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떼파파 Aug 24. 2021

마음이 바닥이면 바닥을 다지면 된다

바닥을 박차는 각자의 '용수철'을 응원하며

끝없이 당기는 심연의 고통이 있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가 신음 중이다. 행복한 가정은 두루두루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르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 지금은 적어도 유통되지 않는다. 역으로 불행한 가정이 넘쳐나면서 엇비슷한 절망과 탄식에 갇혀 있다. 


환경의 통제를 받는 인간의 심약함이 제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끝간 데 없이 마음이 바닥이다. 좋은 뉴스(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암울함이 끝없이 밀려들고, 디스토피아를 향해 질주하는 세계가 그려진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황폐화, 북극 빙하의 유실, 아프가니스탄 소요 사태, 델타 바이러스 확산 등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충분히 그 개연성을 갖는다.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벌써부터 대선으로 각 후보자들 사이 마타도어가 횡행하고 있고, 환율 급등과 주식시장의 하락에 따른 개미들의 아우성이 빗발친다. 끝없이 절망으로 신음하는 자영업자의 붕괴는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모조리 바닥이다. 그래서인지 주위를 보면 '어깃장'을 놓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여유와 웃음은 흔적을 감추고, 비릿한 비아냥과 음흉한 간계가 판을 친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입을 봉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는 사피엔스들이 늘고 있다. 나 역시 '임대 구함'이란 전단지가 나뒹구는 빈 상가를 지나 인적 뜸한 시내를 걷다 보면, 잿빛으로 물드는 마음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다.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내쳐졌을 때 인간의 심약함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그 리액션은 사람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어떤 이는 포기와 염세의 굴레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내팽개쳐진 환경이 아무리 바닥이라도 그 바닥을 다지기 위해 용을 쓴다. 바닥을 확인한 이상 오히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연습을 시작한다. 


바닥을 다지기 위해 내가 선택한 용수철(Spring)은 '새벽'이다. 그리고 그 갈래를 세 가지로 세분화했다. 'PS(Physical Spring)→MS(Mind Spring)→KS(Knowledge Spring)'로 이어지는 루틴이다. 달리기와 푸시업 그리고 스쾃으로 하루의 접선을 시도한다. 약 한 시간 가까이 흥건하게 젖은 땀으로 생의 활력을 느낀다. 유일하게 몸과 대화한다는 기꺼운 마음으로 팔다리를 부지런히 놀린다. 그 충만한 느낌을 이어받아 명상과 감사일기로 마음의 바닥을 다진다. 10분의 명상은 마음의 부유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역할을 한다. 때론 그 부유물을 확인하는 시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감사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행동의 패턴을 제한한다. 우왕좌왕하고 좌충우돌했던 시간들이 소거되고, 꽤나 곱고 매력적인 마음의 싹이 자란다. 긍정 확언으로 일상의 주문을 외치고, 감사의 순간을 낱낱이 기록하며 허투루 생의 소중함을 흘러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영어공부와 시필사를 끝으로 새벽 루틴을 마친다. 


'새벽' 용수철은 마음의 바닥을 다지는 데 확실히 효험이 있다. 작년 하반기 건강검진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제로'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물론 완벽한 스트레스 프리(free)는 없겠지만, 예전에 느꼈던 스트레스와는 확실히 그 강도가 덜해졌다. 이로 인해 가정과 회사에 미치는 파급력과 선순환이 만만찮다. 마음의 여백이 확장되면서 감정의 교란도 덜 일어난다. 한 때 타인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가시'같다는 핀잔을 들었던 내가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오롯이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가질수록 삶의 만족도는 커진다. 그걸 나는 '신체-마음-머리' 3단계로 나눠 새벽에 그 루틴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라도 이런 패턴을 활용한다면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삶의 바닥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인생사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일체유심조'는 적절한 자기만의 패턴이나 행동이 강제될 때 그 위력을 느낄 수 있다. 각자 자기만의 용수철을 장만해 힘껏 바닥을 차는 비상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에게 월드콘을 빼앗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