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적 상상력: 언더 시즈
[Cloud Mania]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디스토피아적 상상력: 포위 당하다
비행 물체 X
철문을 살며시 열어서 포티마오 쪽을 바라보았다. 그날 이후로 하늘을 덮고 있는 짙은 구름은 여전했다. 구름들 틈 사이로 강한 불빛이 수색하듯이 이리저리 비추고 있었다.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난 뒤에 사람들이 지쳐갈 무렵에, 또 한번 우리를 충격에 빠지게 한 뉴스가 있었다. 알 수 없는 물체가 지구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으며 그 구조와 형태로 볼 때 인공 구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여기서 '인공(人工)'이라 함은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붙인 것이기보다는 '자연 구조물이 아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자연'에 대비되는 개념이 '인간' 밖에 존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외계(外界), 즉, 지구 밖에서 온 물체를 만든 주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개념상 정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논쟁을 했다.
과학자들은 물체의 생성 주체를 무엇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동안에, 정치인들은 아직도 정의되지 않는 물체의 생성 주체를 X라고 했을 때, X를 적대시하여 대응을 할 것인지 아니면 외교적인 해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는 논쟁했다. 다음으로 각국의 방송이 나서서 X를 정의하고 나면 X에 대한 용어는 자기들 언어로 해야 한다고 여론 몰이를 했다. 언어 사용 인구수로 해야 한다는 나라와, 언어 사용 국가 수로 해야 한다는 나라와, 이쪽에도 저쪽에도 끼일 수 없는 나라들은 새롭게 발견된 X는 인류 문화 자산이므로 어느 국가나 언어에도 치우치지 않게 '에스페란토'어로 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다. 일부는 이미 있는 UFO로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미확인 비행 물체'이기 때문에 '미확인'일 때만 가능하지 물체의 정체에 대해서 확인이 되고 나면 '미확인'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미확인'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지구의 구름과 유사한 물질로 덮여서 알 수 없는 비행 물체 X는 여전히 '미확인'인 상태로 있었다.
언더 시즈: 포위 당함
육안으로는 움직임의 관찰이 불가능할 정도였던 비행 물체 X는 어느 날 밤에 전격적으로 지구를 포위해 버렸다. 그 먼 거리에서 하루 밤 만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할 수 없었던 평론가들은 양자물리학의 어려운 용어를 인용하며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었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수습할 때 상습적으로 사용해 왔던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외계 기술'이라는 용어로 둘러대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니 하늘 전체가 구름 같은 것으로 두껍게 뒤덮여 있었다.
앙숙인 이웃의 마사 할머니와 크리젤라 할머니는 또 말다툼을 했다. 크리젤라 할머니의 '외계인이 타고 온 UFO'가 아니냐는 말에, 크리젤라 할머니의 모든 것이 못마땅한 마사 할머니가 UFO는 미확인 비행 물체라는 뜻인데 외계인이 타고 왔다면 그것이 '확인된' 것이지 어떻게 '미확인'이냐고 면박을 주었다. 그럼, "UFO가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크리젤라 할머니가 들이받고, "내가 알면 여기 있겠냐?"라고 마사 할머니가 대꾸를 했다. 마말렛과 몽쉬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높은 언덕에 있는 264번 국도 위에서 미어켓처럼 한 줄로 서서 걱정스럽게 바닷가 쪽을 바라보던 동네 사람들은 '또 시작하시네'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 아침부터 무언가 찾는 듯이 분주하게 구름 속에서 발산되는 강렬한 불 빛에 동네 사람들은 몹시 불안했다. 아니 대체 뭐지? 뭐 하는 거지? 누구지? 어떻게 해야 되지? 늘상 던졌던 질문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오늘은 지구의 모든 인간들에게 던져진 최초의 질문이 되었다. 혹시 당신은 답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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