를 주는 책 덕분에 매일 쓰기 시작했다. 1년 동안 매일 쓰면 책이 한 권 나온다는 말이 부싯돌처럼 마음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일 년 후, 정말로 책이 출간되었다. 일 년을 따라서 썼는데 왜 나는 책이 안 나오냐고 묻는 분들을 몇 분 만났다.


죄송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매일 아침 쓰는 글로 책을 출간한 것은 아니다. 매일 쓰는 행위는 운동선수에게 비유하자면 몸풀기에 같은 행위로, 그것만으로는 책이 되진 않는다. 그래도 아침 글쓰기는 책 쓰기에 도움이 된다. 내 안의 저항, 자기부정, 두려움, 냉소를 걷어내 마음의 효율을 높이는 준비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몸을 풀고 나면 주제가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팔, 다리를 탁탁 털며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책을 쓴다는 것은 아침 글쓰기와는 다르다. 책은 ‘독자’가 있어야 하므로, 독자에게 재미, 지식, 감동을 드리는 주제가 있어야 하고, 주제에 따라 40~50개의 목차를 구성하고, 적어도 200자 원고지 600~800매를 끌고 나가며 기어이 마무리할 수 있는 뚝심과 글쓰기 실력이 있어야 한다.


글쓰기 실력보다 뚝심을 앞에 쓴 이유는 글을 쓰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이 오기 때문이다. 아침 글쓰기를 통해 책의 주제와 글감을 채집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 글쓰기와 책 쓰기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재경 작가의 작법


인류가 상위 자아로 올라선 세상을 반영하듯, 요즘 책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책 쓰는 법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책을 쓰는 것은 작가마다 다 달라 표준화가 어렵기 때문에 내 방식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른다. 작가마다 고유한 작법이 있을 텐데, 나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단 주제를 정한다. 주제는 내가 가진 경험과 전문성에서 나올 때 가장 설득력 있다. 나의 삶이란 고유함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성공한 완벽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독자에겐 완성형은 재미가 없다. 영화에서 마지막 부분만 본다고 생각해 보자. 이야기란, 주인공이 죽을 만큼 힘들수록, 상상도 못 한 고난을 겪을수록 재밌어진다.


그 이야기가 재미, 정보, 감동의 요소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분석하면 산출물의 형태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시인지 형태를 정할 수 있다.


그다음 나는 작곡을 하듯, 주제에 관련된 대목차를 기, 승, 전, 결로 설정한다. 예를 들면, 물을 끓인다, 라면 봉지를 뜯는다, 라면수프를 넣는다, 라면을 넣는다, 같은 형식이 된다. 다음 단계로, 주제별로 10개 정도의 목차를 뽑는다. ‘물을 끓인다’에선 550mL의 유리컵을 꺼낸다, 물을 받는다, 전기레인지를 켜고 냄비를 얹어둔다, 물을 스테인리스 양수 냄비에 붓는다, 빨리 끓이려면 정수기의 온수 온도로 받는다, 물에 식초 한 방울을 넣는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 사이 달걀을 풀어 둔다 등이 있다.


목차를 정한 다음 각각 제목에 맞춰 원고지 15매~20매 정도로 다시 쓴다. 글 한 편 속에서 기, 승, 전, 결을 맞춘다. 이 작업을 40번 정도 반복하면, 목차별로 다 쓰고 난 다음 최종 원고의 양은 600매에서 800매 사이가 된다. 그리고 혹시 중복되는 이야기가 있는지 Control+F로 검색하며 글을 다시 점검한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버릇 같은 단어도 Control+F를 통해 검색한 다음 삭제하고 변경한다.


정재경 작가가 사용하는 프로그램


이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웹소설 저작 프로그램 노벨라를 쓴다. 한글 프로그램, 워드, 구글 독스 다양하게 사용해 보았으나 스마트폰, 윈도우, 맥 OS, iOS를 오가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 노벨라가 좋았다. 노벨라는 목차를 마음대로 이동하며 글의 흐름을 잡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기본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면 아래쪽에서 글자 수도 자동 계산해 주고, 화면의 바탕색을 바꿀 수 있어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상태로 최적화할 수 있다.


작가가 되는 법에 관해서 쓴 책 중에선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지은이 정아은 작가는 5권의 장편소설을 쓰고, 이번에도 안 되면 그만 쓰리라 마음먹었는데, 그 소설이 한겨레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작가의 세계에 대해 시퍼런 고등어가 펄떡펄떡 뛰는 것 같이 생생한 글로 만날 수 있다.


우리의 고유한 삶이 글로 남아 서로에게 온기를 주면 좋겠다.



정재경 작가 | 8년째 매일 쓰는 사람.

제안 및 문의 hello@crs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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