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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대만에서 나 안녕(安寧)할 수 있을까?

by 배홍정화

영어도 대만어(=중국어)도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에서 도착한 타이베이역. 타오위안 공항에서 타오베이역으로 가는 것은 쉬웠다. 대만은 지하철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어 이용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보라색 토큰은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었고, 이지카드(한국의 충전식 버스카드)로 버스, 지하철, 급행열차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기차는 잘 모르겠다. 앱으로 항시 우선 예매를 했기 때문에 카드에서 요금이 빠져나갔으므로.



12/16월-12/20금, 타이베이

KakaoTalk_20250112_150210258_01.jpg 타이베이역 도착 후 처음 본 큰 건물, 타이완 도착 기념으로 촬영.

타이베이역 M8 출구 부근의 호스텔을 예약했다. 찾다 찾다 없어서 부킹닷컴으로 겨우 예약한 도미토리. 사진과 같으면서도 심히 달라 충격이 컸다. 나의 첫 대만, 4박을 해야 하는 첫 숙소가 이렇게 슬픈 모습일 줄이야. 1박에 16,962원. 여성 6인실 도미토리룸이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호스텔을 이용했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당시에 숙박 연장으로 16인실에 배정되었고 심지어 혼성 도미토리룸이었기 때문에 한 번 해봤잖아 하며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오산 중 아주 대오산.


룸은 굉장히 작았고, 2층으로 구성된 침대가 3세트가 방 세 면을 아주 다닥다닥. 침대의 길이 = 벽의 길이였다. 문은 방 안쪽으로 열리게 되어 있었는데, 문을 열면 캐리어는 겨우 1.5개 밖에 펼치지 못하고, 이틀째부터는 배려 없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펼쳐놓아 굉장히 불편했다. 룸 안에는 편하게 쉴 만한 공간이나 돌아다닐 공간조차도 없었으며 -아니 그런 사이즈 자체가 안되었다- 내 아래층에 묵은 중국어 하는 할머니는 객실 내에서 크게 통화를 했다. 삼일정도 묵으셨던가 그랬다. 내내 통화했다. 매너를 떠나 에티켓이고 여기 호스텔의 룰이었는데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 룸메이트라니...


샤워실과 세면대는 가관이었다. 굉장히 좁은 샤워실이고 곰팡이가 벽에 아주 잘 보여서 옷이나 수건을 걸어두기가 어려웠다. 에라이, 하고 샤워실 문 앞에 있는 욕탕 계단에 옷과 수건을 두고, 샤워를 다 하고선 맨몸으로 문을 열어 수건 집어서 몸 닦고 옷 입고 했다. 알 수 없는 곰팡이가 내 몸에 묻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내 몸을 보는 게 나았다. 어차피 샤워공간은 여성 전용이었으니까. 세면대는 또 왜 이리 작은 건지 세수만 하고 싶은 날엔 곤욕을 치렀다. 보통 집의 세면대 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온천을 가려고 챙긴 수건(4장)이 신의 한 수였다. 당연히 수건이 제공되는 줄 알았으나 NT$50의 대여비가 있어 개인 수건을 사용했다. 아, 근데 정말 대여하지 않은 것도 신의 한 수 -두 번째 수 인가?- 였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렇게 습할 일인가? 내 수건에서 '여름 악취'가 났다. 그, 마르지 않은 쾌쾌하고 땀에 쩌든 냄새. 대여했다면 맨날 대여했겠지. 내 수건이니까 잘 건조해서 사용하고 그러고 나선 버리고 왔다. 여기서 수건 2개를 써버렸다. 그리고 어차피 말릴 공간조차 없는 -그 정도로 작고 좁은- 룸이었기에 큰 바쓰타월을 어디 걸어둘 수도 없었다. 내가 가져간 수건은 한국에서 보통 사용하는 세면 수건 사이즈여서 옷걸이에 걸어 말릴 수 있었다. 옷걸이 1개랑 빨래집게(3개) 챙겨가라고 말해준 엄마 정말 너무 감사해.



타이베이에는 저녁에 도착했다. 여행지에는 점심 이후에 도착하는 걸 선호한다. 도착하는 날에 짐을 맡기기에도 수월하고, 하루를 이동 시간만으로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마일리지로 비행기를 예매했기에 시간에 대한 선택권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이게 다행이었다. 잘 보이는 낮이었다면, 더 많은 충격으로 심신이 약해졌을 거야...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여행 타입이, 나는 이 장소랑 저 관광지는 꼭 가야 해 + 무조건 그건 먹어봐야 해! 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개인룸이 아니면 밤에 씻고 조용히 살금살금 방에 들어가는 것도 신경 쓰이니까. 내 돈 내고 눈치 보며 숙박해야 하는 게 싫어 하루를 일찍 마무리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랬다. 빠르면 6시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도 있었고, 반나절 카페에 있던 날도 있었다(이건 추후에 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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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K-pop을 틀어놓고 연습하는 청소년 그룹들. 1배속, 0.5배속으로 다양한 한국 노래를 타지에서 들을 수 있었다.


첫날의 저녁은 타이베이역 M8과 연결된 작은 쇼핑몰 혹은 지하상가에서 해결했다. 소녀시대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아이브, 내가 모르는 한국 가수 등의 노래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쇼핑 공간 사이사이 큰 거울이 부착된 곳이라면 청소년들 그룹이 있었고 춤연습을 하고 있었다. 실로, 한류를 체감한 첫날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까르푸, 음식점, 길거리에서도 한국 노래는 정말 많이 들렸다. 한국에 있을 때도 안 듣는 한국 노래를 여기서 이렇게 듣다니. 심지어 캐럴까지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대만에서의 첫끼니는 '튀긴 두부 국수'. 저녁 8시 정도 되는 시간이라 문을 연 곳이 거진 없었다. 유부 느낌의 토핑이 가득한 국수였고 첫 소감은 다음과 같다.


이 정도라면 대만 음식 잘 먹겠는데?

KakaoTalk_20250112_150210258_06.jpg 油豆腐牛湯麵, (번역)Beep-Soup NoodleNoodle with Fried Bean Curd. NT$110 : 대만에서 처음 먹은 음식.





지금의 여담: 대만 여행기를 브런치에 쓸 줄 알았다면 사진을 가로로 찍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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