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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an 24. 2018

반려식물 세계 첫걸음,
엔트리 식물 스킨답서스

내 마음대로, 아무 데나, 실컷. 스킨답서스로 연출하는 스타일링

엊그제 내린 눈과 꽁꽁 얼어붙은 길을 보면 추위는 물러갈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저는 알아요. 봄은 벌써 이만큼 오고 있다는 걸요. 겨우내 그대로 멈춰 있던 식물들이 하나 둘 새 잎을 올리기 시작하고, 공중 뿌리들도 조금씩 길어지고 있어요. 이제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기지개를 펴는 거에요. 저는 봄이 되면 제일 먼저 화원에 가서 새로운 식물을 데려올 거예요. 겨우내 잘 키운 허브는 화단으로 옮겨주고, 세 그루가 한 화분에 자라고 있는 아보카도는 나눠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봄이 되면 만날 수 있는 싱그러움 중 하나는 식물이에요. 화원 앞에 깔려 있는 진분홍, 노랑, 흰색의 온갖 꽃들과 부채 같은 잎사귀부터 바늘 같은 잎을 가진 포트 화분들까지. 구경만 해도 빙그레 웃음이 배어 나오는, 발걸음을 잡아당기는 진한 생명의 힘. 어떤 식물을 선택하던 다 반갑지만, 공기정화를 위한 제 목적에는 스킨답서스가 1등이에요. 참, 저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꽃 화분은 잘 구입하지 않아요. 베란다가 아닌 실내에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이 될 수 있어 제 목적에는 맞지 않거든요.


스킨답서스는 자라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키우는 재미를 알기에 적합한 ‘엔트리’ 식물이에요. 병충해가 거의 없고, 관리가 약간 소홀해도 잘 죽지 않아요. 집, 사무실, 상업공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 어디서든 잘 자라는 환경적응력이 아주 좋은 식물. 오늘부터 식물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면, 스킨답서스를 물에 꽂아 키우길 추천드려요. 지금이야 200개 넘는 식물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처음엔 저도 스킨답서스와 스파티필름, 테이블야자와 고무나무, 산호수같이 쉽게 만날 수 있는 만만한 식물들로 시작했답니다. 


화원에서 많이 보이고, 가격도 저렴한 식물들은 대체적으로 손이 덜 가고 잘 자라는 식물이에요. 우리 기후에 잘 맞아 별 탈 없이 쑥쑥 크고, 그러다 보니 생산량도 많아지고,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낮아진 경우들이거든요. 완전 초보라 어떤 걸 키워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시면 화원마다 있는 평범하고 저렴한 아이들로 시작해보세요! 만 원이면 3~4 포트의 작은 식물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고, 잘 키우면 개체수가 늘어나니 키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단, 작은 포트의 화분은 수분이 금방 마르니, 물공급에 신경을 써 주셔야 해요. 


스킨답서스는 가격도 저렴하고, 가장 키우기 쉬운 식물이면서도 NASA가 선정한 공기정화식물 순위 12위인 가성비 좋은 식물이에요. 싸고 좋은 것을 찾기 힘든 세상에서, 정말 고마운 공기정화식물이지요. 넝쿨을 만들며 자라는 식물이라 머리채가 늘어진듯한 느낌이 멋스러운데, 그것도 역시 취향이라 뭐가 더 좋다 말하긴 힘듭니다. 이 공간 안에서는 공간 별로, 다양하게 연출해 보았는데요, 식물을 키우는 특별한 규칙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내 마음대로, 아무 데나, 실컷. 그게 스킨답서스로 연출하는 스타일링입니다. 

늘어지듯이 키워도 좋은 장소. 점점 더 길러 스킨답서스 커튼을 만들 예정.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궁금합니다.
이웃집 언니가 마당에서 잘라 주신 스킨답서스 줄거리. 툭툭 잘라 물에 담가주었어요. 힘차게 솟아 나오는 뿌리들.

스킨답서스는 주방에서 버릴까 말까 망설여지는 그릇들에 담아줘도 잘 자라요. 넓은 그릇은 수반처럼 쓰시고, 좁고 긴 그릇은 화병처럼 쓰면 되지요. 버릴 것을 살려 쓰레기를 줄이고 공기도 깨끗하게 하는 일석이조예요. 기왕이면 볼 때마다 기분 좋은 그릇에 식물을 담으면 심리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요. 내게 있는지도 몰랐던 감성을 깨우는 순간. 버리려던 그릇에 담은 2~3만 원어치의 스킨답서스 10 포트 정도면 뭔가 다른 공기를 느낄 수 있어요.  

창가에 물꽂이 해 키우기도 좋아요. 단,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창은 피해주세요. 
 주방에서 놀고 있는 유리그릇도 훌륭한 화분이 됩니다. 뿌리 쪽에 돌을 깔아주면 더 잘 자라요!
이 쪽 스킨답서스들은 너무 멋없이 늘어져, 줄기를 똬리 틀듯 화분 위에 얹어줬어요.
물을 담은 화분을 수건걸이에 묶어 주고요.
이곳은 포트 화분 2개로 마치 4개 인양 연출한 곳. 풍성하게 잘 자라는 스킨답서스는 노력보다 잘 자라 기특합니다.
상자 안에 나란히 담아주기만 해도 깔끔해요. 2만 원짜리 나무 상자에 2천 원짜리 포트 5개.
빛이 적은 화장실에서도 스킨답서스는 잘 자랍니다.
공기 정화를 위한 식물 탑. :)
심지어 책꽂이 사이에서도 잘 자라는 스킨답서스!

집안 곳곳에 스킨답서스를 배치하는 것은 말하자면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한 기초화장 같아요. 꼭 큰 식물이 아니어도 분명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쉬운 식물도 못 키운다고 자책하거나 미리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 집에 맞는 식물이 다 따로 있어요. 식물 잘 키우시는 고수들도 우리 집에만 오면 맥을 못 추는 그런 종목들이 다 하나씩 있답니다. 스킨답서스를 키우는데도 죽는다는 분들! 괜찮아요. 얘는 우리 집을 싫어해도 다른 애들은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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