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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소 Aug 26. 2024

브랜드 철학 페이지가 왜 필요해요?

브랜드 마케터의 일기록

브랜드 철학 페이지가 왜 중요해요?

브랜드 철학은 브랜드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그 사람의 고유한 생각이나 가치관 같은 것으로 치환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외모나 성격등의 부수적인 것도 있겠지만 이 사람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그 사람의 가치관을 확인하고 그 가치관이 나의 가치관과 어느 정도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판단할 때라고 생각한다.

즉, 브랜드가 어떤 상품을 팔고 어떤 서비스를 파는지에 앞서, 왜 이런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만드는지 이전에 어떤 생각으로 일련의 행위들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다.


또, 보통 브랜드의 철학이 창업자의 설립 의의에서 시작하기도 하지만 회사란 많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기에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이 초기 생각이 희석되거나 불투명해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깨끗한 상태의 생각을 공유하고, 밖으로 내는 브랜드의 어조가 일관성 있도록 모든 구성원과 생각의 싱크를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1:1 비대면 과외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누이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가? 창업자가 처음 설탭을 만들고자 한 계기는 ‘모두가 차별 없이 과외라는 공부법을 경험했으면’ 하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했다. 거기에 리브랜딩을 경험하며 ‘누구나 개인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실현한다’라는 미션을 갖게 됐는데, 그 이전에 우리는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단단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개인이 대한민국만큼 사교육 시장이 뜨거운 나라에서 ‘입시 교육의 본질’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경험은 많지 않다. '설탭'을 통해 과외 선생님 매칭 및 비대면 학습환경을 서비스하는 (주)오누이가 생각하는 입시 교육의 본질은 ‘건강한 어른이 되는 공부’로 정의한다.


기존의 철학페이지는 철학과 미션이 혼용된 상태로 입시 교육이 건강한 어른이 되는 공부라고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성적을 올리는 방법’이라는 워딩을 사용하며 성적을 올리려면 자기 효능감이 필요하다, 자기 효능감을 올리는 최적의 학습 방법은 1:1 교습 방식이라는 우리만의 주장을 레거시 교육 브랜드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철학 페이지를 통해 어떤 가치관을 공유할까?


철학페이지를 구성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교육을 ‘시키는’ 부모와 어떤 가치관을 공유할 것인가?'였다. 팀장님 또한 철학 페이지를 구성할 때 '교육 브랜드 입장에서 '성적'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말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는데,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은 ‘점수’보단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고 나아가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식을 터득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처음 부모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페이지를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하게 공부하는 방법은 뭘까요?” 대한민국에서 입시 공부를 해야 하는 게 피하지 못할 일이라면, 어떻게 하면 자아를 갈아 넣지 않고도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가만 생각해 보면 부모 자신도 이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기에 우리의 의견이 더욱 궁금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설탭 선생님들이 최고의 멘토가 될 수 있는지 '자기 효능감'이 향상되기 위한 4요소에 구체적인 예시를 빗대어 이해하기 쉬운 논리 구조를 짰다.

이야기의 끝을 맺을 때에도 '그래서 몇 점을 향상할 수 있다!'가 아니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우리 아이의 잠재력’을 찾으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교육의 본질에 대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꼭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지, 이런 이야기는 중학생이나 고1 학부모들이 들을법하지만 마음이 급한 고3 학부모들에게는 어불성설이다라는 내부 피드백을 받았지만, '브랜드 철학' 페이지의 의의를 명확히 하며 긴 시간 설득하기도 했다.)


변하지 않을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모든 이야기에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진심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가장 신경 썼다. 힌트는 부모인 나의 경험에 더해 학부모 후기에서 놀랍도록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발견했다. 성적을 못 올린다는 문제의식 그 아래에는 우리 아이가 더 큰 세상에 나가기도 전에 수학을 포기해버리거나 공부를 포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며 경험하는 더 큰 많은 어려움 앞에 아이가 쉽게 포기해버릴까 봐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성적’이라는 단어대신 잠재력, 성취, 건강한 어른, 행복한 어른이라는 성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지만 어쩌면 긴 인생을 살아가며 꼭 배워야 할 성적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더 강조했다.


(*이 이야기는 기획자 관점에서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했던가에 대한 기록으로, 특정 기업의 생각과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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