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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소 Aug 24. 2024

나는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가?

나의 번아웃 디깅하기

그렇게 마케터의 윤리에 대한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그래서 ‘나는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가?’하는 물음에 도달한다.


바쁘다고 줄곧 뒤로 밀어놨던 정답 없는 사유들을 하나씩 마주하며 나만의 답을 내려보는 과정을 가질 수 있어 오히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찾아온 나의 번아웃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번아웃을 좋아하기로 결정하고 디깅 하면서 이 모든 과정이 지금까지의 ‘나’에 대해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준비하는 과정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도파민의 시대에 도파민을 위해 일하기가 싫어졌다.


‘도파민’의 시대에 걸맞게 콘텐츠의 카피나 썸네일은 점점 더 자극적이 되어가고 USP는 아주 크게 강조되고 약점은 표기하되 아주 작은 글씨로 법적분쟁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마케팅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구매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박탈감은 상대적인 것이라 스스로를 남의 상황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그런 자극에 무덤덤해질 수도 있다. 마케팅이 고도화될수록 스스로 삶의 기준이 없다면 더욱 피로해지는 시대이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나에게 어떤 마케팅을 원하냐고 묻는다면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마케팅을 원한다고 답할 것이다. 바쁘디 바쁜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의 기준을 정립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마케팅이 좀 더 다정하고 상냥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스킬이라기보단 성향의 차이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같은 주제이더라도 침착맨식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있고 빠더너스식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이런 차이가 결국 마케터의 스타일이 되는 것이고 곧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으로 발전하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어떤 마케터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가?


나는 빠르게 도파민을 자극하는 마케팅에는 약하지만 마음의 밀도를 높이는 마케팅에는 강하다. 언젠가 원온원에서 나의 평가자는 ‘진심도 테크닉이며 1:소수에 강점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진심도 테크닉이라는 말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니 진심 자체가 테크닉은 아니지만 진심을 전달하는 방식은 경험에 따라 다른 테크닉적인 측면이며 이는 곧 나만의 차별점인 것이다. 누구나 진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진심이 상대방에게 와닿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니까.


좋고 나쁘고의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영원히 정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만의 기준으로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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